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 영화 '명왕성'이 더 빛날 수 있었던 이유 [인터뷰]

박진영 기자 2013. 7.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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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저 나쁜 애 누구야?" 영화 '명왕성(감독 신수원)'을 본 관객들이라면 꼭 하게 되는 질문 중 하나다. 주연을 맡은 이다윗이나 성준보다도 더 관객들의 뇌리에 콕 박힐 수밖에 없는 악역 명호를 연기한 김권. 신선한 마스크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미움을 독차지한 이 신인 배우의 속내와 미래가 궁금해졌다.

영화 '명왕성'은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사립고에 존재하는 상위 1% 비밀 스터디 그룹과 그 그룹에 가입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년 김준(이다윗 분)이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63회 베를린영화제 특별언급상, 제1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영화평론가 심사위원상인 인디펜던트 부문을 수상했다.

김권은 극 중 자기중심적인 만년 성적 2등 명호 역을 연기했다. 명호는 비밀 스터디 그룹인 '토끼사냥' 멤버이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자란 학생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길 수 없는 전교 1등 유진 테일러(성준 분)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힘이 약한 친구들을 잔인하게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살인까지 저지르는 무서운 인물이다.

정말 현실 속에 저런 인물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악랄하게 그지없다. 이에 "정말 무서웠다"고 말하자 김권은 "그렇죠?"라며 크게 웃음 지었다. 사실 김권은 '명왕성' 촬영 전 2012년 방영된 KBS2 드라마스페셜 '소녀탐정 박해솔'에서 민수영 역을 맡아 소시오패스(타인의 아픔이나 감정에 공감할 수 없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연기한 바 있다. 심리나 행동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았던 수영과 명호를 연달아 연기해야 했지만 김권은 서로 다른 캐릭터를 완성하며 연기적으로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민수영 캐릭터를 잊고 했어요. 수영은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친구인데 머리가 비상했어요. 그리고 명호는 수영과는 확실히 다른 삶을 사는 인물이에요. 또 신수원 감독님은 힘을 좀 빼고 내추럴 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어요. 그렇게 명호 캐릭터를 만들어갔고, 수영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입시 실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보며 공부하고, 신수원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준비를 했다던 김권은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공감"이라고 대답했다.

"보통 어떤 캐릭터를 보면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 명호는 '진짜 왜 이렇게까지 할까' 싶죠. 그래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그런 부분이 제 자신에게도 숨겨져 있지 않을까. 만약 저 또한 입시 지옥의 경쟁 속에 내던져진다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행동하게 되는 본능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확장해 나가려고 노력했어요."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영화를 봤다던 김권은 "그 때 당시 1700석이 꽉 찼었어요. 부산에 있는 친구들도 티켓을 못 구해 영화를 못 볼 정도로 반응이 좋았죠. 그 안에서 영화를 보는데 얼굴이 시뻘개져서 고개도 제대로 못 들었어요. 아쉬웠던 부분이 참 많았죠. 관객과의 대화까지 해서 7번 정도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좀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폭탄이나 자동차가 폭발해서 뒤집어지는 장면은 비사실적이잖아요. 그렇지만 그건 감독님이 의도한 것이었어요. 유진과 준이 극 속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진학재 멤버들까지 인간적으로 보였다면 극의 주제가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조금 더 치밀하고 치열하게 행동을 하거나 혹은 조금 더 유연하게 표현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주황색은 빨강색과 노랑색이 합쳐져서 된 거잖아요. 그런 것처럼 하나만 표현하려 하지 않고, 이 방향 저 방향으로 표현해도 됐던 거죠. 지금이라면 조금 더 유연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김권은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지만 더욱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추가된 명호의 마지막 발악신과 과학 선생님에게 준의 포트폴리오를 받고 유진과 비교되는 등 열등감을 눈빛과 표정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영화를 본 친구들이 "메시지가 잘 느껴진다" "정말 좋았다"라는 평을 해줬다며 뿌듯해했다.

"사실 내용이나 표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긴 해요. 어떤 분들은 이런 것이 좋다고 하지만 또 어떤 분들은 이렇게까지 표현을 해야 했나 라고 하시죠. 받아들이는 건 관객의 몫이지만 메시지 전달을 하기 위해 감독님이 의도적으로 극적인 상황을 보여주신 거예요. 작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을 했고 모두가 땀을 흘리며 만들었어요. 그런데 입맛에 안 맞는다고 감정적인 악평을 남겨놓은 것을 봤을 때는 사실 속이 많이 상했어요. 결말 또한 그래요. 어른들은 지금까지의 사건들을 모두 나중에 알게 돼요. 감독님은 그런 어른들의 무능함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음습하고 늘 긴장감이 맴돌았던 극 분위기와는 달리 또래 친구들이 많다보니 그 어디보다 화기애애하고 즐거웠다는 '명왕성' 촬영 현장. 그렇다면 딱 봐도 모범생이었을 것 같은 반듯한 이미지의 소유자 김권의 실제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정말 무난함 그 자체였어요. 시험 때는 공부하고, 축구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죠. 제가 개그본능이 좀 있어요. 낯선 환경에서는 못 그러는데 친구들끼리 있을 때는 편해서 그런지 성대모사하고 짓궂은 장난도 많이 했죠. 인기요? 입 다물고 있는 학기 초에는 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 제 실체를 알고 나서는 그저 친한 친구로만 보더라고요. 그래서 저에 대해 모르는 후배들만 절 좀 좋아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러면서 김권은 선배 연기자와 소속사 대표 성대모사를 하며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실 중학교 때 김권의 꿈은 복싱 선수였다. 하지만 복싱을 하셨던 아버지의 반대로 복싱 선수에 대한 꿈을 접게 됐다. 대신 "연기를 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 당시까지만 해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연기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고 한다.

"물론 그 때는 겉멋이 더 컸겠죠. 그렇게 호기심을 가지게 됐고 이후에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을 많이 보게 되면서 무대 쪽으로 관심이 생겼어요. 하지만 섣불리 시작을 하는 것보다는 차근차근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극영화과에 진학을 하게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는 무대에서 자유롭게 놀아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가슴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또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연기 공부는 물론 노래 트레이닝도 받으면서 뮤지컬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렌트'나 '빨래'처럼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이 전 참 좋아요. 또 복싱이라든지 운동을 하는 캐릭터를 소화해 보고 싶어요. '전설의 주먹'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마지막에 한 방을 날릴 때 속 시원함이 있잖아요. 관객들이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또 인간적이고 재미있는 가족 이야기를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기도 해요. 그리고 갑자기 치질이 걸려서 걷지도 못한다거나 하는 시트콤 속 웃긴 캐릭터도 꼭 해보고 싶어요."

특히 김권은 송혜교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조인성과 같이 진한 멜로 연기를 꼭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송혜교 선배님은 정말 예쁘신 것 같아요. 보면서 정말 아름다우시다고 감탄했어요. 그리고 미쓰에이 수지씨도 좋아해요"라고 살짝 부끄러워하며 고백을 더했다.

최민식과 리버 피닉스를 존경하지만 롤모델이 있지는 않다. 다만 자신만의 색이 뚜렷하고 강해서, 그것이 메이커가 될 수 있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그런 배우가 되었을 때 대중들이 '저 배우가 촬영한 작품이래. 정말 보고 싶다'며 설레게 하고 싶고, 또 결과적으로 실망하지 않게 하고 싶다는 것이 김권이 가진 배우로서의 목표다.

"20살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연기자의 길을 걷고 또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제 스스로를 지키면서 당당하게 살자는 신조를 새기게 되더라고요. 물론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언제 어디서나 당당함 가득한 사람이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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