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올킬' 다이나믹듀오, 자기복제와의 끊임없는 투쟁

2013. 7. 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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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오래 겪으면서 쌓여 갖추어진 권위나 위엄'이라 한다. 힙합계에서 이 정도 표현이 어울리려면 적어도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 쯤은 되어야지 싶다.

1년 6개월 만에 정규 7집 'LUCKYNUMBERS(럭키넘버스)'로 돌아온 다이나믹듀오는 '7월 가요대전'의 첫 번째 승자였다. 유행처럼 퍼진 '선공개'라는 일종의 묘수 없이, 타이틀곡 'BAAAM'(뱀)을 비롯한 수록곡 열 세 곡을 통째로 쏟아 부었다.

시쳇말로 '돌직구' 승부의 결과는 음원 차트 1위 '올킬', 그리고 일명 '차트 줄세우기'라는 기분 좋은 성적표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다이나믹듀오는 "한 곡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앨범을 전체적으로 밀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그 의도대로 되니 너무 좋았다. 선공개도 일부러 안 했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전 곡을 다 들어주신 분들이 많아 감사할 따름"이라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돌렸다.

'럭키넘버스'가 준 선물은 이뿐 아니다. 타이틀곡 '뱀'은 케이블,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당당하게 1위를 휩쓸었다. 팬덤 강한 아이돌 그룹도 쉽게 하기 힘든 '올킬'에 성공하다니. 앨범 타이틀 그대로 '럭키'한 행보다.

"앨범 제목 혹은 노래 제목 따라간다는 속설이 있잖아요. 이번엔 그런 의도도 갖고, 행운을 집어넣어보자는 마음으로 정한 타이틀이 '럭키넘버스'이기도 했죠."(개코) 그랬다. 이들에 음악을 한다는 일은 진정한 행운이었다. "내가 정말 즐기고 좋아하는 게 내 직업이라는 것,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죠. 음악 안에 있는 지금 이 모습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최자) 음악은 곧 행복이라고 입을 모으는 두 사람이지만, 때로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때때로 슬플 때도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그저 좋아하는 것으로 남겨둘 수도 있을 텐데 이게 직업이 되다 보니 그 안에서 스트레스 받기도 하죠. 음악을 하면서 치유도 받고, 스트레스도 받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개코) "자꾸 뽑아내기만 하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나오는 것도 새롭고 또 좋지만, 계속 뽑아내기만 하니 그 안에서 조합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최자) 그래서 이들은 음악 외에 각자 재미를 찾는 일이 따로 있다. 최자는 맥주 만드는 데 심취해 있고, 개코는 연식이 꽤 된 고령의 차를 싸게 매입해 복원하고 튜닝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단다.

"삶에서 재미있는 걸 찾고, 몰입하는 게 있어야 거기서 또 신선한 게 나오기도 한다"는 개코는 자신의 독특한 취미에 대해 "건강한 수준의 취미로 하고 있다"고 웃으며 강조했다.

늘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두 사람.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재미와 즐거움을 즐기자는 가치관이 점점 강화되는 건 다이나믹듀오 음악 스타일에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재미있는 건, 가장 힘들 때, 정말 과거만 보고 싶다거나 그런 현재를 도피하고 싶을 때 가장 큰 (음악적) 발전을 이뤘다는 거예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할 때 제일 좋은 게 나왔고, 이런 어려움이 좋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힘든 일들도 받아들이게 됐죠."(최자) 이들은 "우리에게 있었던 큰 굴곡들은 늘 다음 단계로 가는 원동력이 됐다. 팀 해체도 그렇고,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고. 그대로 가면 굳어지더라.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CBMASS에 이어 지금의 다이나믹듀오까지, 힙합 뮤지션으로 살아온 지도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겼다. 여전히 진행중인 행보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오선지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음악 그리고 이야기를 써내려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을까.

"우리 역시 계속 싸워야 하는 부분입니다.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우리도 본능적으로 느껴요. '아 우리가 지금 자기복제 하고 있구나'. 어떤 게 대중에게 먹히니까 계속 그 방식대로 가고 있지는 않나 하는 걸 자신에게 되물어보곤 하는, 그런 시기죠. 10년 넘게 음악을 하다 보니 어떤 공식도 생기고, 어떤 게 듣기 편하겠다는 것도 알게 되거든요. 우리도 몸으로 느끼고 있고, 때로는 대중이 먼저 느낄 때도 있죠. 그럴 때면 돌이켜보고 고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개코) "그걸 벗어나야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이 계속 들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그 기분과 싸우고 있죠. 쉽게 갈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서 계속 싸우고 있는데,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럴 거예요. 그건 우리의 과업이라고 생각해요."(최자) 최근 1~2년 사이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에 더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지만 그 안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면 그 역시 뮤지션으로서 고민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스타일의 유행에 따른 지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장르적 특징인 것이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겠지만, 결국은 대중과 (음악으로) 얘기하고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최자) "뭐랄까요 어떤 '형태'에 대한 고민이죠. 우리 앨범도 어떻게 보면, 방송 규격에는 맞지 않는 긴 길이의 곡들이에요. 그래도 그렇게 만들려 했던 것도, 형태적인 고정관념들이 우리를 계속 공격하더라고요. 몇 분짜리 곡을 어떤 템포로 만들어야 한다는 그런 형태. 하지만 최대한 우리를, 우리의 감각을 믿고 갔어요. 소스 하나 정하는 것부터 테마를 만드는 것부터. 완전히 주인이 되고 감독이 되어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갔습니다."(개코) 전작과 달리 다른 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그들이 주인이 돼 만든 앨범인만큼 애착도 크고 보람도 남다르다. "우리가 진짜 마음에서 시키는 것을 만들자 생각하고 만든 앨범이에요. 전문 편곡가들의 트렌드감도 좋지만 그렇게 만들고 보니 우리 곡 같지 않다는, 우리가 주인인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이번 앨범은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감독해서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신경 쓰자는 생각으로 완성했죠."(최자) 10년 넘게 음악을, 그것도 랩이라는 방법으로 무수한 '말'을 쏟아낸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렇게나 할 말이 많으세요?" "음. 같은 주제라도 나이에 따라 할 말이 계속 생기거든요. 나이가 들면 드는대로 또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죠. 특히 우리 팬들의 경우 비슷한 나이대이다 보니 공감대가 많죠."(최자) "같은 말을 해도, 분위기나 그런 것들은 무궁무진하거든요. 악기 선정이나 소리의 변화만으로도,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죠. 아직 음악적 호기심 많습니다."(개코) "이 정도 나왔으면 너네 '빨렸다' 그런 얘기도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했을 때 스스로 빨렸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 한, 그때까지는 계속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최대한 오래 그리고 재미있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최자) "우린 80대가 되어 휠체어 타면서도 '예~' 하면서 놀 생각이에요.(웃음) 그 땐 평균수명도 길어지니까 건강만 허락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오래 오래 음악 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개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아메바컬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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