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성폭행 피해아동 엄마 "저는 가해자가 아닙니다"

황보람 기자 입력 2013. 8. 29. 16:06 수정 2013. 8. 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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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딸이 성폭행 당하는 동안 엄마는 PC방에 가 있었다. 엄마는 게임 중독자였다. 성폭행범은 엄마의 '게임 친구'였다. 범행 당일에는 "딸 잘 있느냐"고 인사까지 나눴다. 그날 새벽 1시 쯤. 엄마가 게임을 하는 동안 집에서 자고 있는 딸아이는 '게임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지난해 8월 30일 발생한 일명 '나주 성폭행 사건'의 기사 내용이다. 자고 있는 7살 아이를 이불 째 보쌈해 가 성폭행한 흉악 사건. 아이가 당하는 사이 엄마가 PC방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화살은 부모에게 쏠렸다.

수백명의 취재진이 피해 아동의 집을 찾았다. 위성 사진으로 집과 PC방의 위치까지 비교했다. 집 안에서 아이의 일기장도 꺼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피해 아동의 부모가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캐물었다. 그렇게 엄마는 '게임 중독자'로 낙인찍혀 가해자가 됐다.

사건 1년 뒤 엄마가 입을 열었다. 사실 한 번도 입을 닫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제 정신 차렸냐?"고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

엄마는 자신의 말을 자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들어달라고 했다.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성폭력 2차 피해' 관련 토론회에서 엄마가 입을 열었다.

◇가해자와 게임 친구? 게임 폐인?

이건 아니라고 계속 말했어요. 그 누구 하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기사에 PC방 엄마 이렇게 났으니까. '아이를 방치한 엄마야' 그런 시선으로 이제껏 살았어요. 여러분들은 저에 대해서 아세요? 어떻게 알고 계시는지 묻고 싶어요.

저에 대한 기사를 올해 2월 처음 접했어요. 이제야 (내가) PC방 엄마고 가해자하고 잠도 잔 사람까지 된 걸 안 거죠.

고씨는 분식집을 하면서 두세 번 정도 떡볶이를 판 기억이 있어요. 대단히 알고 지낸 사람도 아니죠. 재판에 증인으로 갔을 때 판사가 계속 물어봤어요. 고씨하고 아는 사이냐고. 고씨에게도 물어보더라고요. 고씨도 왜 그렇게 기사가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저도 모르는데 자기가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판사에게 되물었어요. "판사님하고 두 번 재판하고 얼굴 보면 저랑 인맥이 됩니까? 지인이 됩니까?" 판사가 아무 말도 안하더라고요.

집에 컴퓨터 없는 분 손 들어 보세요. 저희 집에는 없어요. 아이가 넷인데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니까 컴퓨터로 할 숙제가 생겨요. 낮이고 밤이고 숙제를 하러 PC방에 갔어요. 남들 눈에는 그게 중독으로 보였나 봐요, 식구들이 자연스럽게 가서 아이들이 게임하고 싶다고 하면 가족끼리 앉아서 하고. 그게 나쁜 건가요? 언론은 저를 중독자로 몰았어요.

그 동네에는 게임방이 딱 하나밖에 없어요. 하나 뿐이니까 거길 갔는데. 고씨랑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게임을 즐긴 사이로 나왔어요. 저희 아이들이 그런 기사를 계속 봐요. 억울하대요. 엄마가 가서 이야기 하래요.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 옷 올리게 하고 사진 찍어…

저는 욕을 먹어도 싼데, 저희 아이가 발견되자마자 기자들이 병원에 들이닥쳐서 "아기야 옷을 이렇게 올려봐 저렇게 올려봐" 해서 사진을 찍은 게 있어요. 아이가 사건을 당하고 너무 무서운데.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한테 가서 옷 올려봐라 해서 사진 찍은 놈을 가장 잡고 싶었어요. 기자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도 그 누구도 사과한 사람이 없어요.

이 자리에는 저희 아이 때문에 나온 거예요. 처음 토론회장에 왔을 때 저에 대해서 한마디 기사라도 쓴 사람이 있으면 나가 달라고 하고 싶었어요. 진실을 쓸 건지 거짓을 쓸 건지 가식으로 쓸 건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제가 좀 잘 살았다면 과연 사람들이 이렇게 함부로 대했을까. 이사를 해도 계속 기자들이 와서 가만두지 않아요. 큰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인데 기자가 학교 찾아가서 (사건 당일에) 엄마는 뭐하고 아빠는 뭐하고 있었냐고 취재를 했대요. 그게 말이나 되나요.

저는 머리만 잘라도 욕먹어요. 나주 PC방 엄마니까. 사람들이 보면 "어머 어머니 머리 자르셨네요?" 이래요. 고까운 거예요. "네가 주제에 머리 자르게 생겼어? 신발 사게 생겼어?" 이런 식이에요.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일어나도 피해자를 보호해 줬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평생 간다고 봐요. 피해자는 가해자가 아니에요.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어요. 그런 사람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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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 brid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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