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女과외교사 '동거 제자 살해' 진실은 ?

이상원기자 입력 2013. 7. 10. 11:51 수정 2013. 7. 1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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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다른 여성에 빠지자 질투.. 뜨거운 물 쏟아붓고 골프채 살해

지난 6월 29일 인천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과외교사의 10대 남학생 제자 살해 사건은 여러 가지 궁금증을 줬다. 여교사는 동거하던 남학생이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해서 정당방위 차원에서 죽이게 됐다고 진술했는데 과연 그 말이 맞는 것일까. 사춘기 남자 고교생이 어떻게 20대 여교사와 함께 생활하게 됐을까.

문화일보가 이런 의문점에 대해 취재한 결과 경찰측은 이 사건이 성폭행에 대한 정당방위가 아니라 여교사의 엽기적인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경찰은 여교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에 주목한 후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해 수사를 진행했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기질을 가진 여교사가 함께 동거하며 가르치는 남자 제자가 다른 여성을 좋아하는 점 등을 시기한 나머지 뜨거운 물을 붓고 때려 숨지게 했다는 것이 경찰이 전한 숨은 진실이다.

◆ 사건 전개 과정과 여 과외교사의 정당방위 주장 = 인천 연수경찰서는 지난주 인천 연수구의 원룸에서 같은 집에 살면서 자신에게 과외를 받던 B(16·고교 중퇴) 군에게 뜨거운 물을 붓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A(여·29) 씨를 구속기소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6월 27일 B 군이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해서 정당방위 차원에서 끓는 물을 얼굴 등에 뿌리고 골프채 등으로 수차례 때렸다고 진술했다. 이 바람에 6월 29일 숨진 B 군은 파렴치한 성폭행범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A 씨와 B 군의 관계, B 군이 학교를 중퇴하고 A 씨와 동거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한 악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A 씨와 B 군과의 관계를 집중 추적, A 씨가 강원도 모 고등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가서 B 군과 알게 됐고 반에서 하위권을 맴돌던 B 군의 성적이 A 씨를 만난 후 7등까지 급상승했으며 B 군이 학교를 중퇴하고 A 씨를 따라 인천으로 온 후 4개월 정도 원룸에서 함께 동거하면서 A 씨에게 공부를 배웠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또 B 군의 부모가 매달 과외비로 A 씨에게 60만 원 정도를 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B 군이 부모의 묵인 아래 A 씨와 동거하면서 대입 시험을 준비해왔던 것이다. 이 같은 스승과 제자 관계는 사건 발생 전까지는 계속 유지되었던 듯하다. 그런데 B 군이 왜 갑자기 하룻밤 만에 야수로 돌변해 A 씨에게 달려들었으며 B 군은 A 씨가 뜨거운 물을 퍼붓고 폭행할 때 저항 한번 제대로 못했던 걸까?

◆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해 밝혀낸 제자의 억울한 죽음 = A 씨의 진술에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경찰이 그와 친지들 간의 전화통화 내역 조사를 마친 지난 5일을 전후해서다. A 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6월 27일 오전 1시쯤 B 군에게 뜨거운 물을 부었다고 진술했으나 그가 전날 오후 3시쯤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B 군에게 뜨거운 물을 부었다'고 고백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이때부터 프로파일링 기법을 이용해서 A 씨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A 씨가 26일 오후 3시쯤 냄비 2개에 끓이던 4ℓ가량의 물을 (저항하지 못하게) 누워 있던 B 군의 몸에 갑자기 쏟아붓고 골프채 등을 휘둘렀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또 B 군이 원래 사모한 교생 실습생은 A 씨가 아니고 A 씨와 함께 교생 실습을 나왔던 C(여) 씨라는 점, A 씨가 C 씨와의 만남을 주선해주겠다는 약속하에 A 씨와 B 군의 동거가 시작됐다는 점, B 군이 자신이 가르치려고 애쓰는 것은 알아주지 않은 채 C 씨에게 빠져지내는 것에 대해 울분을 느끼고 있었던 점 등을 밝혀냈다.

A 씨는 B 군이 화상으로 신음하다 감염 등으로 사망할 때까지 병원으로 데려가는 등 치료를 해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죽지 않을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A 씨와 B 군 가족의 상반된 태도 =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B 군이 3도 화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등 아직도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 같은 수사 결과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죽은 B 군의 가족과 친지들이다. B 군 가족은 최근 경찰 측에 "B 군이 (성폭행범과 같은)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인천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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