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증인 보호프로그램, 보복 범죄 늘어

김종원 기자 2013. 6. 2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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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범죄를 소탕하려면 시민 신고와 제보가 필수입니다. 그 중엔 보복 위험 속에서도 제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국가가 든든한 지킴이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뿐인 증인 보호프로그램,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구치소에서 만난 남성.

머리에 큼직한 칼자국이 있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기막힌 사연을 털어놓습니다.

[영화 '추격자' 中 : 그거 피 아니에요? 야, 4885. 너지?]

유영철 사건을 다룬 이 영화에서 연쇄살인범을 추적 끝에 붙잡은 성매매 업소 사장.

허구가 아닌 실존 인물인데 구치소에서 만난 바로 이 남성입니다.

2004년, 자신이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 여성이 자꾸 실종되는 게 수상해 잠복 끝에 '유영철'을 붙잡았습니다.

경찰 포상까지 받았지만 그 뒤 마약 밀매를 하다가 구속됐습니다.

수감 도중에 국내 폭력조직이 20만 명 분량의 마약을 밀수한단 사실을 제보했고, 덕분에 검찰은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했습니다.

[SBS8뉴스/2011년 2월 : 검찰은 마약장사를 한 국내 조폭 9명 등 모두 13명을 구속기소하고…]

당시 검찰은 보복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이 남성을 안전가옥에서 보호했지만 허술했습니다.

일반 주택들이 모여있는 이 골목이 검찰이 제공한 안가가 있던 동네입니다.

바로 아래 골목이 경찰의 광역수사대입니다.

검찰의 서류를 보더라도 주소가 전혀 공개가 돼 있지 않을 정도로 안가는 비밀리에 운영됐습니다.

그런데도 피해자는 안가 앞에서 조직폭력배가 휘두른 칼에 맞아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머리의 흉터는 그때 생긴 겁니다.

남성은 이게 다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검찰이 성형수술과 신분세탁, 해외 이주까지 약속해 놓고는 재판이 끝나자마자 안가에서 내쫓아냈던 겁니다.

[마약 사건 제보자: (검찰이) '성형 수술시켜줄게, 이름 개명 해줄게'(라는 약속을) 하나도 안 지키는 거야. (안가에서) 내일부터 나가라고 하더라고. 보호도 안 해 줬어.]

남성은 보복의 두려움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살까지 시도했고, 최근엔 마약에까지 손을 대 구치소에 수감 돼 있습니다.

검찰은 당시 수사팀이 그런 약속을 했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밝혔지만 그 무렵, 검찰은 성형 수술을 포함한 미국식 증인 보호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SBS 8뉴스/2009년 11월 : (수사기관이) 심지어 성형수술까지 해주는데요. 이런 식의 증인 보호프로그램이 국내에도 도입됩니다.]

검찰은 18대 국회에서 이런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지만 성형수술과 신분세탁과 국외 정착비 지원 등 핵심 약속은 빠진 채 처리됐습니다.

[표창원/전 경찰대학교 교수 : (증인 보호프로그램은 발표 때) 많은 지적이 있었죠. '미봉책인 방안으로 아무거나 막 내놓은 것이 아니냐' 차라리 (증인 보호약속이) 없다면 기대라도 안 할 텐데, 경찰·검찰이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고 자신들은 보호받지 못한 상태에 내몰린다는….]

제대로 된 증인 보호프로그램이 아니다 보니 보복 범죄는 해마다 늘어 지난 4년 새 32%나 증가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종갑, 김형진)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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