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경찰, 대선 표심 겨냥했었나?



국회/정당

    경찰, 대선 표심 겨냥했었나?

    [국정조사 53일 결산]② 12/17 경찰 ‘중간수사결과’를 둘러싼 쟁점 정리

    국정원 국정조사가 23일 53일간의 일정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국조특위 소속 여야 위원들간 명확한 인식차이 때문에 결과 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세 차례의 청문회와 각종 기관보고 등에서 나온 증언은 오히려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CBS노컷뉴스는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언론의 시각에서 국정조사 보고서를 써보기로 했다. 몇 차례 나눠 게재될 이 보고서는 국회 청문회 속기록과 수사기관의 사건 기록, 경찰 감찰보고서 등 공식적으로 생성된 기록물 등에 근거해 핵심 쟁점들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편집자 주]

    지난해 대선은 이전 대선과 달리 막판까지 대접전 양상을 보였다. 대선결과를 자신 있게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대선 사흘전 발표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이른바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그 같은 대선 판도를 뒤흔들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당시 공표되지 않은 리얼미터와 방송 3사의 여론 조사결과를 보면, 문재인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가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 다시 꺾이는 이른바 골든크로스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며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경찰 발표가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자.(사진=리얼미터 제공)

     


    따라서 경찰이 어떻게 해서 ‘중간수사결과’ 라는 것을 발표하게 됐는지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핵심 쟁점가운데 하나였다. 경찰의 수사 개시부터 발표까지의 과정을 개략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터진 이후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때는 2012년 12월 13일이었다. 국정원 직원 김 모 씨가 자신의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임의제출(자발적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수사는 수서경찰서가 담당했다. 수서경찰서는 고발인(통합민주당)과 김 모 씨를 조사하면서 관련자료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 씨의 컴퓨터와 노트북을 이날 즉시 서울지방경찰청에 보내 디지털증거분석(이하 증거분석)을 의뢰했다. 분석을 의뢰하며 적시한 내용은 삭제된 파일 복구(txt파일 포함), 인터넷 접속 기록 복구, 인터넷 계정 및 닉네임 자료, IP변환기 사용, 외장장치 사용 기록 등이다. 그로부터 40 시간이 지난 무렵인 15일 새벽 4시 증거분석팀은 김 씨의 컴퓨터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증거를 확인한다.

    ○여론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 운영방식 등이 적힌 txt파일
    ○각종 아이디, 닉네임 40개
    ○수만 건의 인터넷 여론 사이트 열람 및 게시 활동 흔적


    증거분석팀은 이를 토대로 16일 밤 무렵까지 김 모씨와 그 주변인들이 몇 개의 인터넷 사이트에 집중적으로 들어가 선거와 국내 정치 이슈에 대한 게시글을 작성 및 게시한 사실을 다수 확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증거들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16일 밤 11시 ‘혐의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한다. 골자는 “디지털증거분석 결과 10. 1~ 12. 13 동안 ‘문재인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 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야당은 당시 경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며 관련자들을 추궁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아래는 각 쟁점에 대한 양측의 핵심적인 논거들이다.

