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서 日에 간 性매매여성, 벽지로 되팔린다

김기현기자 입력 2013. 8. 21. 14:01 수정 2013. 8. 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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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데려갔다 병들자 여권뺏고 시골에 넘겨

부양가족이 많아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J(여·30) 씨는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 지난 1월 브로커들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선불금으로 175만 엔(약 2000만 원)을 받고 일본 도쿄(東京)의 성매매 업소로 갔다.

그러나 건강이 안 좋아 성매매를 제대로 하지 못해 원금을 갚지 못하자 여권까지 빼앗기고 다시 시골인 미야기(宮城)현의 센다이(仙台) 지역으로 팔려가 성매매를 해야 했다. 이처럼 사채빚을 갚지 못하면 국내에서 시골이나 섬으로 인신매매되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성매매를 하다 다시 시골로 팔려가는 대규모 불법 성매매가 처음으로 적발돼 70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성매매 여성 중에는 연예인 및 레이싱 모델 출신까지 포함됐고, 국내 브로커들은 무속인까지 동원해 감언이설로 속여 여성들을 외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는 21일 일본에서 사채를 갚지 못한 성매매 여성들을 인신매매한 혐의(성매매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한모(여·32), 강모(55) 씨 등 해외 성매매업주, 국내 알선브로커, 악덕 사채업자, 일본비자알선브로커 및 위조책 등 5명을 구속하고 18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또 박모(여·27) 씨 등 성매매 여성 47명도 함께 입건했다. 직업소개소 업주, 유흥업소 직원, 사채업자 등인 국내 브로커들은 지난 2012년 2월부터 최근까지 여성들에게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외국 원정 성매매를 알선하고 현지 업주로부터 1인당 100만∼15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여성이 외국으로 가기를 꺼리면 무속인까지 동원했고, 미리 입을 맞춘 무속인은 '올해 삼재(三災)를 겪을 수 있지만, 외국으로 가면 대박 난다'는 등의 말로 여성들을 유혹했다.

이 무속인은 그 대가로 한 사람당 70만∼1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브로커와 무속인의 말을 듣고 외국으로 간 여성들은 상반신을 노출한 홍보 영상을 찍고 이를 보고 찾아온 현지 고객과 많게는 하루 10차례가량 성매매를 했다. 이들이 찍은 홍보 동영상에는 전직 연예인과 현직 모델까지 동원돼 미모를 자랑하는 모습이 경찰에 증거물로 압수되기도 했다.

또 유학생에서부터 전직 공무원, 운동선수는 물론 평범한 가정주부도 원정 성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여성들은 일본을 거쳐 미국, 호주까지 진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여성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유혹돼 외국 성매매를 했지만, 연리 346%라는 높은 사채 이자 탓에 빚을 갚는 데 허덕이는 여성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본에 집중됐던 원정 성매매가 호주와 미국, 유럽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국내외 브로커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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