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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계정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에 올라온 김성수 소개글. 친일파봇은 김성수를 "친일 언론인·기업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김성수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목한 대표적 친일반민족행위자다.
 트위터 계정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에 올라온 김성수 소개글. 친일파봇은 김성수를 "친일 언론인·기업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김성수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목한 대표적 친일반민족행위자다.
ⓒ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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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자(트윗 1개당 기본 제한 글자수)가 채 안 되는 이 짧은 트윗에서 김성수는 여지없이 '친일파'으로 규정된다. 최근 '친일·독재 미화'로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김성수를 친일파라 하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김성수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목한 친일반민족행위자다.

위 트윗의 주인공인 트위터 계정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 아래 친일파봇)'은 김성수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완용, 송병준 같은 귀에 익은 친일 인사부터 친일인명사전 구석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까지 샅샅이 트위터 공간에 끌어다 놓는다. 하루 평균 10~15개의 트윗이 올라온다.

"친일파는 배신자입니다. 심지어 잘 먹고, 잘 살고, 장수까지 누린 배신자입니다. 친일파와 독립군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기회주의와 원칙주의, 부정의와 정의도 공존할 수 없습니다. 친일은 우리 민족의 근본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이며 민족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사악한 사상입니다. 수십년, 수백년이 걸려서라도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친일파봇의 운영자와 15일 서면 인터뷰를 했다. "시대가 하 수상하고, 표현의 자유에 불편함을 느끼며 살고 있는 까닭"에 그는 자신의 정보를 '가족과 여행을 즐기는 평범한 40대 직장인'이라는 것까지만 공개했다.

올해 1월 개설, 현재 팔로워 2만여 명... "무게 있는 취미생활"

트위터 계정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의 프로필 화면.
 트위터 계정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의 프로필 화면.
ⓒ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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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는 "무게가 있는 취미생활"이라며 올해 1월 친일파봇을 만들었다. 아이디인 'traitor'는 배반자. 운영자는 "친일파라는 말에 거부감마저 줄어드는 것이 오늘의 시대상"이라며 "그저 분노한 시민으로서 '이 놈들이 나쁜놈이다'라고 외치고 싶어서" 친일파봇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팔로워는 2만2000명을 넘어섰다.

계정을 만들었을 때 운영자는 친일파와 그 후손의 목록만 나열하려 했다. 하지만 팔로워가 늘면서 역사 전반의 지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었고 지금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근현대사와 독립운동가 관련 정보도 올리고 있다. 처음 계정을 만들 때 일장기였던 프로필 사진도, 지금은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가 반반 나뉜 사진으로 바꿨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라. 떳떳하게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 이토 히로부미 사살 후 뤼순 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안중근 의사에게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보낸 편지

140자 트윗 하나 올리는 데 3시간 걸리기도

140자의 짧은 글이지만 정보와 사진 수집을 거쳐 사실 확인, 보충자료 첨부까지 하다보면 트윗 하나 올리는 데 3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그는 트위터에 올릴 주된 자료를 '친일인명사전'에서 얻는다. 글은 주로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올리고, 낮에는 리트윗(타 계정의 트윗을 인용)을 통해 다루지 못하는 내용을 보충한다.

트위터 계정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에 올라온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소개와 사진.
 트위터 계정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에 올라온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소개와 사진.
ⓒ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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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분들이 피드백을 해 줍니다. 사람들이 '정말 몰랐던 사실이다' '알려 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건네줄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특히 십대 청소년들의 응원과 관심이 가장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통해 친일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야 한다"며 "이것이 친일파봇을 운영하는 주된 목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위 '보수'를 자칭하는 이들의 욕설과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처음엔 멘션(특정인에게 보내는 트윗)을 통해 일일이 대응하다가 현재는 일절 멘션을 통한 대화는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제 나라 역사를 망치는 데 동조하는 황당한 보수들의 목소리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의견을 주고 받았으나 소모적인 논쟁만 이어지더라"며 "현재는 쪽지(서로 팔로우를 해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를 통해서만 답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친일·독재 미화와 함께 '뉴라이트 집필자'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때문에 이와 관련된 트윗을 자주 올리고 있다. 그는 "친일파와 뉴라이트의 아킬레스건은 역사이다"며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이 나라의 돈과 권력을 모두 차지했던 이들이 역사만큼은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역사 뒤집기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정체성은 끝나는 것"이라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사태를 비판했다.

"고맙다" 응원도 있지만... 자칭 '보수'로부터 욕설도

운영자는 친일과 관련된 과거의 역사 뿐 아니라 '현재의 역사'도 트위터에 기록하고 있다. 친일파봇에는 국정원 사태, 4대강,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등 현안을 다룬 글을 리트윗한 내용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앞둔 백제 유적인 공주 공산성이 무너졌답니다. 4대강 공사 탓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라면 당나라 군대도 못한 일을 이명박 정권이 한 셈이군요."(@histopian)

"내란음모는 30년 만에 처음. 여적죄는 60년만에 처음. 검찰총장 감찰은 무려 사상 초유. 이 모든 사건들에는 국정원이 관련돼 있다고 봅니다. 괴물이 된 기관의 조직이기주의가 이렇게 지뵹(집요)하고 필사적일 줄은…."(@unheim)

그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라는 이탈리아의 역사철학자 크로체의 말을 빌려 '오늘'을 강조했다.

"의미 없는 현재는 없습니다. 모든 현재는 과거와 미래에 맞닿아 있습니다. 오늘의 일이 곧 역사입니다. 역사를 과거의 것으로만 보지 말아야 합니다."

트위터 계정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이 리트윗한 글. 친일파봇은 현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위터 계정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이 리트윗한 글. 친일파봇은 현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 한국역사&친일파봇(@traitor_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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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계정이 친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알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을 뿐이다.

"역사는 상식이자 정의입니다. 또한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기록을 하고, 순간에 의미를 두며, 과거를 돌아봅니다. 이 과정에서 정의와 상식, 지켜야 할 가치와 신념을 발견합니다.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가지는 행동양식이죠. 친일파봇이 누군가에게는 잡다한 지식, 누군가에겐 잊고 있던 정의의 기억, 누군가에겐 분노의 시작, 그런 것이 됐으면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친일파봇이 역사 바로 세우기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태그:#친일파봇, #트위터, #김성수, #교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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