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投身 예고한 사람.. 그걸 찍고만 있었던 카메라
남성 인권 단체인 '남성연대' 성재기(46)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해 실종됐다. 성 대표는 '후원금 모금을 위해서'라며 투신을 미리 예고하고 남성연대 회원과 방송용 카메라가 촬영하는 가운데 투신했다. 경찰은 "성 대표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현장에 있던 이들에 대해 자살 방조 혐의 적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소방서는 이날 "성 대표가 투신했다는 신고를 오후 3시 19분쯤 받고 구조대원 70여명과 소방정, 헬기 등을 투입해 수색했으나 찾지 못했다"며 "장맛비로 흙탕물인 데다 유속이 빨라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소방서는 이날 오후 8시 55분 수색 작업을 중단하고 27일 재개하기로 했다.
성 대표는 투신 전 트위터를 통해 '투신해도 살아나올 자신이 있다'고 말했고 투신 직전에도 주변에 "전투수영으로 헤엄쳐 나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대표는 전날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남성연대의 급박한 부채를 갚기 위해 시민이 십시일반 1억원을 빌려달라"며 "돈 빌려 달라는 소리를 덜 구차하게 하려고 이런 짓을 한다는 정도로만 봐 달라"고 했다.
성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쯤 남성연대 관계자들과 함께 마포대교로 이동해 수심과 주변 상황 등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수상안전강사 자격증을 가진 박모(28)씨가 다리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어 오후 3시 16분쯤 성 대표의 트위터에는 '정말 부끄러운 짓입니다. 죄송합니다. 평생 반성하겠습니다'란 글과 함께 마포대교 난간 바깥쪽에서 난간을 잡은 손을 놓고 투신하는 듯한 장면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은 현장에 있던 남성연대 관계자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며 얼마 후 삭제됐다.
경찰은 전날부터 투신을 만류하기 위해 남성연대를 방문하고 마포대교 일대 순찰을 강화했으나 결국 투신을 막지 못했다. 경찰은 성 대표의 투신 현장에 있었던 사무처장 한모(35)씨와 박씨 등 4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성 대표가 완고해 말릴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한강 둔치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손 쓸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을 목격한 모 잡지 김모 기자가 촬영해 공개한 사진에는 남성연대 관계자 2명과 KBS 카메라 기자가 난간에 매달린 성 대표를 촬영하는 장면이 잡혔다. 자살 방조 논란이 일자 KBS 측은 "마포대교 남단에 있던 카메라 기자가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카메라를 든 채 뛰어가 상황을 살피는 사이 성 대표가 뛰어내렸다"며 "먼저 현장에 도착해 있던 취재기자가 3시 7분 투신 시도가 있다는 사실을 경찰과 수난구조대에 신고했고 투신 직후에도 한 차례 더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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