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원정 출산 의혹' vs '악성 댓글' 더 비판받아야 하는 건?

엄민재 기자 2013. 6. 16. 15: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네티즌 3명 경찰에 고소

원정 출산 의혹이 일고 있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자신을 모욕한 네티즌 3명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관련 내용이 기사화 되면서 기사엔 또다시 수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수치심은 있고 국민으로서의 애국심은 없냐"부터 시작해 사회지도층의 윤리의식을 꼬집는 성토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처음 취재를 할때, 관련 내용은 전해듣고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대한항공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댓글의 수위가 어느정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홍보팀을 통해 전해들은 악성 댓글의 수위는 생각보다 심했습니다. 방송에선 수위를 조절해 "죽여야 한다"로 표현했지만, 실제 댓글은 더 원색적이고 더 공격적인 비난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이렇게' 심한 댓글을 단 3명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은 3월 20일,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로 전근발령을 받아 하와이로 출국했습니다. 문제는 그 시기가 임신을 한달여 앞둔 때라는 겁니다. 지난달 말 조 부사장은 하와이에서 쌍둥이를 출산했고 언론을 통해 원정 출산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됐습니다. 미국에서 아이를 낳아서 미국 국적을 따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원정 출산 의혹을 보도한 기사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돈 있는 사람이 더하다", "가진 자로서 모범이 되는 사람이 없다"는 등 비난하는 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회사 업무를 위한 발령이었고 조 부사장의 아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호사 오너(조양호 회장)의 딸을 업무상의 이유로 출산 한 달을 앞두고 미국 지사로 발령낸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는 역풍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이목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있었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기사를 쓰면서 가장 고민됐던 부분은 '원정 출산 의혹'과 '악성 댓글' 중에 뭐가 더 비판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악성 댓글의 수위도 문제였지만, 사회지도층의 윤리의식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가를 더 신경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론은 사회지도층에게 더 까다로운 잣대를 요구합니다. 그만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말이겠죠.

물론 원색적인 비난과 맹복적인 욕설을 한 네티즌은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의 처음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발령과 이로 인해 불거진 원정 출산 의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판단의 본인 몫입니다. 다만, 원정출산이냐 아니냐는 사실 여부를 떠나 논란의 중심이 됐던 인물이 자신을 모욕한 네티즌을 오히려 고소했다는 사실은 세간의 눈쌀을 지푸리게 만들고 있습니다.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