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정사 낙태 대가로 받은 50억..공갈죄?

2013. 7.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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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과 배석판사들 '공갈죄' 인정여부 놓고 격론 벌여

[CBS노컷뉴스 박초롱 박지환 기자]

수천억원대 재산을 가진 자산가와 내연관계를 유지해오다 몰래 임신한 뒤 아이를 낳겠다고 통보한 게 공갈죄에 해당될까?

부장판사와 젊은 판사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의견 다툼이 벌어진 해당 사건 2심 판결이 최근 내려졌다.

◈ 등산모임에서 만난 '수천억원대 자산가'와 '미모의 여인'

A(47,여)씨와 B(60,남)씨는 지난 2004년쯤 한 등산모임에서 만나 내연관계로 발전했다.

B씨는 스포츠센터와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두 곳의 대표이사로 본인과 기업 명의 토지의 공시지가가 합계 1,000억원이 넘을 정도의 자산가였다.

공시지가는 실거래가보다 낮아 실제 B씨의 자산은 수천억원대로 추산된다.

B씨는 A씨에게 2007년쯤부터 매월 50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줬고 두 사람은 정기적으로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B씨는 A씨의 임신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태어날 아이와 A씨의 부양 문제는 물론 수천억원에 달하는 B씨의 재산을 두고 향후 상속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B씨의 뜻과는 달리 A씨는 2008년 5월부터 임신을 위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결국 2008년 11월쯤 A씨는 B씨의 아이를 갖는데 성공했다.

A씨는 처음에는 B씨에게 임신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B씨에게는 프랑스에 다녀온다고 거짓말을 한 뒤 혹시나 모를 유산을 막기 위해 산부인과에 입원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임신이 안정기에 접어든 2009년 1월에야 임신 사실을 B씨에게 고백했고, 이때부터 A씨와 B씨 사이의 다툼이 시작됐다.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B씨는 "병원을 알아봐줄테니 낙태를 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B씨는 변호사를 만나 임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상의하기도 했다.

지인 정 모 씨를 시켜 "애를 낳아서 뭐 좋을게 있나? 좋은 방법이 있지 않느냐"며 낙태에 대한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고 암시하기도 했다.

B씨의 계속된 낙태 종용에 화가 난 A씨는 정 씨에게 "그러면 100억원을 줄 수 있냐"고 반문하면서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했다.

B씨는 정씨를 통해 A씨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10억, 20억, 20억원 상당의 주택, 40억원 등 조건을 바꿔가며 협상에 나섰다.

A씨는 계속해서 낙태요구를 거절했지만, 결국 2009년 2월 말 "50억원 정도라면 낙태하겠다"며 제안을 수락한 뒤 50억원을 두차례에 나눠 전달받았다.

협상액을 낮춰 보려던 B씨와의 사이에 "애를 낳더라도 평생 돌아보지 않겠다"거나 "아이를 낳아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격한 말들이 오고가기도 했지만, 결국 A씨는 50억원을 받고 며칠 뒤 낙태를 했다.

이후 태도가 돌변한 B씨는 A씨에게 욕설을 하며 50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임신을 빌미로 돈을 뜯어내려 했다"며 공갈 혐의로 A씨 등을 고소했다.

◈ 최종 판단은 "비윤리적이지만 공갈죄는 성립 안돼"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공갈죄가 성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2심 재판부도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김주현 부장판사)는 "A씨가 B씨를 협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 측 항소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아이를 낳겠다고만 했을 뿐 B씨가 말하기 전까지 먼저 낙태를 조건으로 돈을 줄 것을 요구한 적이 없고, '시위를 하겠다'는 발언은 협상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우발적으로 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사회적인 망신이라고 생각해 50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하지만 A씨가 낙태한 직후 공갈죄로 고소해 임신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점, B씨가 상당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혼외자의 출생을 막고 싶어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부장판사들 "임신사실 위협적" 젊은 판사들 "애를 낳겠다는 건데?"

한편 2심 재판부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져온 남성에게 "(낙태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낙태를 하지 않고 애를 낳겠다"고 말한 것이 '공갈'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내부 논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건 재판부를 비롯한 법원내 부장판사들과 젊은 배석판사들의 의견이 엇갈려 따로 논의까지 한 뒤 의견을 다시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부장판사들은 수천억원대 자산가가 혼외정사로 임신 사실을 통보받은 것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공갈죄 성립 여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수천억원대 자산가란 점 등을 미뤄볼 때 금원을 노린 공갈죄로 볼 여지도 있지 않냐는 것.

반면 젊은 배석판사들은 "자산가의 아이에게 해를 끼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낳겠다는 건데 이를 공갈죄로 볼 수 있냐"며 "법원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 자체가 공갈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법원 내부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유명한 사건이었다"며 "부장판사와 젊은 배석판사들이 사건과 관련해 따로 논의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warmhearted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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