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 또라이 아냐?" 男육아휴직 2.8%

2013. 9. 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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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육아휴직은 남성이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권리"라며 "한국 아빠들에게 이런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아빠들요? 찾기가 쉽지 않죠. 남성의 육아 참여를 위한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한국의 사회문화는 제도를 전혀 따라가고 있질 못해요."

영유아를 돌보는 아빠,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을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사회 인식과 기업문화로 인해 남성의 육아 참여는 저조한 실정이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가 늘고 젊은 아빠들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육아를 부모의 권리로 받아들이는 남성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개최한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제도와 실행 효과' 행사에서 한국 사례를 발표한 홍승아(52)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육아휴직을 경험한 아빠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만난 홍 연구위원은 직접 나서길 꺼리는 18명의 남성을 대신해 그들이 느낀 문제의식과 개선 방향을 설명했다.

"이들 모두 남성의 육아휴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직장에서 받을 불이익을 상당히 두려워했어요. 어떤 아빠는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직장 동료로부터 '저 ×× 또라이 아냐? 먹고살만 하니까 저렇게 하는 거야. 너네 집 부자라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요. 인터뷰에 응한 아빠들 대부분 그들 직장에서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신청하며 저항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주변의 '놀랍다'는 반응과 달리 남성의 돌봄 권리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법적으로 보장돼 왔다. 현재 대한민국 남성은 배우자출산휴가(5일), 육아휴직(1년), 가족간호휴가 등을 사용할 수 있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에 여성의 무급 육아휴직제도가 명시된 뒤 1995년부터 남성 근로자도 이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2001년 모성보호 관련 3법이 개정되면서 무급에서 유급으로 전환됐고, 2008년 남녀 모두 1년으로 연장된 유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됐다. 1회에 한해 분할 사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남성의 참여율은 현재 극히 미미하다. 2003년 104명, 2008년 355명, 2010년 819명 등 그 수치가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전체 근로자 중 남성은 2.8%에 불과했다. 홍 연구위원이 만난 아빠들은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이어 경제적 이유를 원인으로 꼽았다.

"대출을 받아서 생활했다는 사례도 있었어요. 육아수당은 1년에 한해 기본급의 40%,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거든요. 여기에서 세금과 연금, 건강보험 등을 공제하면 실수령액은 60만원 정도 돼요. 어떤 아빠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남성은 자칫 육아의 행복보다 금전적 불행에 빠질 수도 있다'며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육아휴직 급여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사회보험, 휴직자 전용 대출 등을 국가가 고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스웨덴은 한국의 4대 보험(국민연금, 고용보험, 의료보험, 산재보험)에서 나아가 5대 보험의 하나인 '부모보험제도'를 갖추고 있다. 고용보험을 통해 육아휴직자를 지원하며 재정난에 시달리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은 따로 마련된 사회보험을 통해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육아휴직 제도에 '남성 할당제'를 도입해 남성의 참여율도 높였다. '남성 할당제'란 남녀가 함께 쓸 수 있는 부모휴가 중 일정기간을 아버지에게 할당하는 제도로 여성에게 양도할 수 없다. 따라서 남성이 사용하지 않으면 전체 부모휴가 기간은 줄어들게 된다. 이런 제도적 성과로 2008년 스웨덴 부모휴가 사용 비율은 남성 44%, 여성 56%로 비교적 평등하게 나타났다. '남성 할당제'는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독일·포르투갈·아이슬란드 등 6개 국가에 도입됐다.

"해외 사례처럼 제도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요. 아직도 남성 유아휴직 제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를 알리는 국가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스웨덴은 1970년대부터 남성들에게 육아휴직을 쓰라고 홍보해 왔어요. '대디 컴 홈'(Daddy come home, 아빠 집에 와)이라는 스티커를 온갖 곳에 붙여 놓고 공영방송에서도 이를 다뤘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부모휴가 제도가 서술돼 있지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성평등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빠들의 육아휴직 참여를 독려했어요. 그 모습이 정말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대통령의 국정 발표에서 남성의 육아휴직이 다뤄지는 게 한국에서는 상상이 되나요?"

수많은 차별과 불이익, 제약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에 참여한 남성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성취감과 함께 아이와의 관계에서 애착·교감을 느꼈고, 부부관계의 이해도 늘었다. 이들은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아내의 직장 여건과 건강 상태, 보육서비스 등의 문제로 휴직을 결심했다. "육아를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가치관으로 아이 돌보미를 자청한 아빠도 1명 있었다. 다음은 아빠들의 생생한 경험담이다.

"한 아이에게 온전히 구속되어 있는 상황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하는 건지, 해보지 않으면 못 느끼잖아요. 육아휴직을 통해 아내와의 이해도가 확실히 높아진 것 같아요." "제가 아이를 안고 있어서 팔목이 아프다고 하면 아내가 그런 저를 안쓰러워하면서도 엄청 좋아해요. 예전에 자기가 그렇게 얘기했을 때 제가 '뭘 그렇게 힘들어하냐'고 했는데 지금은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서 "또라이 아냐"라는 동료의 질책에 직면했던 남성은 희망적인 이야기도 덧붙였다.

"첫째 때는 (동료들이) 반대하기보다는 '진짜 그런 걸 해'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여자들은 이제 저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신청하게 됐어요. 후배들이 제게 '성지에 깃발 꽂았다'고 합니다. 다른 기관은 모르겠지만 저희 기관에서는 어느 누구도 (육아휴직 신청하는데)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요."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달라지면서 변화된 부분도 있다. 홍 연구위원은 "한 참여자의 경우 '현재 간부급을 이루고 있는 40∼50년대생이 물러나면 많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현재 20∼40대는 5일에 해당하는 배우자출산휴가를 대부분 사용한다. 1년짜리 육아휴직을 신청한 사람의 비율도 조금씩 늘고 있다.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이 고위 간부로 성장하게 되면 지금보다 직장문화가 개선될 것으로 홍 연구위원은 기대했다.

"지금의 50∼60대 남성은 부인이 애를 낳으면 '손목 한 번 잡아주고 오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젊은 남성들은 달라요. 배우자출산휴가도 대부분 경험하고 있죠. 이런 분위기 변화를 감안해 기업도 달라져야 해요. 출산·육아를 비용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숙련도 높은 직원과 지속적으로 일하는 방안으로 생각해야 해요. 저출산이 국가 문제로 떠올랐는데 빈민촌에 기부하는 것만이 사회공헌은 아니잖아요. 남녀 모두에게 육아휴직 권리를 주는 것도 사회공헌 아닐까요? 많은 남성들이 상사로부터 '니가 쓰면 다른 애들도 따라할 테니까 안 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요. 제가 만났던 스웨덴의 한 꼬마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빠의 육아휴직 기간에) 아빠엄마랑 함께 놀러갔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요. 한국 아빠들에게도 이런 권리를 돌려줘야 합니다."

글·사진=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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