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00일]"소신과 원칙으로 MB 정부보다 국민이 예측가능한 국정 펼쳐"

김기범·김한솔 기자 2013. 6. 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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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한 7인 집담회

'76점'.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경향신문 집담회에 참석한 20~60대 7명이 매긴 평균 점수다. 5점 척도로는 3명이 미를, 2명이 우를, 수와 양은 1명씩 선택했다. 지난해 11월 경향신문 대선집담회(13대 대선의제)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 뜻을 밝히고 대선 때 박 후보를 찍었다는 사람 7명이 100일 지난 박근혜 정부에 '미'라는 평가를 한 셈이다.

박 후보를 지지했던 7명 모두 대북정책과 외교에서 "박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이 좋다"고 평가했다. 100일 이후 국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기대가 더 많았다. 반대로 '윤창중 사건'으로 대표되는 인사정책과 청년실업을 필두로 한 일자리에 대한 불만이 높았고, 40대 남자 2명은 "대통령만 독주하고 장관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혹평도 내놓았다. 집담회는 지난 2일 경향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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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등 대북관계에서 끌려가지 않는 뚝심 좋아밀봉 인사가 가장 큰 문제위기… 관리 시스템도 부족맞춤형 복지·공약 가계부, 세금 짜임새 위해 바람직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됐다.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일도 있었고 크고 작은 논쟁거리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상오 = 나이든 친구들 이야기는 대체로 남자도 아닌 여자대통령이 고생을 많이 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우려되는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나고 보니까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맡길 만하다고 본다.

손귀자 = 집담회 오기 전에 카톡·페이스북·e메일로 얘기를 들어봤다. 미국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100일을 보면서 아쉬운 것은 인사이다. (청와대 초대 대변인이었던) 윤창중씨는 인수위 때부터 청와대에 갈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여론이 많았는데 인사를 강행한 게 실수라면 실수이고 오점이다. 여성대통령이라 기대가 큰데, 가진 자가 먼저 손 내밀고 베푸는 것을 과감하게 하고, 교육문제도 강하게 할 때는 좀 더 강하게 해주면 좋겠다.

유성룡 = 75점 정도 주고 싶다. 대북관계나 외교는 소신과 원칙을 갖고 가는 부분을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 100일 됐지만 정책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상당 부분 대통령 혼자 가는 방향이 많지 않나 생각한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것도 대통령에게 너무 장관들이 정책을 의지하는 게 아니냐 하는 것이다. 사실 조직사회란 게 상사 모시고 사는데 자기 말 다 할 수 있느냐고 하기도 한다(웃음). 그래도 장관들이 너무 속내를 보이지 않거나 말을 하지 않는다.

류병길 = 100일 평가 주제를 잡는데 뭘 잘하는지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산업적으로 보면 사실 좋아진 게 없다. 확실한 것은 분위기는 좋아졌는데 피부에 닿는 것은 없다. 모임 가면 이번 연말까지 제조업이 30%는 더 쓰러지지 않겠냐는 심한 이야기도 나온다. IT회사를 하는데 잘되는 건 휴대폰이고 나머지는 상당히 어렵다. 로드맵을 짤 때 대기업은 알아서 잘하니까 내버려두고 중소기업은 어떻게 해주겠다고 확실하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

김도윤 = 성과 평가하기엔 좀 이르다고 생각한다. 5년 국정운영의 기반을 다지는 건 잘한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인사는 가장 큰 문제였고, 안보나 외교는 북한 핵 도발도 있었지만 단호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신뢰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윤창중 사건도 초기여서 청와대 위기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재정비할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박천욱 = 100일 집담회하자고 전화받고 자료를 찾아봤다. 그동안 한 게 뭐 있나?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미국 갔다온 거밖에 없는데 그것도 다른 사람(윤창중)이 더 생각난다. 초반에 내각 구성이 늦어지고 북한 문제도 있었지만 자료 찾아봐도 뭐 대통령이 마땅히 정책을 내놓은 게 없다. 창조경제? 창조경제가 실현되고 있는지 모르겠고, 4·1 부동산 대책 하나 내놨고, 외교적으로 신뢰 쌓은 것은 높이 평가되지만 신뢰프로세스도 아직 보여진 건 아니다. 그럼 박 대통령이 100일 동안 놀았나? 분명 뭘했을 거란 말이다. 이게 전달도 안되고 홍보나 정책도 국민 상대로보다 대통령 위주로 하는 것 같다.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인데, 솔직히 지금은 평가 자체가 조금 힘들다.

