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곰 발바닥 요리, 식욕과 물욕이 뒤엉킨 추한 풍경화

우상욱 기자 2013. 6. 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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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요리 문화를 자랑하는 중국, 그중에서도 진귀한 요리를 세 가지만 고르라고 하면 흔히 곰발바닥과 상어지느러미, 그리고 바다제비집 요리를 꼽습니다. 빈한한 처지인지라 이 세 가지 요리 가운데 상어지느러미, 즉 샥스핀 요리만 맛을 본 적이 있고 나머지 두 가지는 맛은 커녕 본 경험도 없습니다. 그나마 샥스핀 요리도 입맛이 서민적이어서인지 '왜 유명한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짜 샥스핀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인들은 이 3대 진미를 맛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다만 곰은 멸종 위기 보호동물로 지정돼 사냥을 하거나 도축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돼있어 곰발바닥 요리는 더이상 먹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3대 요리도 요즘에는 곰발바닥 대신 전복이나 해삼을 꼽는다고 합니다. 전복, 해삼도 분명 대단히 비싼 식재료들이지만 살짝 급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제 전설이 돼버린 곰발바닥 요리는 그래서 더 식도락가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가 봅니다. 과연 얼마나 맛있을까요? 맹자는 "곰 발바닥도 먹고 싶고 생선도 먹고 싶지만 하나를 고르라면 곰 발바닥을 먹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대성인이 음식 가운데 첫손으로 꼽았으니 뭔가 대단한 맛을 지니고 있나봅니다. 하지만 옛 글에 보면 '돼지비계와 비슷한 맛'이라는 증언도 나옵니다. 이 말만으로는 뭐가 그리 귀한 맛일까 싶기도 하네요.

곰발바닥은 요리 하기가 매우 힘들고 또 많은 시간과 정성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가 설명한 곰발바닥 전통 요리법을 옮겨보겠습니다. 땅에 구덩이를 파고 반은 석회로 채운 뒤 곰발을 넣습니다. 위를 석회로 덮고 찬물을 부어줍니다. 중국 고서에는 1년을 이렇게 보관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적어도 사흘은 기다려야 한답니다. 그리고 충분히 부어오른 곰발을 꺼내 털을 깨끗이 제거합니다. 쌀 뜨물에 하루나 이틀 담갔다가 돼지기름과 함께 삶습니다. 돼지기름을 버린 뒤 곰발을 두껍고 길게 썰어 다시 돼지고기와 함께 삶습니다. 다시 곰발을 산초와 소금으로 간을 해서 밥솥에서 10여 차례 반복해 쪄줍니다. 이때 돼지고기와 함께 찌면 더 깊은 맛이 난다고 합니다. 대충 따져도 곰발바닥을 요리하려면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반복해서 삶고 찌는 이유는 곰발바닥을 잘못 요리할 경우 너무 질겨서 먹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중국 역사서에는 곰발바닥을 충분히 익히지 않아 질기게 만든 요리사가 처형을 당했다는 기록이 여러차례 등장합니다. 생명을 걸어야할 만큼 요리하기 어려운 음식이죠.

앞서 말씀드린대로 곰발바닥은 공식적으로는 더이상 볼 수 없는 요리입니다. 그런데 곰발바닥, 중국어로는 '슝장'이라고 부르는데요, 먹어봤다는 글이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올라옵니다. 사진과 함께. 찾아보니 곰바발닥 대신 낙타발을 옛 요리법대로 만들어 대신 내놓는다는 글도 있더군요. 그런가 했습니다만 실제 곰발바닥 요리는 몰래몰래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최근 일어난 사건이 이를 증명합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의 만저우리 해관, 즉 세관이 최근 국경을 통해 200개가 넘는 곰발바닥을 밀수입하려던 러시아인 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만저우리 세관 당국은 지난달 22일 새벽 러시아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승합차를 검사하는 과정에 러시아인 운전자와 동승자가 불안해 하는 점을 수상히 여겨 정밀검사를 했고 결국 바퀴 속에서 곰발바닥을 모두 213개나 찾아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적어도 54마리의 곰이 밀렵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2백 그램짜리 작은 곰발바닥도 있어 아직 어린 곰까지 마구 잡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러시아에서 킬로그램당 4백위안, 우리 돈 약 7만4천 원에 거래되는 곰발바닥을 중국으로 밀반입하면 10배가 넘는 5천에서 6천위안, 우리 돈 약 92~110만 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곰발바닥 밀수입은 근절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고의 곰발바닥으로 백두산 곰을 꼽고 있어 이 지역에서의 밀렵도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곰은 멸종위기종 2급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단지 발바닥 고기를 얻겠다는 인간들의 욕심에 무자비하게 학살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기한대로 해삼도 매우 진귀한 식재료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갈수록 값이 비싸지다보니 요즘 웬만한 중국의 고급 음식점에서는 해삼 요리 가격을 '시가'라고 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해삼 요리는 맛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중국이 우리나라와 비교해 아직 음식값은 많이 싼 편이지만 해삼 만큼은 훨씬 비싸게 느껴집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음식과 관련해 갖가지 사고가 빈발하는 중국에서 해삼 역시 무사할 리가 없습니다. 해삼을 상대로 한 이른바 '장난질'은 설탕에 넣고 끓이는 것입니다. 말린 해삼을 설탕을 가득 녹인 물에 넣고 졸이면 색깔이 훨씬 짙어지고 무게와 크기가 약 50% 정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해삼 몸에 나있는 돌기가 더욱 힘차게 뻗어 싱싱해보인다고 하네요.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설탕 가공을 한 해삼은 영양분이 크게 훼손된다는 점입니다. '바다에서 나는 산삼'이라는 뜻으로 해삼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해삼에는 건강에 좋은 각종 영양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하지만 설탕으로 끓이면 그런 좋은 영양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대신 설탕 성분이 50%를 넘게 됩니다. 모양만 해삼이지 실상은 사탕이 되는 셈이죠. 그런데도 상당수 해삼이 이런 가공을 거쳐 최고급 해삼이라며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농담처럼 '중국인들은 다리 네 개가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라고 말합니다. 독이 들어있지만 않으면 무엇이든지 다 먹는다는 뜻이죠. 그러다보니 우리가 보기에는 상당히 혐오스러운 음식도 많습니다. 원숭이 뇌 요리나 모기 눈알 볶음, 낙타등 찜 요리 같은 '설마 있을까' 싶은 요리도 암암리에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식문화는 그 나름대로의 역사와 연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왈가왈부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멸종 위기에 처해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동물까지 굳이 먹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몬도가네의 식욕에 암몬(옛 오리엔트 지방의 재물신)의 물욕이 뒤엉켜 빚어내는 추한 풍경화처럼 느껴집니다.우상욱 기자 woos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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