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홍보원은 왜 연예병사에 절절매는 걸까?
연예병사(국방홍보지원대원)의 안일한 복무 실태가 공개되면서 이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며 규정 위반을 눈감아주고 있는 국방홍보원의 태도가 비난을 받고 있다.
2일 SBS '현장21'은 연예인인지 군인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연예병사의 복무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달 25일 일부 연예병사가 안마시술소에 출입하는 장면을 내보내 파문을 부른 '현장21'은 이날 방송에선 각종 특혜를 당연하다는 듯 누리고 있는 연예병사들의 적나라한 일상생활을 공개했다.
연예병사들은 평소에도 사복 차림을 하고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출근하는 등 일반병사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편하게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일과시간이 아닌 밤 10시 이후에도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편의점에 들러 술을 사가는 것은 물론 군 기강을 무시한 채 서로를 '형' '동생'으로 불렀다.
전 국방홍보원 관계자 A씨는 "연예병사들은 사제 러닝셔츠 하나에 군복 바지를 입고 설렁설렁 다닌다. 연예병사들이 사용하는 체력단련실도 말이 체력단련실이지 거의 노는 곳이나 다름없다. (체력단련실에는) 대형 TV가 하나 있고 과자부터 모든 게 다 구비돼 있다. 호화스러운 숙소나 다름이 없는데 원래는 내무실을 거기(체력단련실 쪽으로)로 옮기려 했다"고 폭로했다
국방홍보원이 연예병사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씨는 "(연예병사가 법인카드로) 택시 결제를 했기에 영수증을 요구했더니 없다고 해서 받을 수 없었다. 언제 택시를 탔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병사가) 눈에 다래끼가 나서 저녁 6시에 들어온다고 하더라. 뭐라고 하면 4시까지 온다고 하고 심지어 밖에서 머리를 깎고 온다고도 한다"면서 "홍보원에서 연예병사들은 왕"이라고 밝혔다.
연예병사들은 왜 국방홍보원에서 '왕'으로 군림하게 됐을까. 연예병사 제도는 1996년 국방부를 홍보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연예병사 제도의 근본적인 목적은 군의 사기 진작일 테지만 현재 연예병사는 말 그대로 '국방부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연예병사는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병사도 아닌 애매모호한 존재가 됐다. 국방홍보원은 자연히 '연예인'인 이들에게 당근을 주기 위해 외박과 휴가 등을 지급하고 군인이 했다고 볼 수 없는 일탈행동도 눈감아주고 있다. A씨의 말을 빌리면 '과도하게 굴리니' 그냥 눈을 감아주는 셈이다.
국방홍보원이라는 조직이 연예병사를 관리하는 데도 맹점이 있다. 국방홍보원은 공무원 162명과 계약직 직원 18명 총 18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민간인이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군인을 관리하다 보니 통제 불능 상태가 온 것이다.
5년 동안 보직 이동조차 없는 공무원이 관리하다 보니 당연히 연예병사는 군인이 아니라 연예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국방홍보원에서 불거진 사건을 가지고 담당자들이 문책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해당 병사만 징계를 받았다.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가 있었다고 해도 부서이동이나 보직 이름이 바뀌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5년간 연예병사가 군기 문란 등으로 징계를 받은 건 4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훈은 지시불이행으로 근신 7일, 정재일은 보안위규로 휴가제한 2일, 이진욱과 김재원은 영외이탈로 각각 휴가제한 5일과 근신 5일을 받았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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