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비 맞고 싶으세요? 첫 10분은 피하세요

조문규 2013. 7. 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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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대원사, 2013

장맛비가 내리는 날. 물끄러미 처마 아래서 빗방울을 바라봅니다. 빗방울 사이로 달려오는 기억의 파편들. 아련한 슬픔으로도 미소와 환희로도 오버랩(overlap)됩니다. 잠시 무념(無念). 그러다 빗방울에 옷 젖듯 무채색(無彩色)의 상념(想念)에 젖어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래 붙들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 '비를 맞고 싶다.' 비를 맞으며 생각과 감정들의 침잠(沈潛)을 경험하고 싶어집니다. 영화의 한 장면. 누군가 기억될 그 장면 속 주인공. 상상이 여기까지 이르니 당장 빗속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문득. '비를 맞아도 되나? 산성비라는데…' '옛날에는 비를 맞아도 됐는데 요즘에는 맞으면 안 돼!'

 산성비에 대한 정의는 이렇습니다. '산성비는 고농도의 황산과 질산 따위의 산성을 강하게 포함하는 비. 수소이온농도지수(pH)가 5.6 이하의 비로서 석탄이나 석유가 연소할 때 생기는 황산화물 및 질소산화물이 비에 녹아 일어난다. 육지와 물을 산성화하고 토양을 변질시키며, 삼림을 말라 죽게 하는 등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

 pH는 용액의 산도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0에서 14까지 숫자로 표현합니다. 7이 중성입니다. 0에 가까울수록 강한 산성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매월 전국 41곳에서 비의 산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서울(불광동 기준)의 경우 빗물 평균산도가 2009년 pH 4.7, 2010년 pH 4.6, 2011년 pH 4.5, 2012년 pH 4.6이었습니다. 올해 1월은 pH 4.8, 2월은 pH 4.5입니다. 연평균으로 봤을 때 지난해의 경우 인천이 pH 4.5로 가장 숫자가 낮았고, 경기도 이천이 pH 5.9로 가장 높았습니다. 4년 동안 전국 비의 연평균 pH는 4.3~5.9 사이였습니다. 서울의 경우도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비의 연평균 pH는 4.4~4.8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비는 모두 산성비입니다.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에 따르면 처음 내리는 빗물의 pH는 4.5~5.6으로 산성이라고 합니다. 이 숫자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우리나라 자료와 비슷합니다. 비는 전 세계 어디서나, 예나 지금이나 모두 산성이었고 지금도 산성이라고 합니다. 빗물의 산성도를 쉽게 비교하면 대부분의 탄산음료 ph 범위는 2.4~3.4입니다. 샴푸·요구르트·오렌지주스 등의 pH는 3점대입니다.

 빗물연구센터 송현근(27) 연구원은 "샴푸가 빗물에 비해 산도가 100배쯤 강하다(pH 1과 pH 2는 100배 차이입니다)"며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이 맞다면 매일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빠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감기만 조심하라고 합니다. 송 연구원은 "비가 내리는 처음 10분 동안은 먼지나 대기오염물질이 섞여 있다"며 "이 시간이 지나고 내리는 비는 맞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청심국제병원 블로그(http://blog.csmc.or.kr/120193145081)에 '환경오염과 건강(대기오염, 산성비)'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6월 30일 올려진 글에 의하면 산성비 자체에 의한 직접적인 건강 영향은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산성비를 맞거나 산성비로 인해 산성으로 변한 호수에서 수영을 하더라도 인체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영향은 없습니다. 산성비를 구성하는 물질인 아황산이나 질소산화물에 의해 생긴 황산염과 질산염은 폐의 하기도(Lower Respiratory Tract, 호흡공기가 지나는 통로의 아랫부분을 지칭)까지 도달해 천식과 기관지염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빗물연구센터는 천식과 기관지염 유발에 대해서도 비가 시작되고 10분 이상 지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쯤 되니 믿음이 생깁니다. 산성비를 맞았다고 두고두고 신경 쓸 필요까지는 없을 듯합니다. 마음의 부담을 덜고 나니 내리는 비가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글=조문규 기자 < chomgjoongang.co.kr > 사진=조용철 기자

조문규.조용철 기자 chomg@joongang.co.kr

▶조문규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homgy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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