박영성 = 100일 된 사람한테 평가한다는 게 조금은 웃기다는 생각이다. 최소한 6개월이나 1년 뒤가 더 맞다고 생각하고, 어떤 계기마다 평가하기는 하지만 나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 박근혜 정부 100일을 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가장 아쉽거나 못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

이상오 = 강할 땐 강하게 하는 게 좋다. 개성공단 이런 것도 대체로 잘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생태공원을 세계화해서 전 세계인들에게 개방하겠다는 말도 상당히 좋게 봤다. 아쉬운 것은 진주의료원도 사실 필요한 거 아니냐. 서민들한테는 그런 병원이 있는 게 좋지. 내부 사정이야 노조 때문에 돈이 깨지고 했다는데 그런 것들도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 경향신문 대선집담회에 왔을 때 노년층 일자리 얘기를 많이 한 기억이 난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이 손길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아직도 노숙자들은 많다.

손귀자 = 가장 잘한 건 개성공단에서 즉각 철수시킨 것에 대해 박수 보내고 싶을 만큼 단호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2의 정상회담을 일본으로 잡지 않고 중국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중국어를 꽤 잘한다고 들었는데 그것 때문인가(웃음)? 원칙과 소신은 역대 대통령 누구보다 강한 것 같다. 독신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소신도 있지 않을까, 여성대통령이 하는 말에 믿음이 더 가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개인적으로 기대 반 우려 반이 있었는데, 당선되고 한 달 반 됐을 때 굉장히 실망 많이 한 일이 생겼다. 국회의원 연금 정책이 은근슬쩍 담 넘어가듯이 통과되더라. 역대 대통령은 그럴 수 있어도 박근혜 시대에는 아닐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정치 쪽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싶어 화가 나더라.

박영성 = 그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유성룡 = 박근혜 정부의 평가요소가 몇 개 없지만 개중에는 대선공약이어서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아닌 것은 아니라고 개선해나가는 모습이 상당히 좋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아쉬운 부분은 박 대통령이 잔다르크식으로 혼자서 치고나갈 때 장관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북 문제가 터지니까 김장수·김관진은 보이지만 평소에 나머지는 안 보이니까 그들이 뭐하는지 싶다. 대통령이 너무 사사건건 챙기다보니까 장관들의 자율권이 좀 위축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류병길 = 대북 쪽에서는 나름대로 소신 있게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왔다 갔다 하고, 뭐하면 다시 협상하고 방향수정하고, 지금까지 정부는 그랬는데 이번 정부는 나름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몇 년, 몇십 년 후에는 잘못됐다고 할 수도 있는데 현 상황에서는 잘 가고 있지 않나. 주위에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사람에게 콕 집어서 뭘 잘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시원하게 답을 못하는 게 많다. 서운한 것은 너무 복지 쪽만 강조하는 것 같다. 산업·경제 쪽을 우선했으면 한다. 성장의 동력도 찾아야 한다. 국가적으로 어떤 방향을 설정해줘야 하는데 잘 안되고 있다.

