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몰카범 잡는 '환상의 콤비'.. "짧은 치마 지켜본다고 오해도 받죠"
"다리 예쁜 아가씨들만 쳐다보니 변태로 오인받기 십상이죠."
지난 25일 오후 중국인 유학생 C(25)씨는 서울역 에스컬레이터 계단 위에 서 있는 여대생 주모(여·19)씨의 치마 속을 휴대폰으로 몰래 찍었다. C씨가 출구 쪽으로 빠져나오자마자 두 남성이 재빠르게 그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서울지방경찰청 13기동대 김영래(49) 경위와 양정우(36) 경사였다. 두 사람은 한 달째 휴일마다 서울 시내 지하철역을 돌아다니며 C씨와 같은 '지하철 몰카범'을 잡고 있다. 현장에서 잡은 몰카범만 14명이다.
두 경찰의 '무보수 몰카범 잡기' 작전은 양 경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지난 4월 중순쯤 양 경사는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몰카범의 범행 현장을 목격했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내가 경찰인데 어떻게 눈앞에서 범인을 놓칠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때부터 '몰카범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한 양 경사는 몰카범의 입장에서 어느 역, 어떤 각도를 선택할 것인가를 수없이 연구했다.
양 경사는 김 경위에게 동료가 돼 달라고 부탁했고 김 경위는 "추가 수당은 못 줘도 밥은 먹여주마"라며 흔쾌히 응했다. 김 경위는 지난해 여름 비 오는 날 위안부 소녀상에 우산을 씌워줬다가 한 차례 유명세를 치른 적이 있다. "팀장님이 원래 마음씨가 따뜻하고 정이 많다"는 양 경사의 칭찬에 김 경위는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딸들도 짧은 치마만 입고 다녀서… 다 내 딸 같으니까 걱정이 돼서 그렇지"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들에게는 사진을 삭제한 범인이 "증거를 대라"며 욕할 때보다 피해 여성이 수치심에 화를 낼 때가 더 난감하다. 범인의 눈을 따라 젊은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보게 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눈총을 받을 때도 많다. 그러나 이들의 진의를 이해한 여성들은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표한다. 김 경위는 지난 26일 엄모(여·17)양에게서 "이 더운 날 범인을 잡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손 편지를 받았다. 양 경사는 "매일 같은 지하철역으로 출·퇴근하는 피해 여성이 우리를 알아보고 손 흔들며 인사할 때도 있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피해 여성이 두 경찰관의 번호를 알아내 "고맙다"고 전화하면 이들은 조언 하나를 덧붙인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앞만 보지 말고 몸을 옆으로 살짝만 틀어도 몰카범은 슬며시 카메라를 내려놓는답니다. 예쁜 치마 입고 안전하게 다니세요!"
26일 오후 2시쯤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에서 만난 양정우 경사와 김영래 경위 두 사람은 휴일을 자진 반납하고 한 달째 지하철역에서 '몰카범'을 잡고 있다./채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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