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돌멩이 하나 때문에.." 군에 억류된 5살 소년

김영아 기자 2013. 7. 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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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은 브첼렘이라고 하는 이스라엘 인권단체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올린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갈등하고 있는 서안지구에서 일어난 실제 상황입니다.

동영상 속에선 한무리의 이스라엘 군인들이 한 소년을 차에 실어서 어디론가 데려가려 합니다. 한눈에도 어려보이는 이 소년의 나이는 겨우 5살, 이름은 마스와데입니다. 총을 든 군인들의 차량 앞에서 마스와데는 두려움에 휩싸여 엉엉 울며 안타겠다고 버팁니다. 지켜보던 주민들도 나와서 군인들에게 사정을 하지만 결국 군인들은 마스와데 아버지까지 불러서 함께 차에 태우고 갑니다.

군인들이 마스와데를 끌고간 이유는 팔레스타인인인 마스와데가 이스라엘 군 차량에 돌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마스와데는 개에게 던진 돌이 실수로 군인 차량에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은 마스와데의 집을 찾아가 아버지까지 불러낸 뒤 함께 군 기지로 끌고갔습니다. 이스라엘 군은 이후 두 시간 동안이나 이들을 억류했습니다. '보호자'로 끌려간 아버지는 손에 수갑을 채우고 눈을 가린채 의자에 묶어두기까지 했습니다.

영상이 공개되자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비난이 들끓고 있습니다. 돌 하나 던졌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억류한 처사는 부당하다는 비판입니다. 더구나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의 형사상 책임 연령은 12세입니다. 마스와데의 나이는 고작 다섯살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성명까지 내서 비난을 일축했습니다. "마스와데를 체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고 내내 부모가 함께 있었"는데 뭐가 문제냐는 겁니다. 그러면서 "마스와데가 던진 돌 때문에 행인들이 위험했고" "지난 1~5월 사이 서안지구에서 비슷한 사건으로 이스라엘인 150명 이상이 다쳤다"며 마르와데 부자를 억류한게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스와데가 던진 돌이 얼마나 컸는지는 영상에 없습니다.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로 사람이 다치는 일이 자주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돌멩이 하나 던졌다고 다섯살 어린이를 군 기지로 끌고가서 아버지와 함께 두 시간이나 억류한 이스라엘 군의 대응이 정말 아무 문제 없고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요?

현재 이스라엘 영토의 대부분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던 지역입니다. 그 땅에 지난 1948년, 국제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서구 강대국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스라엘이 '건국'했습니다. 동시에 조상 대대로 그 땅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한순간에 나라 잃은 '난민'이 됐습니다.

그나마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영토로 남아있었는데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중동전쟁에 승리하면서 이 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했습니다. 이후 유대인들을 이주시키면서 이 지역에 이른바 '정착촌'을 건설중입니다.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서안지구에는 모두 482개의 유대인 '정착촌'이 있고 서안지구에 사는 유대인 정착자 수는 2011년 통계로 53만 7000명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서안지구 주민 대부분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국제법상 1949년의 이른바 '그린 라인'을 넘어 팔레스타인 영토에 세워진 유대인 정착촌은 모두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절대소수인 유대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 지역에 군을 주둔시키면서 무력을 앞세운 통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다못한 UN인권이사회는 지난 1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은 팔레스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정착촌'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청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스라엘은 전제조건 없이 즉각 모든 정착촌 건설 활동을 중단하고 모든 정착민들을 철수시키는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권 침해의 희생자가 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충분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즉각적인 구제조치"를 시행하라는 요구도 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자결권, 비차별, 이동의 자유, 평등권, 적법 절차, 공정한 재판, 임의적인 구금을 당하지 않을 권리, 신앙 시설에의 접근권, 교육, 물과 주거의 권리"같은 기본적인 권리마저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이 지역에선 심지어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 정착민에게 서로 다른 사법 시스템과 기준이 적용된다는 사실도 고발했습니다. 구체적인 통계자료도 덧붙였습니다. 2005년부터 2012년 사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폭력을 가한 정착민들은 91%가 기소 없이 풀려났습니다. 반면 정착민들에게 폭력을 가한 팔레스타인인들은 90~95%가 법정에 서야했습니다. 2012년 한해에만 4100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군 유치장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21명은 16살 이하였습니다.

보고서를 다시 찾아보고 나니 어쩌면 이스라엘 군의 항변이 맞는 말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섯달 사이에 이스라엘 사람이 무려 150명이나 돌에 맞아 다쳤는데, 감히 군 차량에 겁도 없이 돌 던진 팔레스타인 어린이 한 명 쯤 잡아서 억류하는게 뭐가 문제란 말입니까? '서안지구'에서요. 다섯살이면 어떻고 네살이면 어떻습니까? '서안지구'에서요. 죄 없는 아버지까지 데려가서 수갑 채우고 눈 가려서 묶어둔들 대체 뭐가 잘못됐단 말입니까? '서안지구'에서 말입니다!

동영상이 공개된 뒤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마스와데가 탄생하는 걸 막기 위해서 이젠 정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안지구에서 '정착촌'이라는 비극적이고 기형적인 마을을 없애야 한다는 거지요. 하지만…UN이 나서서 '정착촌'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UN을 주도하는 강대국 가운데 실질적인 '액션'을 취한 나라는 한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지난달, UN 보고서가 나온 지 불과 '다섯달' 뒤에 보란듯이 선언했습니다. "서안지구 정착촌에 1000채 이상의 신규 주택을 건설하겠다."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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