성남시가 K리그 클래식 구단(1군)을 보유한 전국 최초의 기초단체가 됐다. 10월2일 이재명 성남시장(50·가운데 꽃다발 건 사람)은 성남일화 프로축구단을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할 것을 선언했다. 성남일화의 모기업이었던 통일그룹이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존폐 갈림길에 서 있던 축구단이 기사회생하는 순간이었다.

성남일화는 K리그 7회 우승, 두 차례 3연패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자랑하는 명문 구단임에도 ‘팬이 적은 팀’이었다. 모기업의 막대한 예산 지원 덕에 흥행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고, 특정 종교단체의 영향력 아래 있다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기도 했다. 충남 천안에서 경기 성남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던 2000년에는 종교계의 반발로 구장 사용까지 불허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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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축구단이 이제 ‘성남FC’라는 이름으로 온전히 시민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재명 시장은 기자회견 전까지도 종교계 인사들과 오찬을 나누며 설득을 거듭했고, 여야 대립으로 날을 세워왔던 성남시의회 또한 오랜만에 한목소리로 구단 인수에 찬성했다. 성남시는 성남시민이 축구단의 명실상부한 주인이 되도록 시와 기업의 후원뿐 아니라 시민주를 공모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무명의 축구팬’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없어지지 않도록 1인 시위는 물론 네 차례에 걸쳐 궐기대회를 열었다. 지난 9월29일에는 라이벌 구단과 4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 리그 팬들까지 함께 자리를 지켰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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