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감옥 안가" 무차별 강-절도.. 면죄부 된 촉법소년法

2013. 7. 24.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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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세 소년 범법행위로 드러난 문제점

[동아일보]

현행법상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라는 점을 악용해 절도와 강도를 일삼아온 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만 14세 미만 미성년자에 의한 범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법은 옛 시대의 연령잣대에 얽매여 있어 범죄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

황모 군(13·중2)은 부모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키가 175cm나 될 정도로 조숙했던 그는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이모 군(15·고1)과 지난해 12월 2일 오전 1시 광주 동구의 한 슈퍼마켓에 들어가 현금 5만 원, 담배 3보루(시가 8만1000원)를 훔쳐 달아났다. 같은 달 17일에도 인근의 다른 슈퍼마켓 문을 부수고 들어가 금고에서 현금 7만 원과 담배 3보루를 훔쳤다.

용돈과 담배가 필요해 시작한 범행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갖고 싶은 물건은 훔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6월 15일 오전 1시 반 광주 동구의 한 정자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장모 씨(56)의 지갑을 털었다. 며칠 뒤에는 오전 3시경 인근 한 슈퍼마켓에서 주인 박모 씨(61·여)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담배 4보루를 훔쳤다. 6월 말에는 자전거보관대에서 30만 원 상당의 자전거를, 주차된 승용차에서 스마트폰을 훔치기도 했다.

7월부터 김모 군(15) 등 동네 학교 선배 3명이 가세했다. 이들은 7일 오전 3시 반경 이모 씨(60)의 금은방 유리 출입문을 벽돌로 부수고 침입을 시도했지만 경보장치가 울려 달아났다. 10일 오전 1시 반에는 곽모 씨(39·여)의 휴대전화 가게 출입문을 가위로 부수고 침입한 뒤 휴대전화 19대(1900만 원 상당)를 훔쳤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새 휴대전화를 싸게 판다'는 글을 올렸다가 광주 동부경찰서 형사들에게 붙잡혔다. 하지만 황 군은 소년법상 '촉법소년'이어서 형사 입건되지 않았다.

처벌 없이 풀려난 황 군은 이후 13일 동안 시내를 돌며 8건의 강도 및 절도행각을 벌였다. 범죄 면죄부를 받은 듯 거리낄 게 없는 범죄행각이었다. 12일 새벽 자전거 3대를 훔치다 다시 경찰에 붙잡혔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입건되지 않았다. 23일에는 강도로 돌변했다. 이날 오전 1시 44분 광주 동구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종업원 조모 씨(20·여)를 흉기로 위협한 뒤 현금 등 15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은 편의점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해 황 군을 다시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황 군이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저지른 절도가 28건이며 피해액은 총 25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게털이 13건, 자전거·오토바이털이 10건, 빈차털이 3건, 취객 지갑털이 2건, 강도 1건 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황 군은 '촉법소년은 입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선배들도 황 군이 처벌되지 않는 것을 알고 각종 범행을 시킨 것 같다. 선배들은 항상 망을 보고 실제 훔치는 건 황 군에게 시켰다.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데 처벌을 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촉법소년의 범법행위가 갈수록 다양화 흉포화하고 있지만 대안은 없는 상태다. 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2011년 9701명에서 2012년 1만3339명으로 37.5% 증가했다. 경찰청이 발간하는 '2011 범죄 통계'에 따르면 14세 미만의 범법행위자가 316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는 법원에 접수된 촉법소년의 30분의 1에 불과해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범죄자료를 작성하지 않아 관련 통계는 대부분 누락돼 있다"고 말했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촉법소년에 대한 형식적 보호관찰보다 '쉼터' 같은 민간 차원의 생활지도 공간을 통해 범죄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촉법소년(觸法少年) ::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범죄행위를 한 소년을 의미한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 능력이 없어 보호 처분을 원칙으로 한다.

광주=이형주 기자·조종엽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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