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성폭행당했다는 기사에 모욕·조롱.. 댓글로 능욕당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

이민석 기자 2013. 8. 2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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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女兒 성폭행 사건 1년.. 계속 신음하는 피해자 가족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가족은 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던 딸아이의 배에 복수가 차오르는 걸 붙잡고 밤을 새우며 버텼지만, 딸이 성폭행당했다는 기사에 모욕하고 조롱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걸 보면서 가슴이 무너졌어요."

전남 나주에서 일곱 살 어린이가 이불째 납치돼 성폭행당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지 오는 30일이면 1년이 된다. 지난 27일 서울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 A(38)씨는, 가족과 함께 잠들었던 딸이 새벽에 같은 동네에 머물던 고종석(24)에게 납치돼 성폭행당한 사실은 가족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가족은 동네를 떠나 이사했다. 현관문에 잠금장치를 4개나 달았지만, 딸은 계속 불안해했다. A씨는 "딸이 느꼈던 고통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씻어주기 위해 며칠이고 밤을 새우면서 옆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큰 고통이 이어졌다. 지난 4월 A씨의 큰딸(13)은 한 인터넷 카페에 '후원단체가 피해 가족을 위해 모은 성금 1억원을 엄마가 들고 도망쳤다'는 댓글이 올라와 있는 걸 보고 혼절했다. 둘째 아들(12)은 "왜 인터넷에 엄마와 고종석이 친한 사이였다는 가짜 글이 올라와 있느냐"며 울부짖었다.

화를 못 이긴 아버지는 분노 조절 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지난 6월 입원했다. A씨는 "큰딸이 '사람들이 왜 이런 거짓말을 만들어내느냐'며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통곡했다"면서 "딸아이가 처참하게 성폭행을 당한 것도 모자라 인터넷에서까지 능욕당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 B양은 이사한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A씨는 "학교에서는 별문제가 없어도 집에만 들어오면 옛날 기억이 나는지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 벽에 집어던지거나 갑자기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곤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피해자가 사고 이후에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2차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A씨는 매일 아이들에게 '절대 인터넷 댓글을 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들이 또 어떤 상처를 입게 될지 늘 가슴이 아프다"며 "더는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정부나 수사기관이 보호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A씨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딸은 강박적으로 방문을 잠그고, 가해자가 볼을 물어뜯어 남긴 상처에 실수로 닿기라도 하면 소스라친다. 딸과 우리 가족이 더 상처받지 않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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