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喝(할)] 연예사병은 '甲' ..그들이 군인인가?

김태겸 2013. 6. 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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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역軍 장교·사병 솔직한 한마디

'입대해도 연예기획사가 관리?''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나?''군 전체를 그렇게 볼까 걱정'

【전국=뉴시스】김태겸 박선애 기자 = "기자들의 문의전화와 국민들의 민원성 항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국방홍보원 김응섭 홍보전략 팀장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번 '연예사병 안마시술소 출입' 사건으로 소셜미디어에는 각종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확인할 수 없는 내용들이 그럴 듯하게 포장돼 온라인을 떠돈다.

이 사건으로 가장 큰 희생을 치른 건 군사병들이다. 몇 명 병사들의 일탈행동이 대한민국 64만 대군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들의 꺾어진 사기는 누가 일으켜 세우고 또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먹칠을 한 이들 특권사병 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정상 근무지를 밝힐 수 없는 전국 각지의 현역 군 장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정훈 참모인 김 모 중령= "연예사병을 너무 방대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사실 작전 등 야전부대에는 그리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축소해야 한다.

이들도 군에 입대하면 국가를 위해서 봉사해야 하지만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문제는 군에 입대해서도 기획사들이 그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로만 현역군인이지 생활은 일반인과 똑 같지 않나? 군 장병들의 사기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국방부에서 전면 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동안 쌓인 불신을 어떻게 개선할지 궁금하다."

▲ 정훈참모 김 모 소령= "사실 야전부대에서는 그렇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군 홍보를 위해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연예사병)로 인해 군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는 게 현실이다. 폐지보다는 개선해야 할 것 같다. 국방부에서 개선방안을 찾고 있는데 국민과 군에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흡족할 만한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 정훈참모 박 모 정훈장교= "연예병사는 '양날의 칼'과 같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소속 기획사에서 그들을 통제하고 있지 않느냐? 그들이 갑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문제이다. 정작 갑이 되어야 하는 군이 을이 됐다. 그러다 보니 통제에 어려움이 있다. 그들을 관리하는 홍보지원대도 대위가 책임을 맡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로 보인다. 이번에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공보장교 이 모 소령= "너무나 아쉽다. 이들이 자기 재능을 통해 국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다. 나름대로 이들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을 야전부대에 배치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관리부재와 이들의 특권의식이다. 군에 입대하면 그런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 국방부에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개선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사병들의 생각도 들어봤다.

▲ 전모(21) 병장(전방)= "연예사병이라고 해도 그들도 군인 신분인데 안마시술소 같은 곳을 출입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최전방에서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군인들을 함께 싸잡아 욕먹게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홍보지원대에 있으면 우리의 얼굴을 대표하고 있는 만큼 책임감이 뒤따르는 행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연예사병 제도 폐지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좀 섣부른 판단이라고 본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에 대한 처벌은 강력하게 했으면 좋겠다. 연예사병도 우리와 같은 군인이라면 그에 걸맞는 처벌과 징계 등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징계위원회를 열어 꼭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황 모(21) 일병(전방)= "지금 나는 입대한지 160일만에 첫 휴가를 나왔다. 왜 누구는 복무 중에 휴대폰도 소지할 수 있고 사복 착용도 가능하고 그런 것인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만큼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연예사병 제도 폐지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 같은 군인임에도 불구하고 휴가도 연예사병만 특히 많이 주는지 부당하다고 본다. 진짜 나라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들이 사회에서 누렸던 부와 인기, 명예 등을 포기했듯이 우리 역시 사회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입대했다."

▲이 모(24) 일병(전방)= "사병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폐지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현역들은 아파도 국군병원에 가려면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는데 아파서 치료목적으로 안마시술소에 갔다니 정말 웃기는 얘기다. 세븐과 상추의 개인 문제이지 군인들 전체를 그렇게 싸잡아 볼까봐 그것도 걱정이다.

불공평한 부분들이 많다. '누군 되고, 누군 안되고' 아마 그런 부분에서 부당하다고 느끼는 군인들이 많을 것이다. 오해라고 할지언정 현재 알려진 사실도 그렇고 그런 사실을 유추해 보더라도 같은 군인끼리 부러워하고 이런 부분을 없애려면 연예사병 제도 자체를 폐지 시켜야 한다고 본다."

장교도 사병도 이번 연예사병에 대한 생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온라인상 누리꾼들의 댓글 속에 드러난 분노는 이미 도를 넘고 있다. 군 내부 일로 인해 이렇게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생긴 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군의 안일한 대처로 빚어진 일이다. 당장 이번 사건에 대한 땜질식 처방보다는 64만 현역 군인들의 사기저하를 먼저 걱정하는 거시적인 예방책이 절실한 때이다.

사건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연예사병 사건이 일어난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사건은 국방부의 특별관리 지침을 위반한 행동으로서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관리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오늘 아침부터 감사관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서둘러 연예사병 사건을 다룰 7명으로 구성된 특별감사팀을 꾸려 빠르면 다음 주 중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 '시사 할(喝)'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park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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