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 떼고, 자궁 들어내고.."임신능력 보존 수술 줄 것"

2013. 6.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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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이대로 괜찮은가②]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2년 전 나팔관에 혹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던 교사 이모씨(33)씨는 당시 마음고생을 잊지 못한다. 아직 미혼인데 나팔관 전체를 잘라내 임신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걱정이 컸다. 다행히 복강경 수술로 나팔관은 그대로 둔 채 혹만 제거하는 고난이도 수술이 성공해 임신에는 큰 지장이 없게 됐다.

이씨의 경우처럼 혼인 연령이 늦어지면서, 2-30대 여성들이 임신 전 각종 자궁 질환으로 부인과 수술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성에게 자궁을 보존하고, 임신 능력을 유지하는 일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중요하기에 최근에는 고난이도 기술을 요하는 복강경 수술을 선호하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부인과 수술의 60% 정도가 복강경으로 실시될 정도이다.

십여년 전만 해도 "자녀 계획이 없으면 자궁을 들어내자"고 권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여성 뿐 아니라 중장년 여성들도 자궁을 최대치로 보존하는 수술을 원한다.

7월부터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이같은 고난이도의 자궁보존 수술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산부인과학회는 경고한다.

예를 들어 난소에 혹이 발견됐을 경우 난소 전체를 제거하는 '난소절제술'과, 난소의 혹만 조심스럽게 발라내는 '난소종양절제술' 등 두가지 수술이 가능하다. 당연히 대부분의 여성들은 후자를 선호할 것이다.

그런데 포괄수가제에서는 난소절제술과 난소종양절제술의 진료비 차이가 거의 없어 의사들이 난소절제술에 비해 까다롭고 재료가 많이 드는 난소종양절제술을 꺼릴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신정호 고대 구로병원 교수는 "의사들은 어떻게든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것이다. 문제는 가임기 여성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에 포괄수가제가 일방적으로 도입되면 임신능력을 보존하는 고난이도 수술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임신 능력을 보존하기 위해 혹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난소를 떼고, 자궁을 들어내는 예전 방식의 수술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무상의료가 정착된 영국의 경우 복강경 수술이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다. 복강경을 하려면 사립 병원에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받아야 한다.

포괄수가제는 의료비 인하를 위해 도입된 명분있는 제도이지만 자궁 관련 수술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신 능력을 보존하기 위해 고난이도 기술과 장비가 필요한 자궁 수술에는 의료비 인하보다는 수술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실제 여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궁에 혹이 발견돼 주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는 김모(31)씨는 "솔직히 2,30만원 더 비싼 수술을 받더라도 자궁을 잘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모(30)씨는 "포괄수가제로 의사들이 어려운 수술을 꺼리면 결국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혼인이 늦어지면서 산모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고, 난임 및 불임 여성이 늘고 있어 임신 능력을 보존하는 수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산부인과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고위험 환자들이 늘고 있어 산부인과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산부인과 수술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서 "최대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서 조정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포괄수가제는 의료비 인하를 위해 오랜 논의 끝에 도입된 제도이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맞게 산부인과 수술의 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산부인과 의료진들이 7월부터 복강경 수술을 거부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오는 18일 건정심에서 정부가 포괄수가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주목된다.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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