    ◈여론조작 혐의 확인해 놓고도 ‘혐의 없음’ vs 분석범위에서 분석한 결과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증거분석팀이 밝힌 것 중 중요한 것은 txt 파일이었다. 여기서 발견된 ID와 닉네임 40개를 가지고 김 씨가 서 너 개의 여론사이트를 드나들며, 때로는 IP를 주소를 변경해가며 여러 게시글을 올리고 찬반 클릭 활동을 벌이는 비정상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한 사실을 증거분석팀은 확인했다. 당시 확인된 김 씨의 접속 회수는 ‘오늘의 유머’ 17,116회, ‘보배드림’ 1,348회, ‘뽐뿌’ 1,076회였다. 특히 김 씨가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 찬성 클릭을 한 것을 비롯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문재인이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이유’라는 게시글 등에도 찬반 클릭을 한 중요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 밖에 ‘추천 조작, 반대 조작 되었습니다’는 김 씨의 문서 다수도 확인했다. 이 문서는 김 씨의 작업 내역을 상부에 보고한 문서로 추정된다. 김 씨가 찬반 클릭을 집중적으로 벌인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는 찬반 클릭이 사이트 운영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반대 클릭이 많은 글은 사라지고 찬성 클릭이 많은 글은 머릿글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12월 16일 경찰의 ‘중간수사결과’에서는 이 같은 사실이 모두 누락됐다. 결국 서울지방경찰청이 김 씨가 여론 사이트에서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벌인 사실을 확인해 놓고도 이 사실을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는 고의로 배제한 만큼 이는 허위이며 날조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그 같은 분석 내용은 당시 분석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었다고 주장한다. 김병찬 전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은 19일 청문회에서 “국정원 여직원이 컴퓨터를 임의제출 할 당시에 임의제출서에 (분석 범위에 대해) 10월 이후 박근혜․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글을 올렸는지 여부로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결국 10월 이전의 선거개입 활동, 박근혜 문재인 후보에 대한 글을 작성했지만 게시한 흔적을 남기지 않은 행위, 그런 글을 열람한 행위, 그 같은 글에 대한 찬반 클릭 행위는 모두 ‘분석범위’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분석범위지정은 판례 vs 판례 왜곡

    임의제출물에 대한 증거분석 범위를 지정한 경찰의 행위는 정당한가? 이에 대해 김수미 분석관은 19일 청문회에서 “저희는 이미 전교조 압수․수색을 통해서 법에서 디지털 증거가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가 당연히 임의제출 범위의 한정 내에 있다고 이미 판례를 얻었습니다. 따라서 수색은 저희가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에서 전체를 진행해서 수색을 다 진행하였지만 저희가 결과를 도출해서 낼 수 있는 부분은 임의제출 범위의 한정 안에서만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증거분석범위 지정이 상부의 지시로 진행된 만큼 분석팀에서 이처럼 ‘판단했다’고 말한 것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권은희 과장은 “압수수색의 범위는 임의제출물이라고 해서 당사자가 임의로 지정할 수 있는 내용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형사소송법하고 판례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분석범위를 최종적으로 입안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최종 판단자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규명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병하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이 증거분석팀에게 분석범위 지침을 하달했다고 본 반면, 경찰의 감찰보고서에는 김병찬 계장이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16일 청문회에서 자신은 증거분석 범위에 대해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증거분석 범위에 대해 “경찰이 분석 결과를 왜곡 은폐하려는 논리 개발을 위해 국정원측이 김 모씨의 컴퓨터를 임의제출할 때 ‘10월 이후 3개월간 문재인 박근혜 후보 비방 지지글에 대해서만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대목에 주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팀 배제하고 서울청 주도로 발표” vs “모두가 공감해서 정상적으로 진행”

    경찰은 12월 16일 발표를 ‘중간수사결과’로 과대포장했다. 이날 발표는 어디까지나 수사팀인 수서경찰서가 수사지원팀인 서울경찰청에게 증거분석을 의뢰해 얻어낸 ‘분석결과’였을 뿐 수사결과는 아니었다. 이에 대해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19일 청문회에서 “당시 이 사건의 의혹을 밝히기 위해 다른 수사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며 “증거분석팀의 활동은 전체 수사에서 보면 수사의 단서를 찾는 활동이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권 과장은 이어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서울청 주도하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는 16일 몇 차례 회의를 통해서 서장님을 통해서 전달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저희 수사팀에서 증거분석 결과를 검토하거나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특히 “수사결과 발표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에 한정돼서 발표 권한이 있는 자가 정당한 목적으로 정당한 절차에 따라서 행해져야 되는데(그러질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용판 전 서울청장은 청문회에서 “거기에 대해서는 경찰청, 서울청장인 저, 수서경찰서장이 모두가 공감했고 같이했다.”고 해명했다.

    ◈수사팀 배제 vs 의도 없었어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서울경찰청이 수사팀을 시종일관 배제하려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사실 증거분석팀은 분석 초기 김 모 씨의 ID와 닉네임을 발견하게 되자 그 내용을 수사팀에 즉시 인계하기로 했다. 이들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CCTV를 보자.

