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천 모자 살해' 차남, 부인과 범행 공모"
[한겨레] "자살한 부인이 흔적 안 남기는 살해 방법 등 이야기해줘"
도박 빚에 빠진 부부가 재산 상속받으려 범행 모의·실행
"강압 수사" 주장에 대해선 국가인권위에서 조사 착수
인천 모자 살해 사건을 수사해온 인천 남부경찰서는 1일 존속 살해, 사체유기 등 혐의로 정아무개(29)씨를 구속 기소하는 의견으로, 정씨의 부인 김아무개(29·숨짐)씨는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씨가 '부인 김씨한테서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살해 방법, 주검이 발견될 것에 대비해 신원을 알수 없도록 사체를 훼손하는 방법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이를 토대로 실행에 옮긴 점 등에 비춰볼 때 정씨 부부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씨 부부는 도박 등으로 빚을 지며 생계가 곤란해지자, 어머니 김아무개(58)씨의 재산을 노려 지난 8월13일 어머니를 집에서 숨지게 한 뒤 같은 날 퇴근해 어머니 집에 온 형(32)도 숨지게 했다고경찰은 밝혔다.
경찰 발표를 보면, 정씨 부부는 2011년부터 강원랜드 카지노에 드나들기 시작했고 지난 7월 중순부터 범행을 모의하고 범행 도구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 차마 볼 수 없어 청테이프로 어머니의 눈을 가렸다'고 진술했으며, 부인 김씨와 함께 강원 정선과 경북 울진에 각각 어머니와 형의 주검을 몰래 버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정선에서 모친 주검을 유기할 당시 주검이 담긴 가방이 무거워 부인과 함께 차량 트렁크에서 꺼냈다고 정씨가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씨 부부가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아버지를 숨지게 하고 재산을 자기 명의로 바꾸는 내용, 캠핑했을 때처럼 땅을 파서 밑에 자갈을 깔아야 불이 번지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으며 범행을 상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씨의 부인 김씨는 경찰이 공범으로 지목해 수사에 나서자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인 김씨는 경찰의 강압수사를 비난하며 결백을 주장하는 유서를 남겼다. 정씨는 부인 자살 소식을 뒤늦게 전해듣고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럽게 죽은 것 아니냐. 지켜줬어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부인과 함께 지난달 말 경찰의 강압수사를 지적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으나, 어제 취하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진정 내용을 두고는 국가인권위가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근혜 정권의 조폭 문화, '배신자 낙인' 진영은…■ "곽상도 전 민정수석, 조선 편집국장에 '채동욱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말해"■ 버스커버스커, 이 요물!■ 국정원 간부 "위에서 '오빤 MB스타일' 영상 올리라고 문자로 지시"■ [화보] '일촉즉발'의 밀양…어르신들의 힘겨운 몸싸움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