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김나운 집밥 논란, 누구의 책임인가

정덕현 2013. 8. 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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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친구들', 시청자가 이런 집밥을 기대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집밥 하면 누구든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있을 게다. 그건 아마도 다소 소박해도 그 마음이 먼저 푸근해지는 고향집 어머니가 해주시는 된장찌개에 고추 몇 개 놓여진 밥상일 것이다. 그것은 미각을 깨우는 엄청난 맛의 밥상도 아니고, 산해진미가 차려진 화려한 밥상도 아닐 것이다. SBS 주말예능 < 맨발의 친구들 > 이 새롭게 시작한 '집밥 먹기 프로젝트'는 과연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이런 '집밥'의 그림을 먼저 떠올려 보았을까.

< 맨발의 친구들 > 이 자작곡 만들기인 '마이 송 마이 스토리' 프로젝트를 끝내고(이것도 너무 서둘러 끝낸 면이 있다) 살짝 보여준 '집밥 먹기 프로젝트'에서 집밥 고수라며 김나운의 집을 찾았던 것이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내용이 이 프로젝트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기대감을 만들어야할 도입부에서 집밥의 의미를 살려주기보다는 지나치게 김나운의 집과 그녀가 갖고 있는 냉장고 음식들에 집중한 것은 적절했다 여겨지지 않는다.

폭포가 있는 집, 냉장고방이 따로 있고 그 안에는 무려 네 대의 냉장고가 음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그런 집을 보며 시청자들은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사실 한 쪽에 지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 위해 준비된 빈 통들을 두고 봤을 때 김나운의 집밥에는 분명 진심이 담겨있을 것이다. 연예인들 같은 직업의 특성 상 따뜻한 밥 한 끼를 챙겨준다는 그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나운은 그걸 하나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것은 제작진과 연예인들이 느끼는 것이지 이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것과는 그 체감이 다를 수 있다. 정서적으로 대중들은 연예인의 집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그것은 판타지이면서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방송에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연예인의 집 공개에 때때로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누구는 밥 한 끼 챙겨먹기도 힘든 마당에, 또 누구는 사람이 잘 방도 없는 마당에 냉장고방을 따로 두고 냉장고를 네 대나 돌리는 장면에 어찌 그저 감탄만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 장면들은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집밥'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집밥 먹기 프로젝트'가 나름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여겨졌던 것은 최근 들어 이른바 '먹방'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음식의 자극과 포만감만 점점 전면에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진정한 먹거리에 대한 접근방식으로서의 '집밥'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여겨진다. 제작진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MC들의 먹는 습관을 체크한 것은 현대인들의 잘못된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잠깐 보여준 이 프로젝트의 도입부는 이렇게 서민적인 집밥의 그림을 담아내기에는 정서적으로 너무 먼 느낌이다. 기획의도도 알겠고, 또 그 과정에서 '집밥 고수'로 선정되어 그 집을 공개하게 된 김나운의 진심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프로그램이 너무 시청자들의 정서를 읽지 못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것 역시 제작진의 실수로 여겨진다.

이것은 < 맨발의 친구들 > 이 여지껏 여러 차례의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아이템들이 어디서 많이 봤던 것들로 참신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가장 큰 것이겠지만, 아이템 선정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시청자들의 정서를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 아이템으로 시도되었던 '해외 프로젝트'가 실패했던 것도 해외에 나가는 것 자체가 로망일 수 있는 서민들에게 그들의 고생이 정서적으로 충분히 전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단점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치러진 다이빙 도전은 그러나 너무 타 프로그램과 유사한 접근 때문에 빛을 보기 어려웠고, 자작곡 만들기 프로젝트 역시 이미 < 무한도전 > 같은 예능에서 시도된 것의 반복으로 대중들에게 공감대를 주기가 어려웠다. 비슷한 아이템을 한다고 하더라도 접근 방식을 달리 하거나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을 구사해 나름의 차별성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 맨발의 친구들 > 은 위기 상황이다.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만의 정체성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먼저 우선해야할 것이 대중들의 정서를 어떻게 프로그램이 껴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해도 이 부분이 엇나가기 시작하면 호감을 얻을 수가 없다. 주말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획기적인 아이템 그 자체라기보다는 바로 이 대중정서를 함께 가져감으로써 확보할 수 있는 호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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