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에도 '식은땀'..여성들 '골목길 트라우마'

황보람 기자 입력 2013. 6. 12. 06:23 수정 2013. 6. 12.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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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무서운 여성들<1>]성폭행 절반 '늦은 귀가길' 발생..보여주기식 대책 한계

[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밤길 무서운 여성들 < 1 > ]성폭행 절반 '늦은 귀가길' 발생…보여주기식 대책 한계]

그래픽=김다나

 #10년이 지났지만 A씨(27)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자정이 넘어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멀리 횡단보도 앞에 한 남성이 서성이고 있었다. 신호등이 2차례 바뀌어도 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별일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A씨는 남성을 지나쳤다. 골목길로 접어들 때쯤 갑자기 남성이 A씨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A씨는 돌아볼 겨를도 없이 불 켜진 가게가 보일 때까지 전속력으로 뛰었다. 이후 A씨에겐 '골목길 트라우마'가 생겼다.

#B씨(30)는 택시 타기가 두렵다고 했다. 지난 겨울 택시기사가 "돈이 안되는 곳으로 간다"며 난폭운전을 하며 욕설을 퍼부은 후부터다. 잦은 회식으로 밤 늦게 집에 들어가는 날이 많았아 서른이 넘어서도 '엄마 호출'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기사는 조수석 앞에 부착된 면허증 속 인물이 아니었다. B씨는 거스름돈도 받지 않고 중간에 내려 집까지 걸어가야 했다. B씨는 "웬만하면 대중교통 막차라도 이용하고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와 면허증 속 사진부터 비교한다"고 털어놨다.

 '대구 여대생 실종·살인사건' 등 연이은 사건·사고로 여성들의 귀갓길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성을 잠재적인 성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볼멘소리에도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현실'이다.

  ◇성폭행 절반이 '늦은 귀갓길'에 발생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폭력 강력범죄는 총 2만2034건이 발생했다. 1시간에 2.5건꼴이다. 특히 범행은 '늦은 밤 귀갓길'에 집중됐다.

 저녁 8시에서 새벽 4시 사이에 발생한 성범죄가 7706건으로 46.1%를 차지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포함한 주거지(20.5%)와 길거리(12.5%)가 주요 '사건현장'이었다.

 이런 불안감들 때문에 2002년 서울 강남구를 시작으로 CCTV(폐쇄회로 TV)가 도입됐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전국에 설치된 공공 CCTV는 22만3000여대. 개인이 설치한 것까지 합치면 50만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절반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CCTV는 사후 감시수단에 불과하고 화질이 낮아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CCTV가 없는 지역으로 범죄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우려되는 등 "밝은 가로등 1대가 CCTV보다 낫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CCTV 증가율에 비해 범죄 발생 감소율이 저조하다는 평가도 있다. 2010년 국정감사에선 같은 해 방범용 CCTV가 400% 가까이 증가했지만 범죄발생건수 감소율은 약 14%에 그쳤다는 자료가 보고됐다.

  ◇귀갓길 안전 총력전…'보여주기'란 우려도

 정부는 '4대악 근절'의 일환으로 여성 귀갓길 안전에 총력을 쏟겠다고 나섰다. 서울시는 우선 밤 10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2인1조로 구성된 여성 '스카우트'들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동행하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제도'를 올 11월까지 시범운용한다.

 여성가족부도 올해를 '성폭력 예방교육의 원년'으로 정하고 '성폭력예방교육 지원센터' 설치와 함께 2015년까지 성폭력 예방 전문강사 10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폭력관련 처벌법도 강화됐다.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강도강간죄와 특수강도죄의 기본 권고형량을 9~13년, 7~11년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강간치사의 경우 13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기준이 확대됐다.

 문제는 실효성과 지속성이다. 높은 양형 기준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이다. 강력한 처벌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도 미지수다. 정부의 움직임이 '4대악 근절' 성과내기에 맞춘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2009년 여성 택시기사가 운전하는 여성 전용 콜택시 '핑크택시'를 도입했지만 이용률이 저조해 폐지됐다. 여성 택시기사가 800명에 불과해 실질적인 안전한 귀갓길 대안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선미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경찰이 귀갓길에 동행하더라도 모든 범죄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결국 여성들이 일찍 귀가하거나 외출을 줄이는 게 답이라는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모든 범죄를 법이나 정책으로 막을 수 없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얼마나 꾸준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어나갈지,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배분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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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 brid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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