    2012. 12. 15. 04:02
    (분석관1) 주임님 닉네임이 나왔네요
    (분석관 2명) 박수 짝짝짝

    2012. 12. 15. 04:09
    (분석관1) 이거는 수사팀에다 구두로 넘겨주자, 있는거가 중요하니까. 팩트만 넘기고.. 판단은 거기서 하게 합시다. 우리가 판단하지 맙시다.
    (분석관2) 일단은 내일 요거 뽑아서 넘깁시다
    (분석관1) 어렵게 가지 말고 쉽게 가자구요
    (분석관3) 한건했잖아 너 땜에..
    (분석관1) 그거 니꺼 찾아와서 로그인 찾아와서 국내사이트만.. 표시를 해봐
    (분석관2) 똥글뱅이를 칩시다, 다음에 계정은 무얼 찾겠다 관련글은 무얼 찾겠다.


    이들이 이 때 확인한 자료를 수사팀에 넘기려한 것은 통상적인 분석과정에서 증거 및 수사단서 발견 시 이를 신속히 수사팀으로 인계해 왔기 때문이다. 당시 분석관들도 이러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팀에 발견된 중요수사 단서인 ID․닉네임 등을 인계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저녁 무렵 180도 바뀐다. 12월 16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가 배포 직전까지도 수사팀이 증거분석 결과 보고서를 전달받지 못한 것 역시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보도자료가 공개될 무렵인 전날 밤 11시 무렵에야 도착한 증거분석 결과 보고서 내용은 ‘인터넷 접속기록, 키워드 검색, 최근 사용파일, 삭제된 문서 파일을 살펴보았지만 혐의사실 관련내용을 발견치 못하였다’는 내용이었다는 게 검찰의 전언이다. 야당은 이것이 당초 수사팀이 증거분석팀에 ‘삭제된 파일 복구(txt파일 포함), 인터넷 접속 기록 복구, 인터넷 계정 및 닉네임 자료’를 분석 의뢰한 사실, 실제 분석 과정에서 수많은 선거개입 증거를 확보한 사실 등을 상기해 보면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문제의 보도자료는 고도의 정치적인 계산이 개입돼 작성됐다는 것이 야당의 판단이다. 이날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외견상 수사팀이 소재한 수서경찰서에서 했지만 보도자료는 사실상 서울지방경찰청이 작성했다. 서울청은 보도자료 초안에 ‘문재인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 지지글에 해당되는 게시글이나 댓글을 발견하지 못하였음’이라고 적었다가 나중에 ‘문재인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라고 자구를 뜯어고쳤다. ‘게재한 사실’이라는 문구를 급히 삽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문회에서 전해철 의원은 초안처럼 ‘게시글이나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면 명백한 허위이기 때문에 ‘문제의 글을 <게재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교묘한 말장난으로 내용을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용판 전 서울청장은 청문회에서 “팩트가 절대로 허위로 하고 감추고 하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서울경찰철 디지털증거분석실의 CCTV (이상규 의원실 제공)

     


    ◈불순한 의도로 서둘러 발표 vs 정치권의 신속 발표 요구 때문

    문제의 중간수사결과는 대통령선거 사흘 전에 공개돼 대선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판 전 서울청장은 16일 청문회에서 12월 16일 날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사실은 분석 범위 안에서, 또 여야에서 빨리 발표하라는 그런 빗발치는 요구 속에서 경찰로서는 임의제출한 증거 분석 범위 내에서 불가피하게 발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검찰의 시각은 다르다. 검찰은 분석관들의 대화가 녹화된 증거분석실의 CCTV에 주목하고 있다.

