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떤 가수가 '일베'로 마케팅 하겠나?" (크레용팝 대표)

2013. 8. 2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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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나지연기자] "크레용팝은 보수 가수가 아닌 대중 가수다"

걸그룹 '크레용팝'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멤버와 소속사 대표가 쓴 글이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와 연관됐다는 게 표적(?)의 이유다. '일베' 논란은 크레용팝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의혹으로 번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표절 논란까지 번졌다.

결국 크레용팝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는 21일 오후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일베 및 표절 논란에 대한 해명이었다.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구체적인 해명에도 불구 '크레용팝=일베그룹', '크레용팝=표절그룹'이라 낙인 찍고 있다.

'크롬엔터테인먼트' 황현창 대표와 21일 오후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황 대표는 "세상에 어떤 가수가 '일베'를 마케팅 도구로 삼겠는가. 크레용팝은 대중가수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물론 섣부른 용어 사용은 정말 죄송하다.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해명했다.

크레용팝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이번 논란의 본질을 되짚었다.

☞ 일베 논란 :

지난 6월, 멤버 중 1명이 SNS에 "오늘 여러분 노무노무 멋졌던 거 알죠?"라고 썼다. '노무노무'는 '일베'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 비하 단어라는 사용된단다. 7월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사용한 '쩔뚝이'란 표현도 문제가 됐다. 이 역시 일베 용어집에 따르면 故 김대중 전 대통령 비하 단어다.

Dispatch (이하 D) : '노무노무', '쩔뚝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황현창 대표 (이하 황)

'노무노무'는 '너무너무'를 귀엽게 표현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비하 발언이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쩔뚝이' 역시 다리를 저는 멤버를 보고 무심결에 던진 말이다. 당시 (쩔뚝이라고) 방송된 영상은 내가 직접 편집했다. 만약 그 단어가 김대중 대통령 비하 용어라는 것을 알았다면, 당연히 자체적으로 편집했을 것이다.

D : 논란 후 한 멤버가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라고 다소 격앙된 해명을 했다.

황 :

경솔한 발언, 이유를 막론하고 사과드린다. 당시 '노무노무가 일베용어니 크레용팝도 일베다'라고 무턱대고 비난했다. 해당 멤버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고, 억울한 마음을 호소하며 해당 글을 남겼다. '악플' 또한 관심의 목소리일텐데, 연예인으로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 정말 경솔했고, 다시 한 번 죄송하다.

D : 그렇다면 크레용팝은 일베와 무관한가.

황 :

크레용팝은 '일베'를 알지 못했다. 일단 활동할 때는 핸드폰, 노트북 등을 반납한다.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들고 다니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 포탈에서 크레용팝을 검색하기도 한다. 그러면 여러 사이트에 게시된 글들이 한 번에 뜬다. 그것을 클릭해서 볼 때는 있다.

D : 멤버들은 아니지만 대표님은 자주 들어가는가?

황 :

과거 사진관을 운영했다.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면서 '일베' 뿐 아니라 '오유'(오늘의 유머), '웃대'(웃는 대학) 등 여러 커뮤니티를 봤다. 크레용팝 커뮤니티 게시판에 응원글이 올라왔는데, 해당 링크를 클릭하니 '일베'였다. 게시물 모니터 차원에서 해당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른 사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모니터링 차원에서 다 방문한다.

D : 일베에 감사한다는 글을 남겨 오해를 부추겼다.

황 :

크레용팝은 신인가수다. 관심을 가져주고 홍보해주는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그래서 DC에도, 일베에도 고맙다고 말했다. 크레용팝은 대중가수다. 보수그룹도 아니고 진보가수도 아니다. 그냥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려고 한다. 신인 가수가 정치색깔을 가진다는 것, 오히려 마이너스 아닌가. 전혀 예상치 못했고, 의도하지 않았다. 아니, 이런 일들은 예상하고 의도해선 안된다.

☞ 표절 논란 :

엎친 데 덮친 격일까. 최근 표절 논란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크레용팝의 콘셉트가 일본의 '모모이로 클로버Z'와 유사하다는 것. 의상으로 활용한 츄리닝, 헬멧을 쓰는 콘셉트, 가슴에 이름표를 붙인 장면이 똑같다는 지적이다. 실제 몇몇 네티즌은 두 그룹의 유사 무대를 캡처해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D : '모모이로 클로버Z'와 상당 부분 무대 콘셉트가 비슷하다.

황 :

연예 기획사가 처음이다. 크레용팝이 처음 키운 신인이다. 일본을 벤치마킹할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유쾌한 그룹'이 모토다. 대중에 즐거움을 주는 걸그룹이 하나 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발상에서 기획했다. 그게 츄리닝, 이름표 부착 등의 아이디어로 표현됐다.

