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대한 무지·주변 무관심이 영아살해 불렀다

입력 2013. 9. 13. 13:43 수정 2013. 9. 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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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여중생이 화장실에서 갓 출산한 영아를 흉기로 살해하고 유기한 것은 성에 대한 무지와 주변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

A(13·중2년)양은 지난해 9월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만난 고등학생 이모(18)군과 수차례 성관계를 가지는 과정에서 임신했다. 이군이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는지는 더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A양은 성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이군과 1개월여에 걸친 성관계도 단순 호기심이나 반항심에서 비롯됐을 뿐 제대로 된 교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수사를 위해 이군의 신분을 물었지만 A양은 이름조차 제대로 대지 못했다.

A양은 성관계 후 생리가 멈추고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는 등 징후가 보였지만 '살이 쪄서 그렇다'고만 생각할 뿐 임신을 떠올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배가 아파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는 데 아이가 나와 당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해 출산 직전까지 임신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3살 여중생이 10개월간 임신을 하고 출산 후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두려움에 떨고 있어야했지만 이를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는 A양의 신체변화를 제때 눈치 채지 못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덩치가 큰 A양이 살이 찌자 "운동을 하라"고 조언했을 뿐이었다.

출산 2시간 전부터 제대로 걸음을 옮기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시작돼 전화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A양은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라"는 답만 들었다.

화장실에서 아이가 태어났지만 당시 집에 있던 A양의 아버지도 눈치 채지 못했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A양은 상담 등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해당 학교 교장은 "평소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A양이었고 생리나 신체변화에 대한 상담을 요청한 적이 없어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담당교사도 A양의 신체변화는 알았지만 '방학 동안 살이 쪘구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양은 범행 다음 날에도 평소와 다름 없이 등교해 수업을 받았던 터라 학교 측은 경찰 조사가 진행될 때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교장은 "교육부의 지침대로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문제가 없었는지 다시 점검해 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양은 조사 과정에 태연히 진술하는 등 자신이 어떤 끔찍한 일을 벌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듯 했다"면서 "스스로 몰랐던 임신과 주변의 무관심이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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