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주의보' 기존 드라마와 다른 행보, 착한 드라마 공식 새로 쓰나

고재완 2013. 8. 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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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준 강소라 임주환(왼쪽부터) 사진제공=SBS

중년의 남자는 나이 어린 자신의 새 아내가 피임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레스토랑을 시작한 아내는 요즘 들어 자주 늦는다. 처음에는 레스토랑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했지만 자꾸 함께 일하는 젊은 남자가 눈에 거슬린다.

이쯤되면 보통 드라마에서는 금새 답이 나온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는 중년의 남자는 젊은 아내를 의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중년의 남자가 오해를 해 갈등이 깊어지가나 젊은 아내가 실제로 불륜을 저지른 상황이 등장한다. 일일극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SBS 일일극 '못난이주의보'는 다르다. 최근 극중 나일평(천호진)은 아내가 피임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불륜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아내 유정연(윤손하)이 자신과 자신의 딸 나도희(강소라)를 위해 더이상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미안해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못난이주의보'는 여러가지 에피소드에서 기존 드라마의 공식을 과감히 깨뜨리며 '착한 드라마의 공식'을 새로 써나가고 있다.

기존 한국 드라마에는, 특히 일일극이나 주말극에는 클리셰(진부한 표현 판에 박힌 문구를 의미하는 용어)들이 많다. 오죽하면 KBS2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의 제왕' 코너는 이같은 클리셰들을 모아 개그 코너로 만들기까지 했을까.

하지만 '못난이주의보'는 이같은 공식들을 다 뒤엎고 있다. '못난이주의보'에 출생의 비밀이란 없다. 공준수(임주환)의 형제들은 처음부터 다른 부모 밑에서 태어나 합쳐진 가족이다. 하지만 친형제보다 더 끈끈한 정으로 뭉쳐있다. 이 가족에게 비밀이라곤 공준수와 공현수의 비밀 뿐이다. 공준수와 나도희의 애정전선에도 오해나 갈등은 없었다. 공준수는 살인사건의 전과를 가지고 있지만 그런 것까지 나도희는 이해해주고 있다. 이들의 러브라인은 그저 자연스럽게 형성됐지만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못난이주의보'는 드라마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볼 때마다 새롭다. 항상 클리셰를 따라갈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내용을 비튼다. 그런데 그 방식이 굉장히 따뜻하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혀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사실 한국의 연속극 장르는 오해가 오해를 부르는 방식의 이야기 전개를 통해 발전해왔다. 어떤 새로운 오해를 만들어 내는가가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못난이주의보' 이후에는 그 방식도 서서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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