김도윤 = 대학생이다 보니까 그래도 우리 대통령 잘 뽑았다고 느낄 때가 언제였느냐면 미국 상·하원 의원 합동으로 영어연설할 때였다. 외교안보를 잘하고 있고 능력도 있어보였다. 대통령이 맞춤형 복지나 공약가계부를 쓰려고 하는 것도 세금의 짜임새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역대 대통령에게 못 보던 모습이었다. 100일을 보면서 여전히 미흡하고 못하고 있는 부분은 청와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박천욱 = 잘한다고 보는 것은 대북관계나 외교적인 부분이다. 개성공단도 원칙적으로 대화를 계속 제의하지만 정부 대 정부로서의 대화를 요구하고 그쪽에 끌려가지 않는 소신이 좋았다. 지금 기준점을 잡고 목표를 향해서 5년 나가는 건데, 그런 기준점이 대북문제에선 잘 선 것 같다.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여러 사람도 말하는 인사정책이다. 농담으로는 대통령 수첩 안에서만 나온다고 하지 않나. 그러니까 폭이 너무 좁아지는 느낌이고…. 그리고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 문제 있다. 윤창중 사건 때도 대통령한테 먼저 사과하고 국민한테 나중에 하는 게 기분 안 좋았다. 당연히 국민한테 먼저 사과를 하고, 정책도 국민을 보고 펴야 하는데 소통적인 부분이 좀 더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영성 = 대통령의 수첩에 데이터가 많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이 좋다. 신뢰는 데이터에서 시작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을 찍을 때 작은 정부를 지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큰 정부가 되니까 좀 실망감이 있다. 공무원 밥그릇 늘리는 게 여전히 많고, 청년일자리 문제도 간단하게 공무원부터 늘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자유주의적인 생각이 강한데, 경제민주화라는 철학에도 불만이 있다. 국가의 관여나 관치보다 경제자유민주화가 맞다고 본다. 갑을관계도 솔직히 계약서 쓸 때 마음에 안 들면 파기할 수 있지 않나. 중소기업도 보호하면 좋겠지만, 먼저 체력을 키워서 경쟁할 생각도 해야 한다.

박천욱 = 경제민주화는 수위를 정하는 문제이고 사안별로도 다르다. 경제민주화 자체를 안된다고 해버리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 오늘 집담회를 하는 다수가 작년 11월에 경향신문 대선집담회에 왔었다. 그때 했던 얘기를 세대별로 주제를 나눠 지금은 어떻게 보는지 얘기해보자. 100일이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묻는 것이다. 대학생 김도윤씨는 청년실업 집담회에, 30대 직장인 박영성씨는 세제개편 집담회에 나왔었다.

김도윤 = 청년실업 문제는 사실 비슷한 것 같다. 아직까지 분위기가 그렇게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 청년실업 공약으로는 일자리 나누기가 있었을 것인데 달라진 것은 보이지 않는다. 청년 공무원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게 답은 아니다. 일자리는 민간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더 도와줘야 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문제 있는 게 20대의 80%는 대학생이다 보니까 '나는 그래도 대학 나왔는데' '난 이 정도는 가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도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을 했는데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말이기는 하다. 사실 중소기업에 이력서 들고가면 받아주는 데 많다. 하지만 친구들은 "내가 이거 하려고 대학 간 거 아닌데"라고 말한다. 거리가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대학생들의 인식 변화와 민간기업의 도움이 같이 필요하다.

박영성 = 세제는 그 자체로 너무 복잡한 게 문제다. 얼마 전에 연말정산을 못해서 신고했는데 세법이 너무 복잡해서 정말 힘들구나,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세제 자체를 간단하게 정리했으면 좋겠다. 나도 대한민국 국적 갖고 있으니까 세금 내는 것에 대해선 불만은 없다. 그런데 무슨 세, 무슨 세 하면서 너무 많이 가져간다. 직장인들은 유리지갑이다. 의료보험이나 연금도 사실상 준조세인데, 사실 의료보험은 좀 도움이 되어도 국민연금은 도움 못 받고 떼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국민연금을 아예 탈퇴할 생각도 해봤다.

유성룡 = 법률적으로 절대 탈퇴는 안된다. 이민 가면 안 내지만 다시 들어오면 지나간 것도 다 내놓아야 한다.