D : 그렇지만 '츄리닝'은 비슷한데?

황 :

츄리닝은 오히려 'DJ D.O.C'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사실 크레용팝은 여자 디오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에게 유쾌한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게 시발점이다. 어느 날 디오씨가 츄리닝을 입고 무대에 오른 걸 봤다. 그 때 '걸그룹이 저렇게 한 적은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바로 '츄리닝' 패션이다. 오해하지는 말아달라.

D : '이름표'나 '헬멧'은 어떤가.

A.

크레용팝은 신인이다. 이름 알리는 게 절실하다. '이름표'의 경우 리허설 때 멤버 구분을 위해 착용했던 것이다. 그걸 보며 본방 때도 계속 차고 있으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제는, 그렇게 이름표를 차고 나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 멤버 얼굴과 이름을 매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헬멧'은 안무 회의 때 나왔다. 점핑을 할 때 어떻게 하면 돋보일까 생각했다. 그 때 두더지 게임이나 카트라이더가 연상됐다. 헬멧을 쓰면 안무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모모이로 클로버Z와 상관없는 무대 소품이다.

D : 그런 특이한 콘셉트가 크레용팝을 띄운 건 사실이다.

황 :

크레용팝이 알려진 건 단순히 특이해서는 아니라고 본다. 멤버들의 자신감이 시너지를 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억지로 이런 콘셉트를 짜고 멤버들에게 강요했다고 하자. 좋은 무대는 절대 나올 수 없다. 하지만 크레용팝은 달랐다. 본인들 자체가 유쾌하고 즐겁게 무대를 꾸렸다. 이런 자신감이 어필한 것 같다.

D :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의미는?

황 :

크레용팝은 어렵게 시작한 그룹이다. 사실 회사 자체가 신생이다. 멤버들도 이 회사에 지원할 때 고민이 많았을거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이루려 노력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하다보니 '유쾌한 걸그룹'으로 주목도 받았다. 서로 신뢰가 두텁고, 그래서 더 단단한 그룹이다. 일부 콘셉트가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과 결부시키진 않았으면 한다.

☞ 논란 본질 :

자, 여기서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베 논란의 경우, '분노'의 이유가 무엇일까. 일베 유저가 크레용팝을 좋아한다는 이유가 문제일까, 아니면 크레용팝이 일베 게시글을 읽었다는 게 문제일까. 또 아니면 '노무노무'라는 일베 용어를 썼다는 게 문제일까. 현재 의혹이 낙인을 찍은 상태다.

D : 여전히 일베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황 :

크레용팝은 대중가수가 꿈이다. 크레용팝을 좋아하는 팬들이 있다면 정치 색깔, 지연 연고에 관계없이 감사하다. 반대로 말해, 어떤 제작자가 일베만 보고 활동하겠는가. 트로트, 댄스, 발라드 등 장르의 구분은 있겠지만 특정 성향을 노리고 활동할 수 없는 것이다.

D :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을까.

황 :

만약 크레용팝이 인기가 있는 유명 스타라면, 자신의 성향을 표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신인가수이지 않는가. 이제 시작하는 그룹이다. 항상 '잘될거야, 뜰거야'란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섰는데 무슨 노이즈 마케팅인가. 나도 그렇고, 가수도 그렇고, 우린 경험이 없다. 논란을 이용하고, 또 그것을 견디고 극복할 노하우 자체가 없다.

D : 현재 일베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황 :

일베에 크레용팝에 관한 게시물이 있다고 하자. 그 댓글에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 '노무노무'에 대해서 지적을 한다. 이것이 대통령 비하발언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너무너무'의 귀요미 버전이구나 생각했다. 결론은 우리가 무지해서 그랬다. 숨은 뜻을 알았다면, 어떻게 그 단어를 쓰겠는가. 그 점은 분명히 반성하고, 또 사과드린다.

D : 일베와 관련된 비난, 본질은 무엇인가.

황 :

크레용팝이 일베를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인가. 혹은 일베 회원들이 크레용팝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인가. 첫 번째로 크레용팝은 일베를 몰랐다. 그리고 일베에게 감사한 게 아니라 크레용팝을 응원하는 팬들이 고마운 것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가수다. 절대 특정한 누구를 위한 그룹이 아니다.

D : 향후 크레용팝은 어떻게 활동할 예정인가?

황 :

어느 순간 의혹이 사실이 되어 있더라. 진실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면 알아줄거라 생각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욱 노력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유쾌한 그룹이 되고 싶다. 최근 우리 때문에 기분 상하신 분들이 많아 그게 안타깝고 속상하고, 죄송하다. 특별한 향후 계획은 없다. 계속 열심히 하겠다.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그런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크레용팝의 숙제다.

< 사진=송효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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