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린 "'오자룡' 모성애 연기, 어린 조카 떠올리며 극복" [인터뷰]

곽현수 기자 2013. 6. 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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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곽현수 기자] 드라마 안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은 온전히 그 캐릭터가 가진 요소들로 인해 충분한 비난(?)을 받아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미움을 사느냐가 드라마의 인기를 이끄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극본 김사경, 연출 최원석 이재진)' 속 김마리는 다른 악역 캐릭터들과는 달랐다. 때로는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하면서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모성애를 보여주며 '이유있는 악역'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유호린은 드라마 속 김마리보다 더 갸냘펐고 영리했다. 또한 갸날픈 외형과 다른 연기에 대한 뚜렷한 소신과 함께 강단까지 지닌 인물이었다.

유호린은 지난 6개월의 시간을 김마리로 살았다.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은 지난 2006년도에 데뷔한 이 배우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했고 본인 역시 이제서야 주위의 시선들을 느끼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니까 섭섭하기만 하더라고요, 매주 김마리의 패턴으로 살았으니까 끝나고 나니 공허한 느낌만 남았어요. 특히 드라마 마지막에는 큰 감정들이 계속 이어지니까 방송으로 마지막 회를 보는데 감정이 북받쳐서 혼났어요"

유호린이 연기한 김마리는 참으로 괘씸하면서도 측은한 여인이었다. 왜 과거의 연인인 진용석(진태현 분)을 잊지 못했는지, 아기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어째서 그토록 그에 곁에 남고자 했는지 시청자들은 이를 불쌍해 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했다.

"저는 마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이해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으니까요. 아마도 제 생각에는 용석 씨를 사랑하는 마음도 모성애 같은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죽을 때까지 용석 씨를 용서 해 달라고 말하는 걸 봐도 연인에 대한 사랑 뿐만 아니라 연민이나 애잔함 같은 것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드라마에서 유호린을 재발견 했다는 평을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다. 그는 진용석에 대한 격정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을 그동안 쌓아온 연기로 표현하고 경험할 수 없었을 모성애를 안방에 고스란히 전달하는 재주를 보여줬다.

"아무리 작은 경험들로 살을 붙이는 게 연기지만 모성애를 보여준다는 건 쉽지 않았어요, 그럴 때는 제 조카라고 생각했었죠. 모성애라는 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아이를 사랑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연기 했어요"

그러나 유호린의 호연에도 '오자룡이 간다'는 시청자들의 무수한 질타를 받았던 드라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전형적인 패턴을 답습했던 것. 이에 교통사고로 김마리가 사망하는 것으로 끝난 결말도 대중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래도 전 마리가 죽는 결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용석 씨가 그렇게 나쁜짓을 많이 했는데 몇년간 교도소에 있다가 나온 걸로 끝나는 건 진짜 벌이 아니죠. 용석 씨한테 전부였던 마리가 사라지는 게 그에게는 진짜 벌이지 않았을까요?"

유호린은 인터뷰 내내 김마리를 이해했고 충분히 변호했다.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를 떠나 보내고 흐름은 유호린 자신의 이야기를 묻는 쪽으로 향했다.

유호린은 지난 2006년 공포영화 '어느날 갑자기'로 데뷔를 했다. 이후 그의 필모그래피 속 인물들은 최근 '오자룡이 간다' 김마리를 포함해 절대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었다. 왜 이 가녀린 여인은 그런 역할들만 맡아왔던 걸까.

"묘하게 그동안 괴롭힘을 당하거나 사건에 휩쓸리는 역들은 연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사건을 일으키거나 저를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역들이었죠. 저는 배우로서 그런 역들을 맡는 게 더 재미있고 좋더라고요"

어느 배우는 과거 인터뷰에서 "악역은 잘하면 잘할수록 이미지가 박혀서 다음에 쉽게 쓰임을 받지 못한다"며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유호린도 '오자룡이 간다'를 통해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걱정하지는 않았을까.

"김마리로 사는 동안 6개월 내내 사건을 꾸미고 계산을 하고 살다보니 어느 순간 내가 너무 똑같은 것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래도 금세 회복했고 지금은 '언젠가 부드러운 역도 맡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후 유호린은 "지금은 한 작품을 끝냈을 뿐"이라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을 이어 나갔다.

"배우로 데뷔를 할 때에도 당장 스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적은 없어요. 빨리 올라가면 언젠가 내려와야 할 때도 있을텐데 제가 내려갈 때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내공을 쌓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저를 믿고 시청자들이 작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곽현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방지영 기자]

오자룡이 간다

| 유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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