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세원 찾자] '부끄러운 세계 3위' 역외탈세

윤성환 기자 2013. 7. 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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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40년간 우리나라의 역외탈세 규모는 7790억달러(약 870조원)로 중국(1조1890억달러), 러시아(7980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였다. 이는 매킨지 수석연구원 출신 제임스 헨리가 국제결제은행(BIS)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재산 환수에 돌입하자 그의 장남 전재국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해당 회사가 탈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에 관해 수사 중이다. 최근 '뉴스타파'는 세계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로부터 받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자료를 분석해 전재국씨, 연극인 윤석화씨 등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 없다'라는 영미권 속담이 무색하게도 '역외탈세', '조세회피' 등 세금을 덜 내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과세의 빈틈은 더 커졌다.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반면 국가의 감독권은 국내로 제한돼 관리 감독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다자간 정보교환 협정'이 논의되는 등 국가 간의 '공조'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 역외탈세…세금 안 내려는 '꼼수' 백태

최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조세피난처'는 역외탈세의 대표적인 수단이다. 이들 조세피난처는 해외 각국의 조세회피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금이 전혀 없거나 매우 낮은 수준만 부과되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이 곳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우는 것 자체가 범죄는 아니다. 세금이 낮고 거래가 자유로운 장점 때문에 기업이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력, 사업의 유연성 강화 등에 유용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투명한 거래내역을 국세청에 신고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조세피난처에 각국의 법적 관할권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역외탈세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가장 고전적인 조세회피 방법은 거주지를 직접 이전하는 것이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고액자산가들이 싱가포르 등으로 주소를 옮기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법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세피난처를 활용한다. 다국적 기업은 상품 제조국가에서 판매 국가로 바로 가지 않고, 조세피난처에서 세운 자회사를 거쳐가는 방법을 택한다. 이렇게 되면 판매이익에 대한 세금을 조세피난처 과세당국이 주로 과세하게 되므로 낮은 세율로 수출하는 효과가 생긴다.

내수기업들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해당 페이퍼컴퍼니가 국내 모기업의 보증 아래 차입을 해서 국내 주식 등 투자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조세피난처를 활용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투자에서 발생한 소득이 조세피난처에 있는 투자자의 투자소득으로 인식되어 양도차익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지주회사를 조세피난처에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각국의 기업·금융 규제에서 벗어나 자회사를 운영할 수 있으며 배당소득, 특허권의 자회사 판매 등으로부터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덜 내게 된다.

◆ '뭉쳐야 걷는다'…세계 각국, '공조'로 문제 해결 나서

역외탈세는 국경 없는 자본을 국내의 법과 제도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은 '해외계좌 세금준수법'(FATCA)이란 제도를 들고 나왔다. FATCA란 미국 법인ㆍ미국인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회사에 미국인이 5만달러 이상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면 미국 국세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최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이 보다 한 발 더 나가서 전 세계가 비밀없이 계좌 정보를 공유하는 '다자간 정보교환 협정'을 확대하는 것에 회원국들이 합의했다. 앞으로 모든 국가 및 지역에 1~2년 안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강윤진 기획재정부 국제조세협력과장은 "FATCT는 양자협정이어서 미국만 혜택을 보지만 다자협정은 회원국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협정은 조세피난처 국가가 거부하면 맺을 수 없다. 다자협정도 마찬가지지만 강대국이 모여있기에 조세피난처 국가들이 만만하게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은 "정보교환협정은 역외탈세 해결에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협정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탈세자들이 부담감을 갖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자협정이 능사는 아니다. 다자협정은 국가들의 '자율권'이 원칙이기 때문에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만의 대응책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국세청이 주시하는 조세피난처는 총 62개국이다. 이 중 15개국과 금융 관련 정보교환이 가능한 상태이며, 16개국과는 협상이 완료되어 발효 절차가 진행 중이다. 19개국과는 정보교환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세청은 미국·영국·호주가 공동으로 조사한 조세피난처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해당 국가들과 교섭을 벌이고 있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국제적인 공조로 조세경쟁(경쟁적으로 세금을 내리거나 올리는 것)을 없애고 금융 정보를 공유한다면 지금보다 역외탈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올 수 있다"며 "그러나 과도한 조세 강화는 투자 기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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