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재발견? 민망하죠..케드남? 당당해요" (인터뷰)

2013. 6.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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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수지기자] 나인(Nine). 흔히 사람들은 '9'라는 숫자에 2가지 생각을 품는다. 먼저 아홉수다. 10으로 가기 바로 전 단계, 혹시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우려다. '아홉수=징크스'를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만족 혹은 희망이다. 우선 9는 한 자리 숫자 중 최고다. 가득찼다는 의미다. 반대로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1의 끝이지만 10의 디딤돌인 셈. 9를 거쳐야만 두 자리 숫자로 넘어갈 수 있다.

이진욱 역시 2가지 의미를 동시에 생각했다. 그는 마치 아홉수를 넘기듯 매 장면 인고의 시간을 견뎠다. 그래서일까. 이진욱은 10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었다. 고비를 넘겼고, 가득 채웠으며, 그리고 발판을 마련했다.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 잔향이 남아있던 5월, 이진욱을 만났다. 종영 2주가 넘었지만 아직도 '나인'과 박선우에게서 빠져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이진욱과 '나인'에 대한 9가지 이야기, 9행시로 풀었다.

⑨.

나인 이야기 좀 해볼까? 지난 3개월간 박선우로 살았어. 죽은 형을 살리기 위해 처음 향을 썼고, 그 대가로 사랑하는 여자를 잃었지. 결국에는 과거에 갇혀 쓸쓸한 죽음을 맞았고. 어려운 캐릭터였어. 늘 절제해야 했고. 힘들을텐데 잘 소화했어. 특히 눈빛 연기가 좋았지. (Dispatch)

☞ "쉽지 않았어. 모험이었지. 선우는 모든걸 안으로 삼키는 스타일이야. 감정 변화를 느낄 수 없었거든. 내가 이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 그런데 안할 수 없었어. 미국에서 대본을 봤는데 손에서 못 놓겠더라고. 한국에 전화해 이거 무조건 잡으라고 했지.

참, 눈빛 연기가 좋았다고 그랬지? 내가 진심으로 선우를 느꼈기때문 아닐까. 사실 의도한건 아니었어. 내가 뭘 보여줘야겠다 한 것도 없었고. 그런 건 배우로 자리를 잡았을 때나 할 수 있는 이야기지. 난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니까 그저 전력을 다한 것 밖에…." (이진욱)

⑧.

80% 분량을 소화했지? 안 나오는 장면이 없었어. 근데 대부분 쉽지 않아 보였어. 매회 멜로, 액션, 느와르를 오갔으니 말야. 그래도 아주 펄펄 날라 다니더라. 정말 열심히 한다, 이 생각이 들 정도로 말야. 그 힘이 뭐였어?

☞ "스태프 덕분이지. 왜 나라고 힘들지 않았겠어.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쉽지 않았어. 엄청난 분량에 압도됐거든. 5회쯤 촬영을 하니까 힘에 부치더라. 앞으로 남은 신들을 생각하니 아찔했어. 마치 벽처럼 느껴지더라고. 정말 하고 싶어서 덤볐는데도, 실상 괴로운거야.

그럴 때마다 스태프들을 봤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더라. 그들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진심이었어. 게다가 그런 사람들이 날 위해 고생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힘을 안 낼 수가 없었어. 스태프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질 수 없잖아."

⑦.

럭키 세븐, 그럼 행운의 드라마가 '나인'인거야? 이제 믿고 봐도 충분한 배우가 된 느낌이야. 최근 1년 사이에 존재감이 확실해진 것 같아. 미안한 얘기지만, 그 전에는 존재감이 조금 아쉬웠던게 사실이거든.

☞ "나에게 행운의 드라마는, '로맨스가 필요해2'인 것 같아. '로필2' 전만 해도, 개인적으로 시행착오가 많았지. 사실 한정된 캐릭터만 맡다보니 움츠러들더라고. 세상에 날 가두는 느낌이랄까. 여러모로 '로필2'의 주인공 윤석현과 비슷했지.

근데 이상하지? '로필2'를 하면서 어느새 닫힌 내 마음이 열리는 기분이었어. 그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연기 욕심도 덩달아 생겼지. 작품을 쉬고 싶지 않더라고. 꾸준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래서 '나인'도 만날 수 있었던거야."

⑥.

육감적으로 그 작품을 해야겠다고 느낀거야? '로필2'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좀 의아했거든. 이전 모습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 솔직히 전에는 이진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비슷했거든. 밋밋하다는 느낌?

