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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메카 디트로이트市 20조원 사상최대 부채로 파산

입력 : 
2013-07-19 15:59:38
수정 : 
2013-07-19 17: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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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인구 줄고 있는데 빚내서 SOC 투자
② 강성노조 반발 구조조정 표류
③ 정치인 포퓰리즘·부패도 `한몫`
"1977년 디트로이트에서 일하면 뉴욕 맨해튼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돈을 더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후 디트로이트는 산업이 몰락하고 비극적 역사가 버무려져 극단적으로 실패했다."

도시경제학 대가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미국 제조업의 심장 디트로이트가 망한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1950년대 자동차산업 메카로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디트로이트가 미국 최고 범죄율에 가난한 도시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디트로이트시는 지난 18일 결국 파산을 선언했다.

파산 규모만도 180억달러(약 20조원)가 넘어 미국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미시간주는 지난 3월 디트로이트시 장기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크라이슬러 파산보호 절차를 맡았던 케빈 오어 변호사를 비상관리인으로 선임하고 주정부 차원에서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다. 오어 변호사는 예산 삭감, 자산 매각, 공무원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며 디트로이트 경제 회생을 시도했으나 채권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파산에까지 이르렀다.

미시간주는 "디트로이트가 파산한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감소를 예측하지 못하고 방만한 재정을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디트로이트 인구는 1950년대 185만명에 비해 2010년 현재(71만명)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2000년 이후 26%가 줄었다.

인구가 줄어 세수가 감소하는데도 디트로이트시는 모노레일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데 돈을 썼다. 대부분 디트로이트시가 발행한 지방채, 주정부 보증채 등으로 빚내서 쓴 돈이다. 이렇게 악화된 재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직격탄을 맞았다. 2011년에는 주택 소유자 53%만이 재산세를 냈을 정도로 세원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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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실업률은 더 큰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주력 자동차 기업들이 쓰러지자 실업자는 늘어났다. 2009년 7월 디트로이트 실업률은 27.8%까지 치솟았다. 산업이 몰락하고 일자리가 없어지자 사람들은 디트로이트를 떠났고 범죄율은 점점 높아졌다. 디트로이트 범죄율은 미국 전체 평균에 비해 다섯 배가 넘어 대도시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정부 실정과 부패 문제도 디트로이트 파산 원인 중에서 빠질 수 없다. 1973년에 디트로이트 최초 흑인시장으로 당선됐던 콜맨 영 시장은 20년간 진보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지방정부 최초로 단독 소득세를 제정해 공정사회를 위해 애썼으나 결국 백인 중산층 이탈을 부추겨 디트로이트 몰락을 자초한 꼴이 됐다. 이후 2002~2008년 재임했던 콰메 킬패트릭 전 시장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최근 디트로이트 재정위기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 미국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은 디트로이트 몰락에 강성 노조도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인구가 63% 감소했는데 노동조합이 잘 조직돼 시 노동력은 40% 감소하는 데 그쳐 임금과 연금 부담을 억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디트로이트시 비상관리관인 오어 변호사는 지난 30일동안 연기금, 노조 등 채권단에 지방채 1달러당 10센트씩 손실 탕감을 요청했으나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파산 신청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은 한국의 지자체들에도 반면교사가 된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차지단체가 무리하게 SOC 투자에 나서 지자체 재정이 부실한 경우가 있어 디트로이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SOC 투자가 방만하게 투자를 위한 투자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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