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LA다저스)이 선발로 나선 13일 홈 애리조나전. 경기 전부터 류현진의 7승 도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날 최근 타격감이 좋은 4번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푸이그는 올해 출장한 9경기에서 타율 4할7푼1리(34타수 16안타) 10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8일 애틀랜타전에서 패전 위기의 류현진을 동점 홈런으로 구한 것도 푸이그였다. 푸이그는 전날 벤치클리어링 도중 오른쪽 어깨를 조금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부진한 데다 푸이그까지 빠진 다저스 타선은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애리조나 선발 패트릭 코빈을 상대로 초반 고전했다. 코빈은 이날 경기 전까지 9승 무패 방어율 1.98을 기록 중이었다. 9승은 메이저리그 최다승 타이 기록이고, 방어율은 리그 5위 안에 드는 기록이다.

다저스 타선은 4회까지 2안타 빈공에 허덕였다. 4회초 3실점하며 패전위기에 몰린 류현진은 타석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류현진은 5회말 0-3에서 1점을 만회한 뒤 계속된 2사 2루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았다. 류현진이 지난 4월14일 애리조나전에서 에이스 이언 케네디를 상대로 3안타를 몰아친 기억 때문인지 코빈은 150㎞대 강속구를 연속으로 던지며 윽박질렀다.

그러나 차분하게 볼을 골라내던 류현진은 결국 볼카운트 2(B)-1(S)에서 코빈의 150㎞짜리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우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단타성이었으나 이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려던 애리조나 우익수 헤르라르도 파라가 공을 뒤로 흘리면서 타구가 펜스까지 굴러갔고 이 사이 류현진은 3루까지 내달렸다. 이 안타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첫 3루타로 인정됐다.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와 푸이그는 류현진의 타격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기뻐했다.

올시즌 내셔널리그에서 3루타를 친 투수는 트레버 케이힐(애리조나), 카일 캔드릭(필라델피아), 마이크 리크(신시내티) 등 3명 뿐이다. 한국인 투수로는 박찬호(1998년 4월 13일 휴스턴) 이후 두 번째다.

류현진의 시즌 타율은 2할5푼9리(27타수7안타 3타점 2득점)로 평범하지만 득점권에서 타율 3할3푼3리(6타수2안타 1볼넷), 2사후 득점권에서는 4타수2안타 2타점으로 클러치 히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코빈은 2사 후 투수 류현진에게 3루타를 얻어맞은 뒤 멘붕에 빠졌다. 후속 닉 푼토, 마크 엘리스, 애드리안 곤살레스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아 역전을 허용했다. 예상치도 못한 일격에 흔들린 코빈은 6회 공격에서 대타 윌리 브룸퀴스트와 교체돼 개막 이래 13경기 만에 처음으로 6이닝을 채우지 못 하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