☞ "데뷔를 하자마자 많은 작품이 들어왔어. 모든 작품이 영광스러웠어. 난 선택을 당하는 입장이잖아. 거절할 수 없는 신인이니까. 그때 사람들은 내게 바라는 이미지가 있었어. 따뜻한 귀공자 캐릭터? 비록 고정된 이미지지만 날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감사했어.

대신, 내가 선택당하는 게 아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더 노력하자 마음먹었지. 다행인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 혹자는 케이블 드라마라고 폄하하지만, 그대로 내가 작품 선택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게… 행복해."

⑤.

그런 오해들, 알고 있어. '케드남'(케이블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라고 부르더라. 사실 요즘은 공중파와 케이블의 구분이 없는데, 사람들은 아직 케이블 드라마를 낮게 평가하더라고. 그럴 때, 어때?

☞ "분명하게 말할게. 케이블 드라마라고 마이너라 생각하지 않아. 내게 중요한 건, 채널이 아니라 작품이야. 내가 하고 싶은 드라마가 어떤 매체, 어떤 채널을 통해 나가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야. 사실 공중파 드라마 제의도 있었지. 그런데 '나인'을 놓치고 싶지 않은데 어떡해.

정말 꼭 하고 싶은 작품인데, 케드남이라는 별명이 붙을까봐 안한다? 그건 아니잖아. 그리고 그런 편견이 전혀 힘들지 않아. 나보다 힘든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람들에게 이진욱이 잊혀지는 게 더 속상한 일이지. 지금은 모든 상황에 감사해."

④.

흔히 말하는 죽을 '사'까지 내려왔네. 다시 '나인' 이야기를 해볼까. '나인'은 죽음에 대한 드라마였어. 죽고, 죽고, 또 죽었지. 선우의 마지막도 그랬어. 뺑소니로 서서히 죽어갔지.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텐데 싶었거든. 누구보다 삶에 대한 의지가 컸던 사람이니까.

☞ "혹시 그거 알아? 말기암 환자들은 여러가지 심리적 변화를 거친다고 해. 살려고 노력하다 포기하다를 반복하다,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 들인다고 하더라. 선우도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살기 위해 노력했고,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지.

마지막에는 깨달았을거야. 이게 끝이라는걸. 나는 느껴졌어. 그때 선우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하반신 신경은 끊어졌지. 왼팔 말고는 움직일 수가 없을거라 생각했어. 그러니 연기에도 힘이 빠지더라. 미리 분석하고 계산하지 않아도 말야. 그렇게 만들어진 장면이야."

③.

삼키고 또 삼켜야 했던 연기였구나. 생각하니 또 먹먹해진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해. 왜 선우가 그랬잖아. '믿고 싶은 판타지는 믿으면 된다'고. 배우 이진욱이 믿고 싶은 판타지는 뭔지 궁금해.

☞ "내가 생각하는 판타지는 간단해. '세상의 주인공은 나.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거야. 연기도, 인생도 내가 만들어 가야 하는 거니까.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그 연기를 할 때는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거야. 그렇게 한다면 불행해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

②.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이런 인기 처음이지? 오죽하면 '이진욱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왔겠어. 팬들도 급증했다고 들었어. 근데 왜이렇게 담담해? 조금은 들떠 있어도 될 법 한데 안그러잖아.

☞ "아유. 재발견이라는 말, 너무 민망해. 그런 건 이미 발견된 적이 있는 배우한테나 하는 말 아냐? 나는 아직 발견된 적도 없는데 '재'발견이라니. 과대 평가라고 생각해. 난 이제 막 2번째 페이지를 넘겼을 뿐이야. 이제 막 처음 발견된 것들을 보여줄 때지.

그래도 있잖아. 솔직히 말해 팬클럽수가 늘은건 좋더라. '나인' 이후에 30% 정도 많아진거 있지? 나 가끔씩 팬카페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두서없이 적을 때도 있거든. 뜬금없이 인사만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뭐랄까. 조금 더 많은 팬들과 공감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니 기뻐."

①.

하나 남은 향이 있다고 해보자. 선우는 사랑하는 여자를 되돌리기 위해 그 향을 썼어. 그리고 목숨을 잃었어. 이진욱도 선우처럼 목숨을 걸고서라도 돌리고 싶은 과거가 있어? 만약 한 개의 향이 주어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나인'의 과거는 1,2,3,4,5,6,7,8아닐까. 1부터 8까지의 과정이 없었다면 9도 없을거야. 그래서 난 내 과거에 감사해. 물론 후회스러운 날도 있지만,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지.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나도 있는거고. 난 지금,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현재에 만족해."

< 사진=송효진기자, 사진제공=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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