박영성 = 그래서 임의가입자로 해서 최저로 매길 수 있는 걸 하든지 방법을 찾고 싶은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국민연금 수혜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박천욱 =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솔직히 돈을 그렇게 많이 벌지 못하지만 재산 쌓아놓은 것도 없고 민간보험도 없다. 민간보험 들 형편도 안된다. 국가가 보증하는 국민연금 내지만 그게 나의 노후에 용돈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조금씩 넣고 있다. 그래도 은행이자로 저금하는 것보다 나으면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유성룡 = 국민연금은 물가연동제가 있어 다른 제도보다 좋지만 받아갈 사람이 너무 많아지다보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다. 나도 받을 수 있는 돈이 100만원에서 계속 내려가고 있고, 그 사이에 죽어버리면 못 받는 거다(웃음). 국가가 이것까지 신경써야 되느냐 하는 논란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국가에서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나. 국민연금 자체로는 크게 불만 없는데 문제는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이다. 옛날에 그 사람들이 받는 급여가 적어서 보전해주는 차원이었는데 지금은 공무원 월급이 대기업의 80~90%가 넘는다.

박영성 =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볼 때 국민연금은 설계부터 잘못됐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던 남녀노소 시민 7명이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경향신문에서 집담회를 하기에 앞서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 기억에 남는 정책 없고 윤창중·한복·여성 떠올라복지 분야만 강조하다 산업·경제 지향점 소홀대기업 수사·세무조사 길들이기 아닌 개혁 돼야

- 국민연금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만이나 박탈감이 큰 문제인 것이 증명된다. 대선집담회 때 40대의 박천욱씨는 재벌개혁, 50대의 류병길씨는 중소기업·자영업 분야에 나왔었다.

박천욱 = 갑을 문제가 터지는데 이번에 처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가 벌금 몇천만원 매겨봤자 대기업한테는 껌값일 뿐이다. 그런 것 더 강화하고 룰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법정에 갔을 때 올바른 판결이 나온다면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는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기업이든 어디든 잘못한 것은 처벌을 제대로 받고, 내가 힘 있고 돈 있다고 되는 게 아니었구나, 관계개선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느끼고 되도록 좋은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권 초기에 대기업 세무조사로 길들이기하는 식이 아니라 국민 공감을 이끌어 (재벌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박영성 = 유럽이나 일본처럼 계약이 철저한 곳과 달리 우리는 좋은 게 좋은 식으로 하다보니까 이상한 식으로 변질되었다. 국가가 개입하는 건 문제가 있다.

박천욱 = 계약조건이 법률 위에 있을 수는 없다. 계약은 법 아래에 있어야 한다.

유성룡 = 안전 문제도 그렇다. 조직 있고 사회 있으면 갑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을도 나름 고충이 있지만 갑도 나름 고충이 있고, 안전도 그런 의미에서 근로자가 을이고, 사업주가 갑이면 위에 또 공무원이 있다. 중소기업 작업현장이 열악하지만 누구 하나 얘기 못하는 것이 이런 데서 일하는 게 싫으면 나가라 하니까 그렇다. 거기서 안전 담보하라는 게 여전히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이다. 솔직히 원전 문제, 그런 것은 머리에 안 들어온다. 다 시스템 있는데 그 사람들의 시험성적 조작하고 부정부패로 한 것 아닌가. 사회 저층의 안전망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가 필요하다.

류병길 = 의무 휴업 때문에 대형마트 납품 업체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갈 데가 없다. 다 중소기업인데 재래시장 활성화로 가야지, 어느 한쪽을 죽이는 쪽으로 가면 안된다. 중소기업·대기업 문제는 대학생들에게 바라는 게 뭐냐고 묻고 싶다. 20대 조카가 작년에 80만원 벌기가 왜 이리 어렵냐 해서 무슨 얘기냐 했더니 최저임금 준다면서 안 받으려면 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반대로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박영성 = 나도 중소 벤처회사에 다닌다. 사장이 생각이 좀 자유로워서 출퇴근만 지키면, 나머지는 자유롭다. 야근 같은 것도 없다. 제일 크게 원하는 것은 연봉이지만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 인간적인 대면을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원한다.

