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찰 '물대포' 직접 맞아보니..
전북경찰청 인권위원들의 시위대 체험담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공권력이 제 역할을 해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공권력이란 국민이 국가에 위임한 법적·제도적 강제력이다. 공권력을 정당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집행하면 공공의 이기(利器)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날것의 폭력으로 전락하게 된다.
인권 역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잣대로 적용돼야 하는 가장 보편적 가치다. 그러기에 소수의 생각이나 사상도 보호돼야 한다.
바꿔 말하면 내 생각과 사상이 중요한 것처럼, 나와 다른 생각이나 사상도 존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야만 인권의 보편적 가치가 정확히 보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지방경찰청이 양립하기 쉬운 '공권력'과 '인권'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조용환 인권위원장과 본 기자 등 전북경찰청 인권위원 6명이 시위대의 심정을 이해하고자 30일 완주군 경찰관 기동대를 방문, 시위 진압에 사용되는 물대포를 스스로 맞았다.
경찰관의 도움으로 경찰 우의로 갈아입은 인권위원들은 6천ℓ가량의 물을 1분30초가량 직접 맞았다.
1천600rpm(분당 엔진회전수)의 물살 세기로 물을 맞으니 몸이 휘청거렸다.
시위 경험이 많은 한 위원의 제안으로 스크럼을 짰으나 등 뒤로 날아오는 '물폭탄'에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정면으로 물포를 맞으려 했으나 부상의 두려움이 앞섰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한 50대 위원은 강한 물살에 밀려나며 대열을 이탈하기도 했다.
스크럼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누구도 물포 쪽으로 얼굴을 돌리지 못했다.
경찰은 시위 진압시 2천rpm 내외로 물포를 쏜다.
호기를 부린 한 위원이 "2천까지 높여라"고 외쳤지만 경찰들의 만류로 그만뒀다.
경찰은 물을 시위대에 직접 쏘는 직사 살수(直射 撒水)는 폭력 시위용품을 소지하고 있을 때와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몸싸움을 벌일 때, 차벽을 무너뜨리거나 훼손하고 불을 지르려 할 때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실제 물포는 감정이 격해진 시위대와 혈기왕성한 전의경 중대와의 물리적 충돌을 막을 때 자주 사용된다고 한다.
임종명 전북경찰청 계장은 "물포는 진압보다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최소화하는데 그 사용 목적이 있다"면서 공권력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전북경찰은 2007년 물포 차량을 들여왔으나 지역 시위·집회에서 한 번도 쓴 적이 없으며 타지역 지원에만 사용했다. 이 차량은 평소 때 농번기 급수 지원 등 대민활동에 투입된다.
조용환 위원장은 "경찰 물포를 직접 맞아보니 위력이 상당하지만 분사 등 살수 절차를 제대로 지킨다면 안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인권위원들은 지난 3월에도 직접 여러 종류의 수갑을 차며 공권력과 피의자 인권을 다시 생각했다. 작년에는 유치장에 들어가 유치인과 똑같은 생활을 경험했다.
한 경찰 간부는 물포를 소개하면서 "과거 수사기관 등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는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민간의 도움을 받더라도 경찰 조직의 인권 의식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인권위원들도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경찰의 노력을 널리 알리는 등 그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인권에 눈 뜬 경찰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과거사 반성과 더불어 양립하기 쉬운 공권력과 인권의 가치 공유에 대해 고뇌하는 전북경찰에 박수를 보내며 튼실한 결실이 있길 기대해본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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