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영화 '월드워 Z', 공포의 근원은 북한?

2013. 6. 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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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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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워 Z >

영화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소설 < 세계대전 Z > 를 영화로 옮긴 < 월드워 Z >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 세계대전 Z > 의 영화화 판권을 브래드 피트가 손에 넣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원작 소설의 팬들과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엔 기대와 염려가 교차했다.

지구촌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1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정리가 끝난 시점에 의사, 군인, 장기 브로커, CIA 국장, 영화 감독 등 다양한 형태로 좀비 바이러스에 관여했던 세계 각국의 인물을 인터뷰하여 정치, 군사,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감염되어서 파괴되고, 상흔을 딛고 새롭게 구축했는지를 정리한 책이 < 세계대전 Z > 가 아닌가. 원작에선 이것을 '전투 후 보고서'라 일컬었을 정도로 소설 < 세계대전 Z > 은 방대함을 자랑한다. 많은 사람의 짧은 인터뷰로 진행되기에 2시간여의 호흡을 하는 영화로는 소화하기 힘든 양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 < 세계대전 Z > 에서 인간 군대가 100만 명의 좀비와 맞닥뜨리며 벌이는 '용커스 전투'의 처절함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살려둘 가치가 있는 사람과 죽도록 내버려두는 사람을 철저히 구별하여 활용하는 '레데커 플랜'의 비정함은 실로 영화의 소재로 매력적이다. 많은 사람이 영화 < 월드워 Z > 에 기대했던 부분도 대부분 여기에 기인한다.

원작의 '전투'와 '생존' 패러다임을 버리고, 영웅의 평범한 이야기로 바꾸었다

▲ < 월드워 Z >

영화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소와 다를 바 없던 필라델피아의 아침. 갑자기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들이 도시를 휩쓸면서 평화롭던 필라델피아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영화 < 월드워 Z > 는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가족과 살아남은 전 UN 소속 조사관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 분)을 따라간다. 영화는 곧 제리 레인의 기록이다.

제리 레인의 뒤를 쫓는 < 월드워 Z > 는 느닷없이 소설의 제목을 버리고 영어 원제로 바뀐 제목만큼이나, 소설 < 세계대전 Z > 와 혈연관계도 불분명하다. 소설에서 가져온 부분은 발병의 도입부였던 중국 에피소드와 다른 나라의 정보 보고서를 입수하여 사전에 거대한 벽을 쌓고 대비했던 이스라엘 에피소드 정도다. 이것조차도 북한을 겨냥한 듯 중국에서 대한민국 평택 기지로 위치가 바뀌었고, 이스라엘이 쌓은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는 등 영화는 소설의 DNA를 철저히 변형한다.

소설에서 용커스 전투에서 보여준 좀비에 대항한 '전투' 패러다임의 변화와 레데커 플랜에서 읽을 수 있는 '생존' 패러다임의 변화를 < 월드워 Z > 는 고스란히 버렸다. 그 대신에 철저히 제리 레인의 영웅담으로 채워진 < 월드워 Z > 는 < 2012 > 나 < 타워링 > 같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재난 영화의 전철을 따라간다.

영화는 제리 레인을 필라델피아 도시, 항공모함, 평택 군사기지, 이스라엘, 비행기, 웨일스의 의료보건 센터로 숨 가쁘게 이동시키며 영웅의 면모를 조명한다. 그는 혼돈의 상황에서도 인간이 좀비에게 물리면 몇 초 만에 변하는지를 파악하고, 좀비의 피가 자신에게 튀자 가족에게 피해를 줄까 옥상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며 시간을 잴 정도로 냉정하다. 또한, 좀비가 왜 특정한 사람에겐 반응하지 않는지를 관찰하고 이것을 사건 해결의 실마리로 활용하는 지혜도 겸비했다.

제리 레인의 영웅담은 의료 보건 센터에서 최고점에 이른다. 이곳에서 보여준 자신을 희생하는 제리 레인의 모습은 흡사 < 나는 전설이다 > 의 극장판 엔딩에서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 분)이 보여준 희생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제리 레인은 좀비에 대항할 방법을 찾은 인류의 영웅이 되고, < 나는 전설이다 > 의 극장판 엔딩에서 죽었던 로버트 네빌과 달리,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인류의 10여 년의 사투를 그렸던 < 세계대전 Z > 는 이렇게 며칠 동안 동분서주하는 영웅담 < 월드워 Z > 로 전락한다.

북한에 대한 공포와 스펙터클로 포장된 평범한 블록버스터

▲ < 월드워 Z >

영화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소설 < 세계대전 Z > 의 작가 맥스 브룩스는 < 세계대전 Z 외전 > 의 서문에서 "좀비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사회 붕괴 현상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완벽한 렌즈다. 그들은 사스(SARS)도 되고, 에이즈(AIDS)도 된다. 도시 전체를 삼켜버리는 허리케인이자 전 대륙을 불살라버린 지배자 민족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다양한 장르에서 유행하는 '좀비'는 과연 어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지 맥스 브룩스는 정확히 지적한다. 도시의 테러나 조류 인플루엔자 같은 현대적인 공포로 은유가 가능한 좀비 장르는 흡혈귀와 늑대 인간 같은 고전적인 공포의 주체가 표현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을 지녔다.

< 월드워 Z > 는 공포의 근원을 북한으로 풀이한다. 원작은 중국의 장기불법수출과 바이러스의 근원지를 연결지었으나, 영화는 중국이었던 설정이 혹여 중국 흥행에 방해될까 북한으로 슬며시 바꾸었다. 평택 미군 기지에서 최초로 좀비가 언급되었다는 대목은 북한의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에 느끼는 공포와 맞닿는다.

북한이 준 공포는 엄청난 숫자로 몰아치는 스펙터클로 포장된다. < 월드워 Z > 에서 필라델피아나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좀비의 규모는 < 레지던트 이블 > 시리즈에서 보여준 바 있는 장면의 연장선이다. 이것은 요즘 할리우드 영화가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규모의 미학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그렇다면 좀비 장르의 집대성이라 평가받는 < 세계대전 Z > 를 영화로 만든 < 월드워 Z > 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을까? 조지 로메로 감독이 만든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1968)은 너무 멀기에 가까운 시간에 위치한 < 레지던트 이블 > 시리즈나 미국 드라마 < 워킹 데드 > , 영국 드라마 < 데드 셋 > 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대답은 전혀 '아니다'.

< 월드워 Z > 의 창의성은 인간과 사랑에 빠진 좀비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인용했던 < 웜바디스 > 보다 부족하다. 소설에서 빚진 부분도 엉성하게 다루어졌고, 영화가 새로이 창작한 부분도 평범한 수준에 불과하다. 원작의 유명세 외엔 굳이 < 세계대전 Z > 의 판권을 사들였던 이유조차 찾기 어려운 < 월드워 Z > . 도리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한 < 컨테이젼 > (2011)이 < 세계대전 Z > 의 내포한 뜻을 정확히 반영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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