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國格 보여주는 선거벽보

2013. 7. 1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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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소녀상 말뚝테러했던 스즈키, 홍보물에 '위안부상=매춘부상' 표기

[동아일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매춘부상'이라고 주장하는 스즈키 노부유키 씨의 선거 벽보. 그는 지난해 6월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가했던 인물로 21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21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매춘부상'이라고 표기한 선거 벽보가 도쿄(東京) 도심은 물론이고 주택가 골목 곳곳에 나붙었다. 이 선거 벽보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에서 일본의 국격(國格)과 관련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선거 벽보는 지난해 6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한 극우단체 '유신정당·신풍'의 대표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48) 씨의 홍보물이다. 도쿄 도 선거구에 입후보한 그는 벽보 상단에 "2012년 6월 19일 한국 서울 일본대사관 앞 매춘부상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비(나무말뚝)를 동여맸다"며 "같은 해 7월 10일 한국 입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라고 적었다. 이어 자신의 얼굴 사진을 배경으로 이민 수용 반대, 일한 국교 단절, 핵무장 실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제적으로 여성 인권 침해 시비 논란이 될 수 있는 문구가 참의원 선거 벽보에 버젓이 올라 있는데도 이에 대한 제재나 처벌 규정은 없다. 일본 공직선거법은 235조에서 허위 사실 공표를 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주로 후보자의 학력이나 경력 등 신상에 관한 규제에 그치고 있다. 스즈키 대표의 선거 벽보를 문제 삼는 일본 언론도 없다. 스즈키 대표는 되레 자신의 블로그에서 선거 벽보가 훼손되는 사례가 많고 일본 언론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등 무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외교가의 한 인사는 "일본 사회 전체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인종 성 종교에 대한 증오 섞인 발언)'에 둔감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CESCR)는 5월 "일본은 헤이트 스피치와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에게 오명을 뒤집어씌우는 행위를 막기 위해 국민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교육하길 바란다"고 권고한 바 있다.

고교를 중퇴하고 건설회사 현장에서 일해 온 스즈키 대표는 지난해 9월에는 일본 이시카와(石川) 현 가나자와(金澤) 시에 있는 윤봉길 의사 순국비 옆에 나무 말뚝을 박았다. 윤 의사 유족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그는 한국 재판부에도 말뚝을 보냈다. 한국 법원은 10일 그에게 1000만 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각에서는 스즈키 대표가 지속적인 극우 퍼포먼스를 통해 정치적 지명도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7년 참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스즈키 대표가 이번 재도전에 당선될 가능성을 점치는 일본 언론은 없다. 5명이 선출되는 도쿄 선거구에는 스즈키 대표를 포함해 총 20명이 후보 등록을 해 경쟁률이 4 대 1이다. 6년 임기의 일본 참의원은 전체 242석으로 3년마다 절반인 121석을 대상으로 선거를 치른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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