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슈퍼맨 직업은 기자, 고로 그는 드러머다
[동아일보]
영화 '맨 오브 스틸'을 봤다(어쩌면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겠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각본은 배트맨네 집에서 빌려온 '다크나이트적 딜레마'를 슈퍼맨 목에 걸어주며 철학 석사학위까지 얹으려 했지만, 마천루를 떡메 치듯 부수는 잭 스나이더('300'의 감독)의 무식한 액션 연속까지 덮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뜩이나 아이맥스 3D로 봤더니 정신없는 화면의 샅바를 잡느라 눈이 다 빨개졌다. 내 눈에서 광선 나가는 줄 알았다. 슈퍼맨 본 날 본 슈퍼문(super moon).
과도한 액션에는 영화음악가 한스 치머도 한몫했다. 치머는 너무 웅장한 스코어를 위해 녹음에 '드럼 드림팀'까지 투입했다. 비니 콜라이우타, 존 로빈슨, 맷 체임벌린, 제이슨 보넘, 조시 프리스, 짐 켈트너, 퍼렐 윌리엄스 같은 내로라하는 드러머를 불러들여 리듬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낸 거다. 뭘 이렇게까지. 하긴, 원유시추선 사고나 토네이도 습격 장면에서 집단 타악의 약동은 대단한 긴박감을 이끌어내긴 했다.
도덕시간을 빙자한 체육시간으로 한나절을 다 보낸 영화의 마지막 교시는 '진로와 직업'. 클라크 켄트(헨리 카빌)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길을 가야 하는 고향별의 관습을 깨고 자유의지로 직업을 선택한다. "세상을 구하지 않을 때는 뭘 할 거니?"라는 엄마의 질문에 대한 답은 계약직 기자. 켄트는 데일리 플래닛의 편집국 안으로 유유히 들어가 '볼 장 다 본'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과 천연덕스레 첫인사를 나눈다.
모든 기자는 드러머다. 그들은 조용한(수상한) 세상을 용납하지 않는다. 세계의 단단한 구조 여기저기를 끝없이 두드려 소리를 낸다. H일보가 기자들을 편집국으로 들여보내지 않은 지 열흘째다. 들여보내라. 혹시 아나. 그들 중 슈퍼맨이 여럿 있을지. 나는 안다. 그들 눈에서 머잖아 불꽃이 나가리란 걸.
근데 공중전화 찾기 힘든 요즘, 옷은 어디서 갈아입지? 설마 팬티를 없앤 이유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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