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불꽃이 작렬하던 축제의 마지막 밤

2013. 7.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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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9일 월요일 맑음. 불꽃놀이. #68 Ash 'Shining Light' (2001년)

[동아일보]

28일 밤 안개비에 싸인 경기 안산시 대부도 하늘에 불꽃이 솟아올랐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 제공

지난 주말 경기 안산시 대부도에서 열린 안산밸리 록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거긴 안개의 섬이었다. 축제 첫날 초저녁부터 자욱하게 내려앉은 그것은 드넓은 대지를 울리는 음악에 희뿌연 장막이 돼줬다.

올해 낸 3집 표지에 안개에 포박당한 뉴욕의 마천루 사진을 내걸었던 미국 밴드 뱀파이어위크엔드가 무대에 오른 뒤 대부도를 감싸기 시작한 하얀 유령 같은 기운은 바통을 이어받은 영국 밴드 엑스엑스의 미니멀리즘 음악을 더욱 꿈처럼 만드는 묘약이 됐다. 영국의 노장 밴드 큐어의 3시간짜리 공연은 좀 지루하긴 했지만 이튿날 밤 등장한 미국 DJ 스크릴렉스는 우주선 조종석처럼 꾸민 무대에 올라 강렬한 전자음을 전자총처럼 쏴댔다.

축제의 주제가는 따로 있었다. 올해 그래미 신인상을 탄 미국 밴드 펀의 보컬 네이트 루스는 목캔디라도 장기간 복용한 것처럼 뻥 뚫린 목청으로 히트곡 '위 아 영'을 이번 축제의 주제가로 만들어버렸다.

비가 오락가락한 28일 밤 안개는 메인 무대에서 만들어졌다. 미국의 인더스트리얼 록(전자음악을 결합해 기계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록) 밴드 나인인치네일스가 4년 만에 들고 돌아온 신무기는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스크린들이었다. 이전부터 이들이 써온 얇고 투명한 '스텔스 스크린'은 곡 분위기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연주 중인 멤버들의 일그러진 이미지를 투사했다. 조명은 다양한 각도에서 비현실적인 그림자를 만들었고 '임신부나 노약자는 보지 말라'고 경고했던 격렬하게 점멸하는 섬광등도 악몽에 가담했다. 축제의 마지막 순서는 불꽃놀이였다.

2007년 7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 케미컬브러더스를 기다리던 와중에 시작된 불꽃놀이를 잊을 수 없다. 불이 꺼진 무대에서 영국 밴드 애시의 '샤이닝 라이트'가 터져 나왔다. '넌 나의 밝은 빛…'이라는 노래 위로 색색의 불꽃이 쏟아져 내린 그 밤.

시간의 안개에 수감돼 사라진 순간의 불꽃은 일생의 밤을 길게 가로지른다. 혜성 같은 소리의 빛과, 밤. ―안산에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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