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女 수차례 성폭행한 50대, 시민단체 노력으로 9년만에 '징역'

장성주 2013. 8.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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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성주 기자 =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한 50대 남성이 한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9년 만에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박모(54)씨는 지적 장애가 있는 딸을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1일 자폐성 장애 1급인 A(22·여)씨와 그의 어머니가 장추련을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A씨가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성교육을 받던 중 9년 전 성폭행 당한 사실이 밝혀져 경찰에 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변호사 선임 등의 문제를 걱정했다.

장추련은 즉각 한 여성 변호사를 법률조력인으로 신청했다. 경찰에 박씨에 대한 구속 수사를 진행하도록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자폐성 장애의 특성도 함께 설명했다. 자폐성 장애는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굿 닥터'의 주인공과 같이 어느 한 부분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 거짓말을 꾸며내지 못하고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고 지난 2월 박씨를 붙잡혔다.

조사결과 박씨는 지적 장애가 있는 딸이 A씨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친하게 지냈고 A씨 부모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씨가 A씨를 성폭행 한 뒤 '비밀을 지켜라'고 약속을 강요해 피해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박씨는 2003년 11월 서울 송파구 자신의 집에서 놀러온 A(당시 12세)씨를 성폭행하는 등 이때부터 2004년 5월까지 모두 4차례 성폭행 한 혐의로 법원에 넘겨졌다.

장추련은 법원에 찾아가 불안에 떨고 있는 A씨와 그의 어머니를 진정시켰다. 또 법정에 증인으로 서 자폐성 장애에 대한 설명도 했다.

결국 법원은 진술이 일관되고 비교적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고 있는 점 등을 토대로 A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승욱)는 지난달 A씨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8년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12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나이도 어리고 자폐성 장애까지 있어 성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한 A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범행 사실을 비밀로 하라고 말하는 등 A씨의 장애를 이용해 범행을 은폐하려고도 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재경 장추련 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법원의 판결까지 사법당국이 장애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피해 여성의 인권침해 없이 권리를 잘 보장한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서울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사법당국이 법률조력인이라든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의사소통조력인이라는 권리를 잘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법당국이 변화해 장애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ufpi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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