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난민' 속출..산부인과는 왜 분만실을 포기했나

조국현 기자 2013. 10. 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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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ANC▶

내일은 '임산부의 날'입니다.

아기가 태어나는데 10개월이 걸린다는 뜻에서 10월 10일을 임산부의 날로 정한 겁니다.

그런데 분만이 가능한 병의원이 10년 전의 절반으로 줄면서 일부 지역의 임신부들은 이웃도시로 원정출산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조국현, 신지영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VCR▶

지난 2월, 임신 7개월의 몸으로 군복무를 하던 이신애 중위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인은 임신성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

순직을 인정하지 않던 군의 대응 못지 않게 유가족의 가슴을 아프게 한 건 이 중위가 근무하던 강원도 인제군에 진료 받을 산부인과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SYN▶ 이재학/고 이신애 중위 아버지

"임신한 사람들, 오지에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고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산부인과 없는 마을.

산간 오지만의 현실은 아닙니다.

경기도 여주의 한 산부인과입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만 시설이 없습니다.

여주엔 산부인과 3곳이 더 있지만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SYN▶ A 산부인과

"여주에서는 분만할 수 있는 데가 없어요."

◀SYN▶ B 산부인과

"이천이나 원주에 가셔야 돼요. 여주에선 아예 안 돼요."

여주에 사는 임신 5개월 박유진 씨.

혼자 움직이기 쉽지 않아 늘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박씨가 비를 뚫고 향한 곳은 차로 1시간 반 거리인 이웃 도시 이천의 한 산부인과입니다.

◀SYN▶ 박유진

"(멀어서) 가기도 힘들고, 꼭 누군가 동행해주셔야 하니까 (죄송하죠.)"

그러나, 박씨에겐 '원정 출산' 밖에 답이 없습니다.

전국에 분만 시설을 한 곳도 갖추지 못한 시, 군은 52곳, 1곳 뿐인 시군도 32곳에 달합니다.

'출산 난민'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해결 방안을 찾기가 녹록치 않은 현실입니다.

◀VCR▶

서울의 한 여성병원.

3년 전까진 분만병원을 운영했지만, 인력난에 경영난이 겹쳐 결국 접었습니다.

◀SYN▶ 김해성 여성병원 원장

"원래 뜻은 분만 하고 싶고, 이런 것이었는데 (지금 하는 일이)그런 것은 아니니까 아쉬움이 많지요, 지금도."

아이를 받으려면 마취과 소아과 전문의는 물론 조리사까지 두고 24시간 운영해야 하지만, 저출산으로 환자는 줄어드는데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커지면서 분만을 포기하는 겁니다.

폐업도 속출해 올 상반기 산부인과 1곳이 문을 열 때 2곳은 문을 닫았고, 지난해 신규 배출된 전문의는 10여년 전의 1/3로 줄었습니다.

문제는 산모들이 고령화되면서 출산의 위험도 또한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분만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산모의 비율은 최근 4년새 2배로 급격히 증가했는데, 산부인과 부족 현상과 무관치 않습니다.

◀SYN▶ 김 암 교수/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고령 임신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서 거기에 대처할 수 있는 산부인과의 여러 가지 부분이 낙후되다 보니까 결국 모성 사망이 증가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부가 고령 산모의 수가를 가산하는 등 시범 지원을 하고 있지만 병원 의사가 부족한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출산을 장려하기 전에, 어디에 살든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분만 현장으로 돌아오게 만들 묘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MBC뉴스 신지영입니다.

(조국현 기자 joj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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