    12월 15일 21:44
    (분석관1)“수서서에 가서 분석관 ooo과 분석관 ooo 둘이서 발표한데요”
    12월 15일 22:28
    (분석관1)“예상질문 좀 정리를 해 달라고 하셔서”
    12월 16일 01:16
    (분석관1)“그럼 그건 이제 수사팀의 몫이고...실제적으로 이거는 언론 보도에는 안나가야 할 거 아냐”
    (분석관1) “안되죠 나갔다가는 국정원 큰일나는 거죠. 우리가 여기까지 찾을 줄은 어떻게 알겠어.
    (분석관2) “우리가 판단하면 안되고, 기록은 (보고가) 올라가야겠지만, 안하겠지
    12월 16일 02:53
    (분석관1)“보시면서 코멘트를 달아 달라고 하시거든요.우리 쪽에서 답을 달아야 할 거 같아요”
    12월 16일 15:34
    (분석관2)“비난이나지지 관련 글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써갈려 그러거든요”
    12월 16일 15:44
    (분석관3)“여기에는 안들어 가지만 분석보고서에는 아이디와 게시글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에요?”
    (분석관1) “한글아이디 20개 영어아이디 20개 어디서 나왔냐...텍스트 파일 나왔잖그 것을 검색해 보니 아이디와 하나하나 매칭이 되었다...”
    (분석관2) “거기까지만 쓰는 거야”


    이 같은 대화는 증거분석실의 분석결과가 끝나기 전에 이뤄진 것들이다. 검찰은 이를 통해 분석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서울청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게시글 없다’는 내용으로 미리 결론을 내 짜맞추기를 했고, 이어 짜맞추기 결론에 대한 우려와 그 결론에 따른 보고서 작성 들을 논의한 사실이 이 대화를 통해 밝혀졌다는 것이다. 야당은 경찰이 대선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대선 시간표에 따라 사흘전 허위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15일 김용판 서울청장이 점심 때 청와대 부근 식당에서 4시간 가량 시간을 보낸 점, 이어 16일 낮 김무성 의원이 “댓글이 없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이야기한 점, 직후 박원동 국정원 국장이 김용판 청장에게 여러차례 전화한 끝에 오후 2시 무렵 통화한 사실 등을 들어 외부의 지시 내지는 압력으로 경찰이 서둘러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김용판 청장은 16일 청문회에서 박원동 국장과의 전화 통화에 대해 “제가 2시에 출근했기 때문에. 전화가 왔습니다. ‘참 조심스럽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전한다. 경찰이 과연 이것을 분석해 낼 능력이 있는지 우려하는 그런 이야기도 있고, 또 이것은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2, 3일이면 충분한데 그렇다면 경찰이 벌써 분석을 끝내 놓고 단지 정치권 눈치 보느라고 발표 안 하는 게 아니냐라는 이런 걱정을 하는 시선이 있더라’라고……”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은희 과장은 19일 청문회에서 “대선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별론으로 하고 중간수사결과 발표 행위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한 목적으로 하였음은 분명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키워드 축소는 사건 은폐 위한 의도 vs 효율적인 방법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서울청 증거분석팀이 증거분석 기법으로 4개의 키워드(문재인, 박근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를 이용해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사건을 분석한 부분이 논란이 됐다. 분석팀의 증거분석 활동이 서울경찰청의 설명대로 특정 범위 안에서 진행됐다면 키워드의 숫자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키워드를 결정하는 것 역시 수사팀의 의사가 배제됐다. 사실 키워드는 증거분석팀에서 먼저 수사팀에 요구했다는 사실이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경찰 감찰보고서를 보면 증거분석팀 임판준 경위는 분석에 들어가기 전인 13일 저녁 수서경찰서측에 “분석방향을 잡을 수 있게 키워드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돼 있다. 이 같은 요구로 수서경찰서는 1차로 73개, 2차로 27개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먼저 요구해서 이 같은 키워드를 받아 놓고도 증거분석팀은 그러나 자의적으로 4개의 키워드만을 골랐다. 지원부서가 수사팀의 의견을 묵살하고 마음대로 결정한 셈이다. 4개의 키워드를 선정한 당사자 역시 임판준 경위인 것으로 경찰 감찰보고서에 나와 있다. 이 감찰보고서에는 임판준 경위가 자신이 수서경찰서측에 요청한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해서 키워드를 자체적으로 선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임 경위가 13일 저녁에 수서경찰서에 키워드를 달라고 요청하고 12월 14일 저녁 20시 30분경 4개 키워드를 선정했다는 것인데 결국 24시간 전 자신이 한 말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한 것이다. 시간의 문제 뿐 아니라 경찰 기관간에 공문을 수반할 중대행위에 대해 기억을 못한다는 것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특히 그 자신이 먼저 키워드를 요청한 것이 분석관례에 따른 일상적인 업무였던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수긍이 어려운 해명이다. 서울경찰청이 15일 ‘키워드를 4개로 줄여서 다시 공문을 보내라’고 수서경찰서에 수차례 요청한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이는 기존에 수서경찰서가 보내온 키워드 공문을 대체할 새로운 근거를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한 꼼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꼼수를 써 가면서까지 키워드를 4개로 줄이려했던 배경에 상부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하는 대목이다. 분석팀이 4개의 키워드로 분석작업에 착수한 시간도 의문투성이다. 감찰조사를 보면 김병찬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이 12월 14일 오후 16시 20분경 장병덕 사이버수사대장을 찾아가 지시하고 이 지시에 따라 증거분석팀이 키워드를 4개로 축소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증거분석팀 분석관들은 검찰조사에서는 다르게 진술을 했다. 이병하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이 12월 15일 밤 8시에 분석범위 지침을 하달한 뒤 실행에 옮겼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경찰의 진술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오락가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수사발표이후에도 자료반환 거부 vs 바빠서 그랬다

