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랩과 판소리 '세기의 입심 대결' 승자는?

입력 2013. 9. 16. 03:03 수정 2013. 9. 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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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일요일 맑음. 신선놀음. #75 써니 킴 '지렁이' (2012년)

[동아일보]

랩과 판소리의 한판 대결이 펼쳐진 '랩판소리'의 열띤 무대. 레드 불 제공

지난주 목요일, 친하게 지냈던 대학교 학과 선후배들을 몇 년 만에 만났다.

10년 전, 우리는 신선놀음을 했다. 취업이나 유학 준비를 한답시고 학과 연구실에 기생하며 허구한 날 술잔을 기울였으니. 내가 랩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돌아보면 그 무렵 동기 Y와의 술자리 말장난이 발단이었다. 비록 둔중한 비트는 없었지만 술집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타고 넘으며 우리는 입말로 운율을 맞췄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이번에도 그 입씨름의 합을 맞춰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날에는 한 음료 회사에서 진행한 세계 최초의 랩과 판소리 대결 현장을 찾았다. 이름하여 '랩판소리'. 서울 서교동의 라이브 클럽에서 8명의 래퍼와 7명의 소리꾼이 맞붙었다. 대회는 16강전부터 토너먼트로 진행됐다. 'SNS' '첫사랑' 같은 시제가 주어지면 래퍼와 소리꾼이 1분씩 입담을 주고받아 승패를 가렸다. 힙합 반주에 맞춰 한 차례, 국악 반주에 맞춰 한 차례씩 '배틀'이 돌아갔다. 무대 뒤 스크린으로 60초가 카운트다운되는 동안 래퍼와 소리꾼은 각자 관객의 귀를 붙들기 위해 노력했다. 객석의 문자투표 결과가 승패를 갈랐기 때문이다. 힙합 반주에서 프리스타일 랩 실력을 보여준 래퍼들은 국악반주가 나올 때마다 "내가 이 판소리 비트, 한 달 동안 들었는데 도무지 뭔지 모르겠어. 그냥 내 식대로 할게"를 입버릇처럼 말했고, 소리꾼들은 힙합 반주가 나올 때 "판소리에도 랩이 있어. 판소리의 매력을 보여줄게"라고 호언했다. 결국 최종 우승자는 소리꾼 중에서 나왔다.

토요일 오후에는 한국 재즈 보컬 써니 킴과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 벤 몬더의 듀오 공연을 봤다. 몬더는 재즈뿐 아니라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이나 시구르 로스, 라디오헤드 같은 몽환적인 록의 음향방법론에도 정통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앞에 놓인 장치에 실시간으로 녹음해 잔향으로 겹쳐 내는 써니 킴의 보컬이 여기 맞섰다. 이것 역시 합주이자 배틀과 같았다.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라지. 그래도 시간 예술의 살아 있는 충돌은 내 '리즈 시절'을 늘 지금이게 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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