류병길 = 중소기업들이 힘들다. 일을 거의 다 중소기업이 해서 대기업에 준다. 대기업은 인원을 안 뽑고, 핵심 요원만 뽑아서 관리하려 하고, 가격을 20~30% 낮춰서 발주를 한다. 다른 업체들도 노느니 한다는 식으로 하다보니 다들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대기업이 인원을 더 뽑고 중소기업 하는 일을 얼마나 비용이 들어가는지 판단하고 발주해줘야 한다. 대기업의 고과점수제 문제가 많다. 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참 기가 막히게 주는데, 대기업 실무부서에서 (발주액으로) 1억원을 주면 구매부서는 네고(협상) 잘하는 거로 점수를 주니까 8000만원에 발주하려고 한다. 그렇게 우겨서 되면 잘한 거니까 고과점수 A를 받고, 그러니까 네고를 세게 하게 된다. 정부가 중소기업 잘 도와줘라 해도 현실은 그렇게 안된다.

유성룡 = 맞는 말이다. 자영업자들도 너무 많다. 우리도 나가면 할 게 없으니까 다 자영업을 하게 되는데, 사회적으로 구조가 이상한 것이다. 많아야 10%여야 하는데 20~30% 수준이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눠 먹게 되니까 다 소득이 다운되는 것이다. 봉급자 많은 사회가 안정적이고 좋은 사회다.

류병길 = 실제 시장이 너무 좁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도 삼성·LG·SK밖에 없다. 어느 곳에서 발주를 주면 엄청나게 많은 업체가 다 달려들 수밖에 없다. 시장이 한정돼 있는데 같은 품목으로 먹고사는 업체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이 부분에서 국가가 해줘야 할 일을 바라는 것이다.

- 손귀자씨와 이상오씨는 대선 때 고령화사회 집담회에 나왔었다. 노인 일자리, 보건 의료 쪽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듯하다.

손귀자 = 난 좀 다른 시각으로 얘기해보고 싶다. 몰매 맞을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안국동에 있는 무료급식소에 가서 일자리·복지 등 설문하니까 '지금 여기도 공짜고, 공짜로 놀고 배우는 게 너무 많다'는 답이 많이 나오더라. 노인들이 공짜로 주니까 필요하지도 않은데 받아가려고 한다. 그럴 때는 주고 싶다가도 주기 싫어진다. 노인들 중에서도 복지 다 하다가는 나라 망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일하면서 쪽방촌 조사를 하게 되는데 여기는 해줘야 할 부분이 있다. 노인이 보는 것과 우리가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공짜 너무 좋아하는 건 안된다. 의식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문제는 지금 우리 같은 50대 베이비부머들이다. 우리는 70~80대 부모를 모셨지만, 아래 세대들에게는 기대를 못한다. 그걸 어떻게 해결할 건지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상오 = 정년 60세 연장은 각 정당에서 자기들이 연장했다고 하더라. 젊은이들은 일자리 뺏기는 거 아니냐 하는데 그런 건 아니다. 임금피크제 식으로 해서 일본에서도 잘하고 있지 않나. 노인들은 일자리 없는 게 문제다. 나도 자동차 면허밖에 없는데 65세 나이에 대리운전을 할 수도 없고…. 일자리센터에 가보면 나한테 권하는 게 다 경비직이고 그런 거밖에 없다. 교사직을 했는데 경험 살릴 수 있는 건 없고 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 교직 몇 시간 이수하면 유치원 할 수 있게 해준다는데 그것도 돈이 한두 푼 아니고 그림의 떡이다. 다들 처지가 비슷한데, 다른 것보다 노인들 일자리는 국가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

- 박 대통령이 취임해 정부를 이끈 지 100일이 됐다. 박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 하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어떤 것인가.

박영성 = 이공계 출신이다. 내가 전자공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한국 최초의 이공계 출신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중국은 많은데 우리는 처음이다.

박천욱 = 별로 없다. 한복, 윤창중 정도….

