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딸이면 성매매 허락하겠나" 강사 질문에 모두 침묵

곽창렬 기자 2013. 7. 1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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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매수자들 교육하는'존 스쿨'에 가보니..

"가족한테 안 들키려고 출근 복장 그대로 하고 왔죠. 대딸방에서 걸렸으니 운도 더럽게 없죠."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한숨을 쉬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는 얼마 전 경기도에 있는 한 유사 성행위 업소 속칭 '대딸방'에 갔다가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고 했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고 "운 없다.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가 이날 찾은 곳은 2005년부터 운영되는 '존(John)스쿨'이다. 안마시술소 등에서 성(性) 구매를 하다 적발된 초범이 재판에 넘겨지는 대신 재범 방지 교육을 받는 곳이다. 존스쿨이라는 이름은 미국 남성들이 성을 구매한 혐의로 체포될 때 자신을 가장 흔한 이름인 '존'(John)이라고 둘러댄 것에서 유래했다.

물론 그는 직장과 가족을 속이고 이곳에 왔다. 회사에는 "집안일 때문"이라며 이틀 동안 휴가를 냈고, 가족에게는 평소처럼 "회사에 간다"며 나왔다. 그는 흰색 와이셔츠에 갈색 정장, 구두 차림이었다. 그는 이틀 동안 함께 '등교한 다른 학생'9명과 별다른 인사를 나누지 않고 수업을 받았다.

기자는 법무부 동의를 얻어 최근 경기도에 있는 한 보호관찰소에서 진행된 존스쿨에 들어갔다. 이날 입교 대상자는 기자를 포함해 모두 13명이었다. 이곳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 이틀 동안 모두 16시간의 교육을 받았다.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학생'

오전 8시 50분이 되자 기자를 포함해 10명의 남성이 교실에 앉았다. 3명은 결석했다. 개인별로 자리가 지정돼 있었다. 모두 숨소리도 내지 않았고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옷차림은 각양각색이었다. 깔끔한 셔츠 차림에 구두를 입은 남성부터 모자를 눌러쓰고, 짧은 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사람도 있었다. 2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까지 나이도 다양해 보였다.

오전 9시 정각 보호관찰관이 신분을 확인했다. 이어 "대리 출석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게 되고, 수업 시간에 졸거나 휴대폰을 사용하다 수차례 경고를 받으면 퇴학당한다"는 등의 주의 사항도 전달했다. 간단한 설문조사도 있었다. "성매매를 할 경우 처벌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등을 묻고 있었다. 보호관찰관은 "여러분이 존스쿨에 온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범죄 경력이 남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첫 강의 주제는 '인권과 성매매 관련 법률 및 정책의 이해'였다. 강사는 "성매매가 불법인 줄 몰랐던 사람 손들어보라"고 말했다. 2명이 손을 들었다. 강사는 "성교뿐만 아니라 유사 성교를 하더라도 처벌을 받게 된다"며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성매매할 경우에는 신상 정보가 공개되고, 주거지가 공개되기 때문에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준다"고 강조했다. 학생 대부분 표정이 없었다.

쉬는 시간이 됐다. 각자 휴대폰을 쳐다볼 뿐 인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도 보였다. "친구 사이"라고 했다. 함께 성매매를 했다가 단속에 걸렸다는 것이다.

다음 수업에선 10분짜리 동영상이 상영됐다. 네덜란드, 일본 등 외국 성매매 현장을 소개했다. 강사가 "본 소감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영상 수업은 다소 역효과가 있는 듯했다. 한 남성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남성의 욕구를 해결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을 거 같다"고 했다. "선진국 일부는 공창제를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도 차라리 공창제를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남성도 있었다.

"피해 여성과 가족의 심정이 이해된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오후 수업의 주제는 '인권적 시각에서 성매매를 바라보기'였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소속 성매매예방교육 강사가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모든 인간은 생명, 자유 및 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세계인권선언 3조에 비춰보면 성매매 여성은 이 권리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 성매매 단속에 나섰던 경험을 전하며 "현장에 나가보면 포주(성매매를 알선하는 사람)들은 불법이 아니라고 펄펄 뛴다. 자신들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집을 빌려줄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발뺌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업에 귀를 기울였지만 때로는 언짢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 시간에는 교육을 받는 남성들의 상황극 연기가 펼쳐졌다. 강사가 상황극의 틀을 정해주면 학생이 연기자가 돼 자발적으로 연기하는 것이다. 40대 남성이 19세 여성과 원조교제를 하다가 적발돼 재판을 받는 상황이 주어졌다. 학생 10명은 각각 판사, 경찰, 업소 주인, 성 구매 남성과 가족, 성매매 여성과 가족 역할을 맡았다.

성 구매 남성 역할을 맡은 학생은 재판받는 현재의 심정을 묻자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게 부끄러웠고, 초조하다"고 말했다. 성 구매자의 아내 역할을 맡은 학생은 "피해 여성과 가족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 학생 역할을 맡은 남성은 "저 아저씨(성 구매자)는 따뜻해서 의지가 됐다"며 "저 아저씨도 마음고생 했으니 선처를 부탁한다"고도 말했다. 웃음소리가 들렸다.

상황극이 끝난 후 소감을 묻자 한 학생은 "실제로도 딸을 키우는 아빠인데, 딸이 상처 안 받게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반성했다. 다른 학생은 "아직 미혼이지만 딸이 있으면 똑같은 심정일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딸의 성매매를 허락할 수 있나?"

둘째 날, 오전 8시 50분쯤 학생 10명 모두가 일찌감치 등교를 마쳤다. 대부분 어제보다 표정이 밝아 보였다.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직접 돌보는 단체에서 일하는 한 여성이 강사로 나섰다. 성매매를 했던 19세 여성이 낙태할 뻔하다가 아이를 낳았는데, 여성의 엄마 역시 유흥업소 출신이라는 사연을 소개했다. 또 네팔 노동자의 아이를 낳은 여성, 성매매를 하다 공장 기숙사에서 혼자 아이를 낳은 여성의 사연도 전했다. 그는 "다른 집 딸이 성매매해도 괜찮다면 자신의 딸이 성매매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수업 주제는 '왜곡된 성 의식 바로잡기 및 상황별 대처 방안 수립'이었다. 각자 성매매 유혹에 빠져들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 어떻게 뿌리칠 것인지에 대해 말했다. 한 남성은 "1차 술자리가 끝나면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해서 10분 뒤에 귀가하겠다고 말해 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5시 이틀간의 모든 교육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됐다. 각자 수업 전반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대부분 "스스로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지만, 일부는 불만을 나타냈다. 한 남성은 강의 도중 성폭행과 아동 성범죄 등이 언급된 것을 두고 "우리는 성폭행을 하지도 않았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 구매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외부 강사가 모두 여성이어서 남성의 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남성은 "수업이 너무 포주(알선자)와 성매매 여성의 피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최근 성매매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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