    경찰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12월 16일 심야에 ‘중간수사결과’를 공개했다면 대선까지는 사흘간의 시간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사흘동안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수사와 관련해 별다른 진척을 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국정조사과정을 통해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의 방해가 있었다는 것이 당시 수사팀의 생각이다. 수사팀에 따르면 ‘중간수사결과’ 발표일인 17일, 오후 5시까지도 분석 자료가 도착하지 않자 수사팀은 분석자료의 반환을 서울청에 요청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 거부당했다. 이튿날인 18일 아침에도 권은희 과장은 김병찬 수사2계장 등에게 전화로 증거물 반환을 수차례 요구했다. 이 때 역시 묵살 당하자 결국 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공문으로 정식 반환 요청을 하기에 이른다. 이날 오후 5시에 결과 분석물이 도착하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키워드 검색결과가 빠져 있었다. 수서경찰서 사이버팀은 다시 서울청에 전화로 항의했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수사팀이 관련 결과물을 손에 넣은 것은 대통령 선거날인 19일 0시 38분 무렵이었다. 직접 서울청을 방문해서 자료를 확보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경찰의 감찰보고서에는 당시 서울경찰청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잘 드러난다. 17일 오후 5시 수사팀으로부터 처음 증거물 반환 요청을 전달 받은 장병덕 사이버수사팀장은 “자료를 봉인하고 외부로 반출을 말라는 수사과장의 지시가 있었다”며 자료를 반환해주지 않았다. 자료분석을 의뢰한 수사팀을 ‘외부’로 인식했다는 얘기다. 분석팀은 특히 해당 자료가 취합 및 정리되지 않아 돌려줄 여건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하기도 했다. 17일 새벽부터 이날 아침 예정된 언론브리핑과 이날 오후 4시에 진행된 서울청 기자간담회를 준비하느라 정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병하 수사과장은 18일 밤 자료 반출을 지시한 이유에 대해 “이날 밤 10시 무렵 본청 지능과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료일체를 반환할 것을 지시했다”고 진술해 사전 자료 취합 미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장 신청을 막았다 vs 격려했다

