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그룹으로 꼽히는 홍사덕(70·사진) 전 의원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새 대표 상임의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과 서청원 전 의원의 재보선 공천 내정 논란에 이어 홍 전 의원의 복귀가 이어지면서, 향후 국정에 박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그룹이 국정의 전면에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민화협은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언론회관에서 공동의장단회의를 열어 홍 전 의원에 대한 공동의장 선임 안건을 의결한 뒤 대표 상임의장으로 추대할 예정이라고 민화협 관계자가 밝혔다. 민화협은 국내 200여개 정당 및 종교·사회단체의 통일운동 상설협의체다. 1년의 임기가 남은 현 김덕룡 대표 상임의장은 최근 청와대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화협 의장이 무슨 권력기관장도 아니고, 오랜 기간 사회갈등 해소에 기여했던 분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하기에 적절한 분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며 홍 전 의원의 민화협 의장 내정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밖에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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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홍 전 의원은 지난해 불법정치자금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올해 1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으로 경륜이 풍부하긴 하지만, 이런 비리 전력 때문에 박 대통령의 민화협 의장 ‘낙점’은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홍 전 의원은 2007년과 2012년 ‘박근혜 경선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는 점에서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서청원 전 의원의 공천 내정 논란과 닮아 있다. 더구나 홍 전 의원의 ‘귀환’을 계기로 이른바 ‘친박 원로’의 정국 장악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서청원 전 의원과 홍사덕 전 의원까지 속속 정계에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서 전 대표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회에 다시 진출한다면, 이들 원로들이 청와대(김기춘)와 새누리당(서청원), 외곽조직(홍사덕)에서 각각 박 대통령을 대리하며 국정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채동욱 검찰총장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등 인사 파동을 몰고 온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국정’이 한층 더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