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감리교회 초기 역사 간직한 특별한 공간".. 기감, 동대문교회 문화유산 보존에 팔걷었다

2013. 9. 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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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서울시의 한양도성 복원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몰린 서울 동대문교회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기감 유지재단 관계자는 23일 "동대문교회는 한국 감리교회의 초기 역사를 간직한 특별한 공간"이라며 "교회 존치든 기념관을 짓는 안이든 그 역사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기감 유지재단 측은 조만간 기감 총회특별재판위원회(재판위)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재판위는 최근 서울시의 동대문교회 이전에 대한 보상 공탁금 약 200억원 중 119억4800여만원을 동대문교회가 출금해 다른 지역에 교회를 신축하는 것을 승인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 대로면 동대문교회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재원 확보가 어려워진다.

기감은 또 동대문교회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서울시의 협력을 적극 요청했다. 전용재 기감 감독회장은 지난달 27일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만나 동대문교회 자리에 기념관을 짓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대문교회 이전 보상금을 이미 지급한 데다 공공 공원의 성격상 기념관을 따로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기감 측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동대문성곽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2011년 11월 동대문교회를 수용키로 결정했고 지난해 2월 동대문교회 부지 및 건물 3동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후 이전이 이뤄지지 않자 지난 3월 기감 유지재단과 동대문교회 측에 해당 부지를 비워줄 것을 요구하는 명도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동대문교회는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부지를 매입, 새 예배당을 세워 이전할 계획이다. 동대문교회 측 변호인은 "동대문교회에서도 교회를 지키려는 노력을 했고 서울시의 성곽복원사업 계획을 취소하라는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패소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전을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교회는 미국 감리회 해외선교부와 미국 선교부 총무인 볼드윈 부인의 기부금 등으로 1892년 세워졌다. 이화여대 의과대학의 전신인 동대문부인진료소 기도처가 동대문교회의 전신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학당을 세운 메리 스크랜턴 부인의 아들 윌리엄 스크랜턴 선교사가 초대 담임목사를 지냈으며 호머 헐버트 선교사가 2대 담임목사를 맡았다.

교계 전문가들은 초기 개신교 역사를 보여주는 동대문교회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철거되도록 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흥수 목원대 교수는 "우리가 외국인 선교사를 통해 개신교 세계관을 처음 받아들인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가 동대문교회"라며 "가난한 사람과 여성들의 건강을 돌보는 사역뿐 아니라 야학 운동의 중심지로서 큰 의미가 있는 교회"라고 설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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