    지난해 12월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개입 사건을 놓고 불거졌던 또 다른 논란은 당시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수사 축소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전화는 민주당이 12월 12일 국정원 직원 김 모 씨를 공직선거법위반 및 국정원법위반으로 고발한 직후에 권 과장에게 걸려왔다. 논란의 핵심은 김용판 청장이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고려중이던 국정원 직원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지 말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전화의 성격에 대해 김용판 청장은 16일 청문회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직원들이 전날 밤에도 고생한 권은희 과장한테 격려전화를 좀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기 때문에 제가, 그 당시에 저는 아주 좋게 보고 있었습니다. 격려전화를 했습니다. 그야말로 격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당하되 신중하게 해라, 이런 흐름도 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권은희 과장의 19일 청문회 증언은 이와는 딴 판이었다. "12월 12일은 저희들이 그 문제의 오피스텔에서 철수한 이후에 새벽부터 수사팀에서는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는 방침을 정하고 그 준비를 하고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그것 때문에 지능팀 사무실에 올라가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전화를 직접 하셨고요. 통화를 해서는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지 말 것을 지시를 하셨고 그 근거로는 내사사건인데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맞지 않다라는 것과 경찰이 신청을 했는데 검찰에서 기각하면 그것 어떡하냐 이런 근거를 댔습니다." 결국 수서경찰서는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경찰청법에 의하면 청장도 일반적 지휘뿐만 아니라 다 지휘할 수가 있다”면서 청문회장에서 권은희 과장을 다그쳤다. 그러나 권은희 과장은 물러서지 않고 “경찰법상 의미하는 지휘는 일반적인 지휘이다. 구체적인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지휘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권성동 의원이 “저기 국정원 여직원이 무슨 컴퓨터를 제출한 것도 아니고 또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활동을 했다는 어떤 증거자료가 제출된 것도 아니고 진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 소명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영장을 신청하느냐? 당연히 기각이 된다. 그런 걸로 봐서는 본인이(권 과장이) 영장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권성동 의원의 질의는 시간초과로 끝나 권은희 과장은 이에 대해 대답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다만 경찰대학교 교수 출신인 표창원 박사는 이 같은 권 의원의 논리에 대해 “마치 골인을 넣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아예 슛을 쏘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수사 기록을 파기했다 vs 그건 오해다

    경찰이 받고 있는 또 다른 의심거리는 올해 증거분석팀의 증거인멸 의혹 행위다. 우선 증거분석팀의 증거분석 과정에서 나온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석자료 출력물의 행방이 묘연하다. 검찰은 이 자료들이 12월 16일 모두 폐기됐다고 보고 있다. 증거분석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에 대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검찰의 시선이다. 19일 열린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추궁됐다. 신기남 국조위 특위 위원장이 직접 심문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관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해 답을 한 증인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청문회 말미에서 최동희 분석관이 “이들 자료는 폐기되지 않았다. 수서경찰서에 인계했다”는 취지로 뒤늦게 답변을 했다. 그러나 답변은 거기서 멈췄고 신 위원장의 추가 심문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청문회 이후 CBS노컷뉴스는 최 분석관과 통화를 시도했다. ‘청문회에서 해당 자료를 수서경찰서에 넘겼다고 증언했는데 수서경찰서 누구에게 넘겼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분석관은 끝까지 함구했다. 심지어 ‘여자 경찰관에게 넘겼는지 남자 경찰관에게 넘겼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최 분석관은 “재판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한편, 올해 2월 4일 증거분석팀장으로 새로 전입돼 온 박정재 팀장의 행적 역시 수상하다. 박 팀장은 부임한 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증거분석팀을 이끌었던 김보규 팀장의 컴퓨터를 물려받았다. 그런데 해당 컴퓨터에 보관돼 있던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하나하나 삭제해 나간다. 그 개수가 3만개나 된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그는 문제의 파일을 삭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복구할 수 없도록 안티 리커버리(Anti Recovery)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기까지 한다. 이에대해 그는 청문회에서 “지적 호기심에서 한 행위”라는 검찰에서 진술한 변명을 되풀이 했다. 여기서 그의 음흉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그는 안티 리커버리 프로그램을 5월 13일 다운로드 받은 뒤 언제든지 엔터만 누르면 회복불능상태로 만들 만발의 준비를 해 놓는다. 그러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검찰의 압수가 개시된 올해 5월 20일 아침 9시 45분경 검찰수사관이 사무실에 들이닥치자 박 팀장은 엔터키를 누른다. 이 행위를 통해 1만 9800개의 파일이 영구적으로 사라진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