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신고 다음날 "보고 싶어∼"..무고로 입건
강간 혐의 피소 男 통화내용 제출하며 맞고소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지난달 26일 새벽 1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클럽.
사촌동생과 함께 클럽을 찾은 A(28·여)씨는 '즉석 만남'을 갖고 함께 술을 마신 파키스탄인 B씨(24) 등 2명과 함께 클럽을 나왔다.
A씨는 일행에게 술을 한잔 더 하자고 제안했다. 모텔에서 술을 마시고 일대일로 짝을 맞춰 같이 잠자리를 하자는 말도 은밀히 전했다.
B씨는 7천원이 들어 있는 지갑을 열어 보이며 "지금 돈이 이것뿐이다. 괜찮으면 차라리 우리 집으로 가서 술 한잔 더 하자"라고 제안해 이들 4명은 모두 인근의 B씨 집에서 또 술자리를 갖게 됐다.
이미 클럽에서 적지 않은 술을 마셨던 터라 취기는 빨리 올랐다. A씨, B씨 이외에 함께 술을 마시던 2명은 먼저 자겠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A씨와 B씨는 이후에도 계속 술을 마셨고 정신은 점점 흐려졌다.
두어 시간 뒤 A씨와 B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들은 B씨의 집이 아닌 경찰서 강력계 조사실에 있었다.
A씨가 무슨 이유에선지 B씨와 시비를 벌이다 "B씨에게 강간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A씨와 B씨 모두 필름이 끊긴 터라 경찰 조사는 난항을 겪었다.
A씨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일단 성관계를 맺고 나서 싸운 기억이 있다는 이유로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피해자 진술이 더 중요한 성범죄 특성상 강간 혐의로 입건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루도 채 되지 않아 A씨가 B씨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문자를 보내면서 사건은 반전됐다.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나온 날 저녁 A씨는 B씨에게 "자기야, 어디야?, 보고 싶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함께 모텔로 가 성관계도 맺었다.
강간 피의자가 될 뻔했던 B씨는 누명을 벗을 기회라고 판단, 문자 메시지와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했고 이를 근거로 A씨를 무고로 맞고소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B씨가 제출한 자료 외에도 이들 두 사람이 모텔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하고 결국 A씨를 무고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반나절 만에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고 말았다. A씨는 과거 위증 전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은 무고로 피소된 이후에도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여자가 남자에게 그날 저녁 전화를 안 했다면 남자만 입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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