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시위 조직화 조짐.. 제2 'LA 폭동' 우려

워싱턴 2013. 7. 17.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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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소년 사살한 지머먼 無罪 후폭풍.. 흑인단체 "20일 100개 도시서 대규모 시위"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조지 지머먼(Zimmerman·29) 무죄 평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흑인 인권단체들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전국 단위의 조직적 시위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 시위는 심각할 정도로 폭력적이진 않지만, 시위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지면 19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 같은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는 15일(현지 시각) 흑인이 주 청취자인 라디오방송 '톰 조이너 모닝쇼'에 출연해 "오는 20일 전국 100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일은 '지머먼 무죄' 평결이 나온 지 1주일이 되는 날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샤프턴 목사가 주도하는 인권단체 내셔널액션네트워크(NAN)가 전국의 연방법원 건물 앞에서 지머먼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했다. '일회성 감정 폭발'이 아니라 '조직적 운동'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샤프턴 목사는 "지머먼 무죄 평결이 나왔지만 절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미 전역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겠다. 이 분노는 며칠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시위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의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 50주년(8월 28일)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8월 말에 킹 목사의 연설을 기념해 워싱턴DC에서 흑인단체 등이 대거 참석해 대행진을 벌이는데, 이때 지머먼 사건이 주요 이슈로 부각될 수도 있다.

미국 최대 흑인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도 이러한 구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들은 평화적 시위를 다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흑인들이 평소 갖고 있던 불만까지 모두 표출하면서 시위가 과격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뒤에도 미국 내 흑인 실업률은 백인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고, 소득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며 "이번 지머먼 판결이 흑인들의 억눌렸던 분노, 좌절감을 자극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법무부는 '연방정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흑인인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이날 "연방 검찰이 이번 사건을 기소할 권한이 있는지와 기소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는 것처럼 비치면 불필요한 정치 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지 지머먼 사건

미국 플로리다주(州) 샌퍼드에서 자경단원 조지 지머먼(29)이 지난해 2월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당시 17세)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다. 마틴은 당시 편의점에서 음료수와 과자를 사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지머먼은 마틴의 공격에 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비무장이었던 마틴에게 총을 쏜 지머먼에게 13일 무죄 평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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