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프락치 매수 공작" 국정원 "합법 감청이었다"

강인식 2013. 9. 2.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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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총선 출마했던 당원 지목"도박빚 갚고 잠적 .. 이민설 돌아"법조계 "돈 줬다해도 증거 효력"일각선 "잠입 녹음 땐 논란 소지"

통합진보당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달 28일만 해도 합정동 비밀회의에 대해 '아예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다가 녹취록이 나오자 '회동한 사실은 있지만 토론 내용의 왜곡'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다 1일엔 '국정원 프락치 공작설'을 들고 나왔다.

 이상규 의원은 국회에서 두 차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당원을 거액에 매수해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수년간 사찰하도록 했다"며 "국정원 댓글 조작도 모자라 프락치 공작, 정당 사찰을 벌인 데 대해 해명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합정동 비밀모임 녹음파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는 뜻이다.

 통진당이 지목한 A씨는 2008년 총선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했던 핵심 당원이다. 5·12 합정동 비밀모임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진당은 국정원의 녹취록이 내부고발자의 협조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보고 내부 색출작업을 벌여 왔다. 당 관계자는 " 참석자 가운데 도박으로 인해 진 빚을 갚고, 거주지를 이전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당원을 발견해 조사를 마쳤다"고 했다. 통진당 일각에선 A씨가 아파트에서 짐을 뺐고, 주변에 가족 이민설까지 도는 등 이미 잠적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즉각 '합법 감청'을 통한 증거 확보라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선 설사 돈을 주고 내부조력자를 통해 녹음파일 등을 확보했다고 해도 증거능력엔 큰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조세포탈이나 마약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내부조력자의 제보를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판 과정에서도 대부분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대검 공안부장 출신 A변호사는 "통진당 논리대로라면 포상금을 노리고 탈세사건을 제보하는 '세파라치' 등이 제공한 증거를 갖고 기소한 사건은 모두 증거 인정이 안 된다는 얘기냐"며 "국가보안법 23조에 법 위반자를 신고한 경우 보상하는 규정도 있는 만큼 먼저 돈을 지급했다고 해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 수사기관 관계자가 조직원으로 위장해 잠입하는 '언더커버(undercover)'를 활용해 수사하는 경우가 종종 나오지만 공안사건 실무에서는 신변 탄로의 위험성이 커 내부조력자를 포섭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안 검사 출신 B변호사는 "과거 공안수사 과정에서도 불법 사찰 논란 등을 제기하며 사건의 본질에 대해 '물타기'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통진당의 '프락치 공작' 주장을 일축했다.

 반면 민변 출신 C변호사는 "내부조직원이라 하더라도 모임 참가자가 아닌데 몰래 숨어 들어가 녹음을 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문제가 생겨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국정원 직원이 조직원으로 잠입해 정보를 빼온 경우에도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일반 회사에서 위장잠입해 정보를 빼낸 경우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법률 위반 등으로 증거능력이 인정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국정원 직원의 위장잠입은 무조건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법 규정이나 판례가 없어 증거능력은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인식·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강인식.박민제 기자 kang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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