유성룡 = 대북관계다. 대북관계 이렇게 계속 가는 것, 왔다갔다하는 것 없이 퍼주기 얘기도 없이 이렇게 가는 것이다.

김도윤 = 여성이다. 한복도 그렇고, 공약이 더 세밀한 면이 있고, 전체적으로 하나를 꼽으면 여성이다.

류병길 = 예측가능이다. 소신과 원칙을 지키면 예측가능한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다른 정부도 초기엔 했는데 진행하다 보면 어디로 갔는지 용두사미였다. 100일까지 현재 상황으로 보면 다른 정부보다는 국민들이 더 예측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손귀자 = 소신과 원칙이다.

이상오 = DMZ, 비무장지대다. 나이 60이 넘었지만 내가 군에 있을 때는 박정희 대통령 때였다. 지금 가봐도 서울에서 150㎞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길이 잘 나 있지만 비무장지대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철책도 그렇고 너무 슬펐다. 박 대통령이 생태공원으로, 세계 공원화해보겠다고 하는데 방법이 있을 것이다. 북한이랑 같이 우리 살아있을 때 했으면 좋겠다. 후손들한테 욕먹지 않는 선조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 박근혜 정부에 개선해야 할 점,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가.

박천욱 = 수첩하고 소통하지 말고 국민들과 소통해라.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과 계속 그 안에서만 의견 듣고 전달하면 국민들은 잘 모르고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알지도 못하고 동의도 못한다. 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국민적 지지와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인사의 풀도 좀 더 확대돼야 한다. 소통의 다양화, 그런 부분이 지금까지는 많이 부족했고 나아졌으면 한다.

박영성 = 100일을 맞아 국정철학을 제대로 갖췄으면 한다. 대한민국에 자유시장경제와 법치주의를 잘 지키는 토대를 만들도록 해줬으면 한다. 한국 사람들 성격이 너무 급한데 모두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길 바란다.

유성룡 = 원칙과 소신을 잘 지켜서 이 사회가 룰이 존재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가지지 못한 이들도 승복할 수 있고 노력한 만큼 가져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이게 안되면 갈등이 생긴다. 이만큼 했으니까 이만큼 받아간다라고 승복할 수 있는 룰이 있어야 예측가능하고, 내가 노력했으니 이렇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기본적인 것이 안되니까 앞이 안 보이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종시 때 소신을 갖고 약속을 지키는 게 와닿았다. 원칙이 끝까지 지켜졌으면 한다.

류병길 =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게 큰 바람이다, 복지도 좋지만, 사업하다보니 시장이 좁아서 뭐하려면 너무 달려들어서 가격이 떨어지고 하더라. 한국의 강점이 지금 휴대전화 하나인데, 중소기업의 새 동력을 만들기는 벅차니까 다른 쪽 동력을 창출해서 대기업이 여기 진출해서 하고 중소기업도 같이 가고…. 그렇게 기반 닦아서 몇 년 후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도윤 = 원칙을 지켜서 처음 마음먹은 대로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 퇴임했을 때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라는 소리 듣고, 잘한 대통령으로 남았으면 한다.

손귀자 = 강력하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거짓말하는 정치인은 두 번 다시 정치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다 부도 난 사람들만 신용불량자가 될 게 아니라, 윤창중 같은 이들은 다시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장년 세대의 파워가 세졌다. 미국은 AART라고 은퇴자협회가 있는데 이게 오바마 다음으로 파워가 센 단체다. 장년들 의식이 올바로 서면 앞으로 5년 동안 이것저것 정치를 쇄신할 수 있는데 힘이 모아지지가 않는다. 정치가 많이 쇄신되고, 소외계층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

이상오 = 하나 바라는 건, 통일기금 조성이 안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걸 조성해서 단계별로 국정철학을 갖고 남북관계를 풀어갔으면 한다. 있는 사람이 도와주는 식으로, 북한을 같이 끌고 가야 한다. 그래야 4대 열강 속에서 통일이 될 수 있다.

< 김기범·김한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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