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변호사도 찰칵 '몰카 천국'.. 치마입은 젊은 여성은 모두 타깃

2013. 7.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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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계단을 주의하세요. 핸드폰을 들고 여성과 가깝게 가는 남자들은 일단 의심해야 합니다. 이번주엔 한강수영장에도 몰카범(몰래카메라 범죄자)들이 나올 겁니다." 8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강남역에서 '몰카범'을 단속 중인 강남경찰서 김용진(31) 경장은 속사포처럼 말을 이으면서도 지나는 행인에게 줄곧 시선을 고정했다. 김 경장은 강남역 10번 출구 계단 밑 벽에 기대어 행인들을 관찰했다. 폭우까지 내리며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자 김 경장은 땀을 흘렸고, 다리가 저리는지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오후 5시45분쯤 김 경장의 눈빛이 갑자기 빛났다. 계단을 올라가던 한모(36)씨의 손이 여성의 치마 밑을 지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김 경장은 재빨리 한씨를 따라갔고 스마트폰을 보자고 했다. 스마트폰은 동영상 촬영 모드가 실행 중이었다. 스마트폰 폴더 안에는 앞서가던 여성들의 치마 속을 찍으려 한 듯 여성 다리가 찍힌 동영상 여러 개가 발견됐다. 김 경장은 "스마트폰 렌즈가 부자연스럽게 치마 밑을 향하고 있어 이상했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한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한씨는 "일부러 찍을 의도는 없었다. 퇴근길이었다"고 둘러댔지만 "카메라 폴더의 다른 동영상들은 뭐냐"고 추궁하자 아무 말도 못했다. 김 경장은 얼마 전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걸으면서 지나가는 여자에게 버젓이 '못된 짓'을 한 명문대생 A씨를 현장에서 잡기도 했다. A씨는 김 경장이 핸드폰을 달라고 하자 완강히 거부하다 '여자친구에게 말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순순히 핸드폰을 내줬다. 김 경장은 "요즘 몰카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시계나 USB, 볼펜 형태가 있는데 신용카드에 카메라까지 설치한 것도 있다"며 "요즘 스마트폰 앱은 사진을 찍으면 저장 폴더 자체를 숨길 수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매의 눈처럼 행인들을 지켜보는 김 경장은 몰카 범행의 '3요소'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여성과 그 뒤를 따르는 남성, 그리고 남성의 손이다. 김 경장에 따르면 몰카를 찍는 사람들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주로 한쪽 무릎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거나 두 손을 모아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김 경장은 "손에 스마트폰이나 뭔가를 들고 있으면 일단 의심할 만하다"며 "피해를 입었을 때는 112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몰카범들은 주로 20, 30대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 일반 회사원 등이 많다. 간혹 50대 이상 남성도 검거된다. 몰카범들은 지하철역 계단이나 버스 정류장, 에스컬레이터, 길거리에 출몰한다. 김 경장에 따르면 몰카범이 좋아하는 여성 유형은 따로 없다. 일단 치마를 입은 20, 30대 여성이라면 모두 타깃이 된다. 치마가 무릎 위로 올라가거나 달라붙거나 상관없다. 요즘엔 레깅스나 스키니진, 핫팬츠 등도 모두 찍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 적발 건수는 2010년 1134건, 2011년 1523건, 지난해 2400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총 1569건이나 적발됐다. 주로 7∼8월에 집중된다. 최근엔 서울의 명문 사립대 교수와 변호사, 목사까지 몰카에 빠져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몰카 범죄는 최고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 글·사진=신상목 조성은 문동성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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