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性범죄자 양산하는 '아청법'.. 과잉처벌 논란도

입력 2013. 8. 28. 01:39 수정 2013. 8. 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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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이하 아청법)이 수사기관의 과도한 법 적용으로 범죄자를 양산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아동 음란물 소지 및 배포자 등 처벌 사례를 보면 '이건 좀 심하다' 싶은 과잉 처벌의 경우가 적지 않다.

70대 할머니 A씨는 지난해 아청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신상정보등록 대상자가 됐다. PC방을 인수해 운영하던 A씨는 경찰 단속 중 PC방 데스크톱에서 아동음란물이 발견돼 입건됐다. 이 음란물을 컴퓨터에 내려받은 사람이 손님인지, 예전 주인인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책임을 물어 벌금형을 선고하고 20년간 신상정보를 등록하게 했다. A씨는 현재 PC방을 접고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잇고 있지만 여전히 6개월마다 경찰에 신상정보를 확인해줘야 한다.

20대 대학생 B씨는 최근 아동음란물 유포 혐의로 벌금형과 신상정보등록 처분을 받았다. 올 초 인터넷 파일공유사이트에서 영화·드라마를 무료로 볼 수 있는 '포인트'를 쌓기 위해 다량의 자료를 올렸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중에 음란물이 섞여 있었다. B씨는 포인트가 쌓이자 곧바로 자료를 삭제했지만 그 사이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포인트를 쌓기 위해 자료를 받아 올렸을 뿐인데 아동음란물이 섞여 있었을 줄은 몰랐다"며 "단 한 번의 실수로 20년간 신상정보를 등록하게 돼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30대 여성 직장인 C씨도 3년 전 B씨처럼 파일공유사이트에서 포인트를 쌓으려고 파일을 여러 편 올렸다가 그중 아동이 등장하는 영상물이 섞여 있어 최근 경찰에 적발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개정 아청법이 본격 시행된 2012년 이후 관련 사건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11년 106명(98건)이 검거됐던 아동·청소년 음란물 사범은 지난해 3272명(1823건)으로 30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8월 16일 기준 1691명(1570건)이 검거됐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청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에서 연락받은 사람들의 사연이 하루 수십건씩 올라온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법 개정 이후 적발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수사기관이 법을 너무 확대 적용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처벌 수준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많다. 아청법 위반으로 신상정보등록 대상이 되면 20년간 경찰의 '관리'를 받고, 심한 경우 신상정보가 주위에 고지되기도 한다. 6개월마다 경찰관과 면담해 신상정보 변경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박탈되며 10년간 교육기관과 의료기관 취업도 제한된다.

청소년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는 시민단체 '탁틴내일'의 이현숙 상임대표도 "사소한 위반자까지 신상정보등록 20년을 적용하는 건 가혹하다. 범죄 원인과 재범 가능성 등을 파악해 등록 기간을 줄이거나 면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현행 아청법의 가장 큰 문제는 실존 아동에게 아무 피해를 주지 않는 성인 교복물, 또는 애니메이션의 제작, 유통, 소지를 아동 성범죄로 처벌하는 것"이라며 "강간범은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아동 음란물 제작·유통·소지는 아동 청소년 강간과 동일하게 취급돼 5년 이상의 징역과 신상공개 20년, 취업규제 10년에 처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상정보등록 대상자를 관리하는 일선 경찰들도 문제점을 지적한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사소한 위반자까지 등록해 관리하는 건 행정력 낭비"라며 "이런 추세로 대상자가 늘다간 자칫 강력 성범죄자 관리가 소홀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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